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눈물을 흘리며 두근거리는 내 삶에 감사를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결국은 울고 말았다.
읽으면서 울컥 울컥하는걸 겨우 참았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는 눈물이 흐르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너무 담담해보이는 어린 소년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생각하니,
또 그 소년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해보니 가슴이 저려와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떤 책을 고를때 제목, 작가, 줄거리, 서평등 꼼꼼하게 이것 저것 살펴보고 끌려서
읽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처럼 단순히 표지와 제목만으로도 바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파스텔톤의 산뜻한 표지와 내 마음까지 두근두근 거리게 만든 제목.
책만 보고서는 처음에 로맨스 소설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무런 정보없이 읽기 시작했고, 17세 나이에 80세 신체를 가지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주어진 삶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소년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고, 호기심에 가득할 사춘기 나이에 너무 어렸을때부터 아파서인지 모든것을 깊게 감수하는 소년.
어린아이같지않은 깊은 마음때문에 그런 소년이 얄밉기까지 했다.
차라리 소리내서 울기도 하고, 아프다고도 하고, 화도 냈다면 마음이 더 편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상황이 마치 자신의 운명인냥,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인냥 침착한 소년을 보니 아픈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나라면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말이다.


이웃에게 도움을 받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스스로 자청해서 나간다고도 했는데
동정을 바라게되는 상황일 수도 있는 것을 자신의 마음보다 치료비를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위한다니 정말 대단하고 또 대단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년의 눈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진지하면서도 담백하고, 가끔 피식하는 웃음이 나기도 했다.
억지로 웃음코드를 담은것도 아닌데, 몰입해서 진지하게 읽다가 중간 중간 나도 모르게 미소도 짓고, 살짝 웃기도 했다.

자칫 진지하고 슬프기만한 분위기로 끌고갔다면 그냥 그런 슬픈이야기로 식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담백하고, 소박하고, 진지한 느낌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 조화를 이뤄서 참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
얼마나 즐겁게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부모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하는지,
소중한 마음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 주기도 했다.

 

소년이 엄마의 뱃속에서 두근두근 쿵쿵 느꼈던 엄마의 심장소리가
마지막 순간에 엄마의 배를 만지며 다시한번 두근두근 쿵쿵 느꼈던 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소년에게 두근거리는 인생을 만들어주었다.

 

일평생 두근거리며 살았던 소년.
지금 내 심장에서 쿵쿵 두근거리듯 소년의 두근 두근 쿵쾅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하 수 있다는 건
 흔지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그러니까 어는,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그리고 마음이 아플 땐 반드시 아이처럼 울어라 - 50p

 

 그애들, 앞으로도 그러고 살겠죠?
 거절당하고 실망하고, 수치를 느끼고, 그러면서 또 이것저것을 해보고.
 그 느낌이 정말 궁금했어요. 어, 그러니까... 저는...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어거든요 - 172p

 

 아주 오래전, 어머니의 뱃속에서 만난 그런 박자를,
 누군가와 온전하게 합쳐지는 느낌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 하나를 비로소 알아낸 기분이었다.
 그건 누군가를 힘껏 안아 서로의 박동을 느낄 만큼 심장을 가까이 포개는 거였다. - 320p

 

독특하고 재밌는 도서관 이야기.

환상 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어느 날 내게 불쑥 도착한 책 한권.
바로 '환상 도서관'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환상 도서관' 이라는 제목과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죽도록 없애고 싶은 책,책,책'이라는 띠지문구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모두 책과 도서관을 주제로 하는 판타지 이야기다.
'가상 도서관', '집안 도서관', '야간 도서관', '지옥 도서관',
'초소형 도서관', '위대한 도서관'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각각의 단편 제목만으로도 기대감이 들었다.

 

한 편 한 편 읽을때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했다.
지금껏 어디서 들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한편으론 '혹시 나도?'라고 상상해볼 수 있는 연결 고리 느낌도 들어서 판타지지만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속에서 누구나 갑자기 마주칠 수 있는 상황들이 더욱 매력적이다.

 

나의 인생이 기록되어 있는 책이 있다면
우체통에 계속 책이 쌓인다면
영원히 책만 읽게된다면
덮고나면 내용이 바뀌는 책이 있다면
정말 상상만으로도 설레이고 흥분된다.

겪지 못한 신비한 체험을 도서관이란 장소에서 겪는다면 위험이 없는 꿈같은 경험을 해볼 수 있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한바탕 꿈을 꾼 듯한, 비밀의 문을 나온 듯한 기분에 참 좋았다.

 

판타지 장르에 대한 별 흥미가 없었는데 이런 종류의 이야기와 재미라면 자주 접하고 싶다.


같은 주제로 이렇게 다양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의 역량에 다시한번 놀랐고,
정말 책 제목 그대로 환상적인 도서관에 다녀왔다.
어느 날 문득 나에게도 이런 재밌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가끔 가는 도서관에 갈때마다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길 것 같다.
아니면 오늘 밤 꿈속에서라도.

소설만이 아닌 누구나의 이야기.

비하인드
심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5월

"비하인드"라는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그녀의 비밀스런 회사 뒷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도 이미 몇년차 직장인이기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있었다.
어쩌면 나도 똑같이 겪었던 일들에 대한 시원한 속풀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겠냐만은 이 책은 바쁘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마 드라마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스트레스 받는 업종중의 하나로 광고회사가
많이 비추어졌기때문에 그러리라 생각도 들지만 조금은 식상한 면도 있었다.

