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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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달消えない月》『감정 8 호선』의 드라마화로 주목받은 하타노 도모미의 장편소설이다. 한 여성의 사랑이 스토커에 의해 짓밟히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안전 이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제 우리 사회에서 헤어진 이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별과 함께 상대방의 숨기고 싶은 아픔을 온 세상에 퍼뜨리는 이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이별에 대한 복수심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스토킹'은 이런 슬픈 질문에 답해주고 있다. 슬픈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떤 모습일까?


그저 평범한 날들이었다. 사쿠라에게 마쓰바라가 마사지숍 손님일 때까지는. 어느 날 손님이 연인이 되고 그 순간부터 악몽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사쿠라가 손님 때문에 곤경에 빠진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사쿠라의 대응은 여전하다.


마쓰바라의 스토킹은 화를 부르고 사쿠라의 생각은 짜증을 부른다. 스토킹도, 가스 라이팅도 정말 비열한 범죄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만 있어도 절대 발생하지 않을 범죄다. 그런데 스토킹을 당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배려하면 어떻게 될까? 사쿠라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마쓰바라의 생각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다. 사이코란 이 녀석을 두고 하는 말인듯싶다.


어머니 말씀을 사쿠라가 거역할 리 없을 테니까.


적어도 돈은 돌려받아야겠다.


사쿠라가 나의 전부다.


사쿠라와 나는 운명으로 이어졌다.


언제든 나는 옳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스토킹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한 마쓰바라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마쓰바라를 보면서 이래서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겠다고 생각했다. 마쓰바라와 사쿠라의 생각을 들으며 안타까움이 끊이지 않는 까닭을 만나보길 바란다. 답답하고 화나고 환호성을 지르다 다시 화가 치미는 흔치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학동네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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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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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아리랑』『한강』으로 1천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 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한 베스트셀러 작가 조정래의 새로운 장편소설《황금종이》를 만나보았다. 《황금종이》는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금종이'라는 제목에서 조금 더 깊은 의미를 생각해 보았지만 '황금종이'는 역시 '돈'을 의미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근로자들을 '자본'의 노예로 만들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자본, 돈의 노예가 된 것은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자본주의하에서 인간은 모두 돈의 노예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돈은 종교보다 더 '신'에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돈'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황금종이 2》의 내용도 신문 사회면에서 본 듯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태하 변호사는 여전히 등장하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흐름과는 무관한 듯 보인다. 그런데 돈에 대한 욕심이 부른 이야기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다양한 관계에서 파생된 돈, 욕심은 인간관계를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누군가는 부모를 등지고, 누군가는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다. 단지 돈 때문에. 또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누군가는 건강을 잃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건물을 향해 돌진한다. 돈 때문에, 욕심 때문에.


돈, 욕심이 '사랑'을 죽이고, '가족'을 버리게 한다. 마음속에 '돈'이 차지한 어둠만큼 딱 그만큼 우리의 인간됨은 희석된다. 주변 사람들을, 가족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돈, 욕심의 블랙홀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그 블랙홀 속으로 사라진 흐려진 인간됨을 되살리려 하고 있는 듯하다. 돈이 가진 어둠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돈의 어둠을 조심하라, 인간됨을 잃지 마라 외치고 있는 듯하다.


"해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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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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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아리랑』『한강』으로 1천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 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한 베스트셀러 작가 조정래의 새로운 장편소설《황금종이》를 만나보았다. 《황금종이》는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금종이'라는 제목에서 조금 더 깊은 의미를 생각해 보았지만 '황금종이'는 역시 '돈'을 의미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근로자들을 '자본'의 노예로 만들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자본, 돈의 노예가 된 것은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자본주의하에서 인간은 모두 돈의 노예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돈은 종교보다 더 '신'에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돈'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황금종이 1》에서 작가가 들려주려고 한 주제는 명확하다. '돈'을 향한 인간의 욕심이 인간을 어디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지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 속에 우리들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이 소설은 흥미롭기보다는 무섭다. 혹시 내가 그들의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변할지 무섭다. 작가는 돈이 가진 다양한 어둠을 보여주어 우리들을 각성시키려 하는 것 같다.


