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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8월
평점 :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사람들중 마지막 한 명이 살아있다는 가정으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된다.
TV속에 마지막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이 나왔다.
그녀는 TV속의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피해자요.." 라는 말을 읊조린다.
냇가에서 다슬기를 잡던 그녀가 트럭에 태워지고, 기차에 태워지고 만주로 가게된다.
일본인 부부 감시아래 어린 소녀는 매일같이 일본군인에게 몸이 짓밟힌다.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너무 어린 소녀가 매일같이 고통을 당한다.
거의 먹지 못하고, 고문을 당하고,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칼에 찔려서 피를 흘리고,
임신을 하고, 자궁을 드러내고, 총에 맞아서 죽고,
물이 없어 물대신 자신의 피와 아편을 함께 먹고 죽는 소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동물에게도 못할 짓을 어린 소녀들에게 하는 그들의 모습은 "악마"라는 단어로도 모자르다.
상상만으로도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시간들을 매일같이 겪는 소녀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이런 삶을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낫겠다'라고.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소설적구성을 한 것이라서 책 속에서 벌어진 일이나 대화들은 허구적 상상이 아닐 것이다.
내가 그동안 알았던 사실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였다.
가까스로 살아서 돌아온 소녀는 아니, 어른이 되어서 돌아온 그녀는 고향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다.
보살핌을 받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고사하고 혼자 외롭게 살아간다.
몇 십년이 흘렀어도 그 때의 일들이 기억나 여전히 고통속에서 살아간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마치 죄인처럼 혼자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매일같이 TV 뉴스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살아남은 마지막 한 명의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위안부"라는 소재만으로도 아프고 잔인한데 작가의 표현과 묘사들은 정말 더 잔인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밑바닥에서부터 살생의 욕구를 느껴본 적이 거의 처음이였던 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이 어쩌구 저쩌구 다 필요없고 정말 싹 다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그렇게 외치고, 사실을 말했는데도 나는 그동안 무엇을 듣고 본 것인지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죽고 싶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실제 그 고통을 당했던 분들은 오죽할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의 기억.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아픈 기억.
"나도 피해자요" 라는 단 한 문장이 가슴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