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김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17. '아, 그렇구나. 긍정적이라는 말뜻은 즐거운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보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즐기기로 마음먹는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어.'


사람들은 행운(幸運)이 오기를 바라고 기대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행운을 쫓는다. 그런데 행운을 색다른 관점에서 풀어낸 재미난 소설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타세요,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는 보험 영업이 직업인 평범한 세일즈맨 슈이치가 주인공이다. 평범한 일상에 걱정거리가 있다면 중학생 딸아이의 등교 거부가 전부라 할 만큼 평온한 날들을 지내던 주인공에게 너무나 큰 위기가 닥친다.


보험계약이 대량으로 해지된 것이다. 나비효과라고 하던가. 보험 계약 해지라는 날갯짓은 슈이치의 일상을 흔들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불안함이 슈이치의 오늘을 갉아먹으려 할 때 승객을 행운의 장소로 태워다 준다는 이상한 택시를 타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슈이치의 목적지를 알고 태워준다. 그런데 택시 운전사가 내려준 곳에서도 행운을 만나지는 못한다. 하지만 행운을 만나지 못하고 불평하는 슈이치에게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택시 운전사.


p.201. "정말 고마웠소. 당신은 보통의 택시 운전사가 아니라 내 인생을 바꿔준 운전자(運転者)요."


슬슬 의구심이 들 때쯤 주인공 슈이치도 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행운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말해주면 안 되냐고. 어찌 되어든 택시는 계속 운행을 하고 중간중간 행운이 가진 의미에 대해 풀어낸다. 공감할 수도 있고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는 재미나고 이야기의 흐름은 매끄럽다. 슈이치가 처음 '오마카세 택시'를 타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슈이치가 타기 바로 전前 택시를 이용한 승객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행운은 갑자기 한 번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면서 쌓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적립된 포인트는 나를 위해서 또는 가족을 위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포인트를 정말 많이 적립해놓지 않았다면 나 자신을 위해서 적립된 운을 쓸 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 슈이치가 택시를 타고 만나러 다닌 것은 행운이 아니라 어쩌면 슈이치의 진실한 삶인지도 모르겠다. 행복하지 않았던 어두운 일상이 택시를 타고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밝아지는 듯하다.


p.72. "…(전략)…운은 후불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는 법은 없어요. 포인트 적립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그런데 그 밝은 여정의 끝이 아내라는 것이 문제다. 보험 계약 해지에 따른 급여 삭감으로 프랑스 여행을 취소해야 하고 앞으로도 힘든 날들이 이어질 거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내의 반응은 어떨까? 읽는 내내 이 부분 때문에 가슴 조이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직장인 남편으로서 슈이치의 오늘을 또 내일을 응원하고 싶다. 행운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누군가의 행운이 부럽다면 이 책을 통해서 행운을 적립하는 방법부터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연일기 - 조선의 미래를 고민한 실천적 지성의 기록 클래식 아고라 4
이이 지음, 유성선.유정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금 한나라의 군주와 학문을 논하고 토론하던 '경연'은 어떤 모습일까? 아주 경직된 모습일듯싶었지만 율곡 이이가 들려준 경연 분위기는 무척이나 자유로운듯하다. 물론 훈구 대신과 사림의 첨예한 대립을 볼 수 있는 장면들도 수시로 등장한다. 이 책《경연일기經筵日記》는 경연에서 율곡 이이가 왕에게 전하려 했던 충심을 바탕으로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더욱 재미나고 흥미롭다.


명종20년(1565년 7월)부터 선조14년(1581년 11월)까지 약 17년간의 조선 역사를 육곡 이이는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이 책의 구성은 사실을 기본으로 한 '기사'를 보여주고 그 사건에 대한 이이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는 '논평'이 보인다. 500여 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지만 율곡 이이가 가진 깊은 사유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너무나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유성선(강원대 철학과 교수)과 유정은(강원대 철학실천연구소 교수)의 번역과 해설이 편안함을 더해주고 있다.


p.455. 1581년 선조 14년 정월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는 변고가 생기니, 삼정승이 사직하였다.


p.92. 전하께서 즉위하신 지 수년이 되었으나 나라를 다스린 효과를 아직 보지 못하고 있으니, 아마 전하의 격물치지와 성의정심의 노력이 지극하지 못하신가 합니다.


흰 무지개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연현상을 두고 한 나라의 정승들이 모두 사퇴하였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이 책에는 괴이한 자연현상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또한 이 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이 책이 가진 가장 재미난 점은 수시로 '디스'하는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이가 선조를 디스 하는 것은 예사로 등장하고 율곡 이이가 선조를 포기하는 장면도 나온다. 선조는 왜 학문에 뜻이 없었을까? 누군가는 "그대가 추천한 이이는 어찌 그렇게 말을 경솔하게 하는가?"(p.101)라며 율곡 이이를 비판하고 또 이이는 누군가를 비판한다.


학문을 토론하는 경연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지만 솔직히 율곡 이이가 들려주는 '인물평'이 더욱 재미나고 흥미로웠다. 율곡 이이는 정철과 퇴계 이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금 나랏일을 하려는 이들의 계획은 틀렸다. 무슨 일을 하려면 마땅히 개혁이 있어야 한다."(p.75) 10만 양병설의 주인공 율곡 이이가 꿈꾸던 '개혁'은 어떤 모습일까? 경연일기라는 제목이 주는 딱딱함과 무미건조함은 시작부터 사라진다. 율곡 이이라는 개인이 서술한 역사를 흥미롭고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전혀 부담되지 않는 매력적인 책이다.



