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알비다스 슐레피카스 지음, 서진석 옮김 / 양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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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를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알비다스 슐레피카스가 들려주는 너무나 아픈 이야기를 만나본다. 소설은 2차대 전후 사라지게 된 동프로이센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 후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 점령지의 여성들과 아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에게 점령당한 패전 독일의 동프로이센은 지금은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주이다.


이 책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의 원제는 『내 이름은 마르톄』이다. 원제가 더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리투아니아 이름 마리톄를 처절하게 외치고 다니는 독일 소녀 레나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동프로이센은 '죽음이 일상이 된 세상이었다.(p.23)'


그 속에는 미래도 오늘도 없이 바로 지금만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어린아이들은 죽음을 너무나 빨리 배워버렸고, 또 삶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친구를, 동료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렇게 독일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그렇게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야 했던 동프로이센 사람들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다.


p.89. 천국의 바람이 날라다 주는 듯 시간이 게으른 몸짓으로 거무튀튀한 겨울 구름을 밀어내면서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다.


레나테에게 시간은 너무나 천천히 흐른다. 그렇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작가는 위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 표현만으로도 이 소설의 작가가 시인이기도 하다는 소개가 충분히 이해된다. 250 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의 소설이지만 내용도 읽는 속도를 늦추게 했고, 시처럼 함축적인 표현을 맛보는 것도 읽는 속도를 늦추게 하는 책이다. 독일인들도 잊은 역사를 찾아서 들려주고 있는 작가의 열정과 생각이 너무나 좋았다.


p.101. "전 레나테 슈카트예요. 1939년 4월 1일에 태어났고 부모님 이름은 루돌파스랑 에바예요."…(중략)… "너희들 독일 사람이라고 어디 가서 자랑하면 안 돼. 하지만 기억하고 있어야 돼."


재미나 흥미로 접근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닌듯하다. 동프로이센이라는 곳에서 마지막으로 살다가 추방당하고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슬픔과 애환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을 잊지 말라며 암기를 시키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전쟁은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도 전쟁은 벌어지고 있고 아이들은 원인도 모른 체 숲으로 들어가고 있을 것 같아 슬프고 아프다.



"양철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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