여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 깐깐함과 잘난척과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상사,
연애도 맘처럼 잘 안 되는등 그렇게 힘들게 회사 생활을 하는 그녀.
어느 날 부회장 딸이라는 여자가 낙하산처럼 상사로 들어와서 온갖 스트레스를 더 받게되는 그녀다.

 

학생때같았으면 단순히 소설이라고 치부해버릴지도 몰랐겠지만
이미 몇년차 직장인으로서 이 얘기는 단순히 꾸며진 얘기만이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는 그 누구의 이야기라도 될 수 있다는 공감을 했다.

그 공감대가 한편으론 참 안타깝고 씁쓸하기도 했고,
상사에게 복수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대리만족감이 들어 통쾌하고 재밌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정말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쁘고 스트레스 받아도 그나마 좋아하는 일, 배우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것만으로 많은 위안이 될 것이다.
전공을 살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나도 가끔 일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때면
혼자 "행복한 삶이란 뭘까"하는 거창한 생각까지도 하게 된다.

 

어느 자리에, 어느 역할을 하던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은 있는 법.
책을 읽으면서 나 혼자만의 스트레스와 불만은 아닌것 같아서, '그래 다들 이렇게
힘들게 직장생활하고, 그 속에서 나름 만족감과 행복을 찾으면서 사는거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속시원한 비밀 이야기가 궁금해서 시작한 책이였는데
읽으면서 안타깝게 생각되던 그녀가 다 읽고나니 오히려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누구나 다 나름대로의 힘든 일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비슷비슷하게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즐거움의 발견이 차이가 나는듯하다.


예전에 어디선가 보았던 문구가 생각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오늘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열심히 즐기기 위해 스스로에게 화이팅을 외쳐본다.

조금 더 긴장감이 필요한..

잃어버린 날개, 윙스 ㅣ 윙스 시리즈 1
에이프릴린 파이크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5월

판타지 장르에 별 관심이 없던 내가 트와일라잇으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의 매력을 느꼈고,
이제는 조금씩 접하기도 할때 표지부터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을 발견했다.
예쁜 꽃잎 두장이 그려져있는 분홍색 표지가 매력적인 판타지 소설 윙스.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궁금했다.

 

평범한 한 소녀의 등에서 어느날 날개가 자라기 시작한다.
당황한 소녀는 날개의 정체가 식물의 꽃잎임을 알게되고,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그러다 숲 속에서 타마니라는 남자를 마추치면서 자신의 정체를 조금씩 알게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중의 첫번째 이야기기때문에
아직 초반부의 사건 설명과 시작만 제시해놓은 부분이라서 어떤 느낌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판타지 부분의 한 형식처럼 로맨스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아직 긴장감이나 애절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로렐"과 일반 생활속의 남자친구 "데이빗"
그리고 요정계에서의 남자친구 "타마니"의 나이나 분위기가 어린 느낌이라서
앞으로의 로맨스가 어떤 느낌을 줄지 조금은 조심스런 예상을 해본다.


 
아직 초반부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트와일라잇'책과 인물 구성도가 비슷한 점은 조금
식상하지만 식물의 꽃잎를 날개로 가지고 있는 요정이야기라는 점이 기대감을 들게 한다.

다음 책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긴장감과 몰입도가 생기길 바라본다.

제목과 내용이 딱 맞는 책.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ㅣ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기존에 읽었던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제목과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금은 가벼운듯한 제목과 재밌어보이는 표지.
'유머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분야라는것에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시작했다.

 

까칠한 집사로 모시는 아가씨에게 독설을 서슴없이 내뱉는 인물과
재벌집 딸인데 신입형사로 일하고 있는 여자가 등장한다.
6가지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고, 사건이 발생하면
그녀가 사건현장에 나타나고, 집에 온 후에 집사에게 사건을 이야기하게되면
까칠한 집사가 놀라운 추리로 해결해주는 이야기다.


6가지 이야기가 모두 같은 형식으로 되어있고,
각 이야기마다 까칠한 집사와 아가씨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꼭 순서대로 읽지 않고, 끌리는 이야기부터 읽어도 괜찮다.


 
그녀에게서 사건에 대해 의심나는 부분이나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까칠한 집사가 타당한 이유를 하나씩 제시하며 범인을 지목할때는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조금 더 놀라운 반전이 담긴 사건이였다면 좋았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유머가 담긴 추리라는데 작가의 생각에 공감을 못해서인지 유머부분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해서 아쉽다.
유머쪽으로 공감했다면 오히려 가벼운 사건들과 잘 어울렸을지도 모르지만
유머에 공감을 못하다보니 읽는데 방해가되는 부분이 되었던 것 같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많은 책을 읽었지만 조금은 색다른 형식의 책을 접한 것 같아서 신선한 느낌은 든다.


머리 아프고 심각하게 추리소설을 읽고 싶지 않다면, 조금 가볍게 읽고 싶다면,
제목처럼 사건이라기보다도 '수수께끼'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이 책이 괜찮을 것 같다.


다 읽고나니 제목이 책의 내용을 정확히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