"arte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남대학교 박물관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다 담아내지 못한 우리 역사에 대한 사랑을 역사의 시대순으로 담아낸 《국토박물관 순례》시리즈의 첫 번째 책을 만나보았다. 선사시대와 고대사를 다룬 1권과 2권 중 1권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역사를 다룬 책과의 만남은 언제나 반갑고 또 언제나 즐겁다. 함께하는 저자가 유홍준 교사라면 특히 더 반갑고 즐겁다.


역사를 시험과목으로만 생각했던 탓에 그 깊이는 얕고 폭은 또 좁았다. 그 좁고 얕은 역사에 대한 지식을 보완해 주고 아이와 함께하는 나들이에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책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였다. 그래서 이 책《국토박물관 순례 1》과 만남이 더욱 반갑고 좋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도자기 체험을 하고 불상을 만들던 아이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이 책의 깊이는 세월만큼 더 깊어졌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국토박물관 순례 1》은 구석기 시대(연천 전곡리)를 시작으로 고구려 시대(중국 집안)까지를 담고 있다. 연천 전곡리에 위치한 '전곡선사 박물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아이와 함께 찾았던 반구대 암각화도 반가웠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이제는 사진 촬영조차 금지된 중국 내 고구려 유적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압록강, 환인, 집안으로 구성된 고구려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오녀산성, 환도산성, 적석총 등의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직접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디테일한 설명과 많은 사진에 있는 듯하다. 웅장한 오녀산성의 모습을 보면서 저자와 동행하는 듯한 착각이 주는 즐거움은 오래도록 남을 듯하다. 그 즐거움은 앞으로의 시리즈로 계속해서 이어질 듯해서 더욱더 즐겁다. 신경림 시인이 압록강을 노래한 시를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창비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맨날 놀고 싶어 - 풍차 지킴이 쏠의 모험 특서 어린이문학 5
조미형 지음, 윤다은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서주니어의 다섯번째 책 《맨날 놀고 싶어》를 만나본다. 동화는 언제 읽어도 즐겁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을 수 있어서 읽고난 후의 따스해진 마음이 늘 좋다. 특히 작가가 전하려는 이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좋다. 조미형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도 너무나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어서 좋았다.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주위의 친구들을 돌아보게하고 그 친구들과 함께하면 더욱 즐겁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도 받기도 싫은 요즘 아이들이 선택한 길은 모바일속으로 들어가는 것인듯하다.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모두가 스마트폰 속으로, 컴퓨터 속으로 빠져든 오늘 작가는 함께 사는 세상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 누군가의 배려는 또 다른 배려로 이어져 세상은 따뜻해진다. 그리고 함께 하는 세상은 혼자 사는 삶보다 흥미롭고 재미나다. 단순하지만 소중한 '함께'라는 의미를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서 알려주는 멋진 동화다.

다른 친구들이 겨울을 준비할 때 주인공 날다람쥐 쏠은 재미난 놀이에 빠져지낸다. 그렇게 재미난 시간을 보내던 쏠에게 위기가 닥치고 그 위기를 친구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쏠은 변한다. 함께하는 친구들을 배려하고 함께사는 세상의 소중함을 알게된것이다. 그렇게 숲속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언덕위 풍차를 관리하는 일을 맡게된다. 두더지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모습을 돌이켜 볼 줄 아는 지혜도 갖게된 쏠의 활약을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내일을 향해 날아오르는 날다람쥐 쏠의 오늘을 소개하고 싶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베라는 남자』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장편소설을 만나본다. 두 권으로 구성된 《위너》『베어 타운』『우리와 당신들』을 이은 '베어 타운 3부작'의 마지막이다. 전작들에서 아픔과 슬픔을 안고 고향 마을 베어 타운을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온다.


"여기서는 내가 한 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베어 타운에서는 나에게 벌어진 일로 평가를 받잖아."


《위너 1》에서 자신들이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기 전前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아직은 사건은 보이지 않고 사고는 보인다. 그렇게 사고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베어 타운과 헤드의 아이들이 베어 타운 하키장에서 경기를 갖는다. 아니 경기는 취소되고 오랜 된 서로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만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암시를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다.


살아서 베어 타운 사람들의 중심이 되었던 라모나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온다. 슬픈 마음과 아픈 상처로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이들의 모습은 위태롭다. 하지만 고향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친구가 그렇고 부모가 또 따스하게 마지 해준다. 그런데 자신의 누나를 기다리는 소년이 있다. 마테오는 유골로 돌아오는 누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가끔씩 등장해서 분량을 늘리고 있는 소년의 정체가 의구심을 품게 한다. 그렇게 《위너 2》가 너무나 기대된다.


'베어 타운 3부작'을 읽으면서 가장 큰 의구심을 가졌던 부분은 정말 운동경기(하키)에 그렇게 광기 어린 행동을 할 수 있을까였다. 이곳에서 하키는 더 이상 운동경기가 아니다. 종교처럼 추앙받아지는 그 무엇이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두 마을이 자연재해로 인해 뭉치는 듯했다. 그런데 하키 경기. 그것도 어린아이들의 경기. 이 마을에서 하키가 가진 의미를 우리 사회로 끄집어내어 보면 대립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재미와 흥미가 만들어낸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다산북스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