이태하라는 '바랍직한' 변호사가 등장해서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최소한의 인간됨을 지켜나간다. 하지만 이태하라는 인물이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장편소설이라기보다는 연작 소설처럼 느껴진다. 돈, 욕심이라는 주제를 두고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1권의 내용은 어디에선가 본듯한 이야기들이, 신문 사회면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재미나게 이어진다. 돈이 만들어낸 오늘의 아픔과 슬픔이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해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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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페 멋집 - 머물고 싶은 공간 훔치고 싶은 디테일
공상찻집 도라노코쿠 지음, 김슬기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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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고향이 바닷가이다. 십 년 전에는 횟집이 대다수였지만 이제 바닷가는 카페가 점령했다. 하지만 대부분 바다라는 전망만을 이용한 단순한 카페가 대부분이라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빼면 서울의 카페들보다 못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도쿄 카페 멋집》을 더욱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마음에 든 카페에 가보고 싶다면 비행기부터 타야 하지만 저자의 인스타그램(@toranocoku)을 통해서 더욱 선명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어서 빈티지 카페 75곳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저자 공상찻집 도라노코쿠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성이 돋보이는 감성 카페를 소개하는 일본의 카페 전문 인플루언서이다. 《도쿄 카페 멋집》에 소개된 모든 카페가 아름답다. 화려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래된 것에서 풍겨 나오는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다. 거기에 모든 카페들이 각자가 가진 특색이 확실해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책을 펴면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이 책 읽는 법'이라는 친절을 만날 수 있다. 본문의 내용은 100년이 넘은 건물의 카페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건축가 프랑크 로이드가 설계한 건물에 자리한 카페까지 정말 다양한 멋짐을 뽐내는 감성 카페들을 볼 수 있다. 카페의 약력을 소개하고 'INFO' 인포메이션을 통해서 주소, 영업시간 등을 찾아오는 길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멋짐은 '찻집 100배 즐기기'에서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이다. 도기와 자기의 차이를 설명하며 구별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고, 카페에서 사진 잘 찍는 방법도 보여준다.


아름답고 특별한 도쿄의 카페 75곳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차의 향기를 좋아하고 찻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책이다. 카페에 대한 설명을 글보다는 사진으로 하고 있는듯한 점도 좋았다. 정말 다양한 멋짐을 찾아볼 수 있는, 개성 넘치는 특별함이 가득한 감성 카페 와의 만남을 권하고 싶다. 정말 특별한 테마로 무장한 도쿄의 카페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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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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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스 브루터스 부스는 셰익스피어를 연기하는 연극배우로 그의 죽음이 모든 미국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 재능을 이어받은 아이들이 다시 연극배우로 능력을 발휘하면서 '부스'가문은 연극으로 명문가로 자리 잡는다. 이 책 《부스 BOOTH》는 그런 부스 가문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중심은 연극배우로 엄청난 성공을 이룬 아버지 주니어스 브루터스 부스도, 아들 에드윈 토머스 부스도 아닌 존 윌크스 부스이다. 미국 역사를 잘 모르는 까닭에 존 윌크스 부스가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링컨 대통령이 암살 당했다는 것은 알았고 바로 그 범인이 존 윌크스 부스라고 한다.


'이 비상한 가족 가운데 가장 평범한 아이이다.(p.22.)'로 소개된 로절리가 부스(BOOTH)가문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역사소설《부스 BOOTH 》는 시작한다. 로절리를 시작으로 에이시아와 에드윈이 화자話者로 등장한다. 존의 형제들이 등장해서 이야기에 신뢰감을 높여주고 있는 듯하다. 또한 작가 캐런 조이 파울러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의 중심이 암살범 존이 아니라 암살범의 가족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할아버지는 비록 술에 빠져 살았지만 도망친 흑인 노예의 도주를 도와주었고, 아버지는 노예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아이가 이후 노예 해방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링컨을 쏜다. 왜 그런 걸까? 원인을 찾아 존과 함께 미국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흥미와 재미 그리고 의미까지 폭넓게 섭렵하고 있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책의 겉모습은 부담스러운 벽돌책이지만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맛있는 책이다. 소설이 가진 재미와 역사가 가진 흥미를 멋지게 조화시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들려주고 있는 멋진 소설이다. 거기에 '셰익스피어 작품의 명문장'들이 더해져 600여 페이지의 벽돌책을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존이 방아쇠를 당기기까지의 삶을 만나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벽돌책을 완독한 성취감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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