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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등 - 개정판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럴줄 알았다.
이전의 박범신 작가님의 책에서 느꼈던 치열하고 먹먹한 느낌을 또 받을줄 예상했다.
핏빛 표지와 강렬한 제목. 30여 년에 걸친 잔인한 사랑이라는 말에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이 너무 보란듯이 맞아 떨어져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사랑. 참 대단한 사랑이 많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지독한 사랑이 있다.
서영우, 민혜주, 노상규. 그들은 도대체 어떻길래 평생을 그렇게 사랑하나에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모든것을 넘어설 수 있었던 영우와 혜주.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이 더 많았는데 그들에게 함께 하고 안 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아프면 그만 놓아버릴만도 한데, 그만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데
죽음까지 가야했던 그 사랑을 지켜내는 그들이 참 안타깝고 아프다.
혜주를 갖기 위해 잘못된 사랑을 선택하고 그녀를 괴롭힐 수 밖에 없었던 상규.
그에게 있어서 사랑은 그런 것이였다.
표현이 서투르고, 너무 앞서가는 엄청난 사랑이 그 자신도 감당할 수 없었던 사랑.
잘못된 사랑 방식이였지만 한 순간도 혜주의 마음을 가질 수 없어서 외롭고 쓸쓸했을 그 사랑 또한 안타깝고 아프다.
시대적 환경이 달랐다면, 그들의 배경이 달랐다면 조금 더 편하고 쉬운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죽을때까지 버릴 수 없는 사랑.
가장 아름답기도 하지만 참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는 사랑.
단 하루의 만남이 평생을 그리워하는 사랑이 될 수도 있고,
몇년간의 죽을 것같은 사랑이 한 순간에 끝나버리기도 하는 사랑.
그들은 사랑을 각자의 사랑의 모습으로 지켜냈다.
치열하고 지독하고 가슴 시리게 잃어버린 사랑의 원형을 찾아가는 그 여정에 동참하면서
함께 지독하게 마음 아팠지만 외등 하나 밝혀 놓아야겠다.
분노, 두려움, 외로움을 없애기 위한 외등이 아닌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의 외등을 말이다.
작가님이 1993년에 문화일보에 연재하다가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미완성으로 남겨두었던 것을
이렇게 다시 완성 시켜서 정말 다행이다.
그들의 외등을 무사히 밝힐 수 있게 되서 정말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