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
아오키 카즈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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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로 소품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을 손에 드는 순간 무척 행복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아이들이 다 자라서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바느질이나 뜨게질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만들어 주는 일도 드물어 졌다.

그래도 손수건이나 천으로 만든 손가방에 아기자기한 수를 놓는 경우는 종종 있다. 

올 여름 너무나 더워서 손수건이 필수품이었다.

지인들에게 평범한 순면 무지 천을 뜨다가 손수건을 만들어서 선물했다. 

천연 염료로 알록 달록 물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염색을 하지 않은 흰바탕에 장미 한 송이를 수놓았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장미자수 디자인]은 이제 큰 작품을 만들일이 없어진 나에게 소소한 기쁨을 안겨 주었다.

중고등학교 가정시간에 배워 두었던 프랑스 자수의 기본인 자수 이름들이 정겨웠다.

레이지 데이지 스티치, 지금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버튼 홀 스티치, 새틴스티치, 프렌치 너트스티치등에다가 새로운 응용으로 스파이더 웹 로즈와 스파이더 웹 오즈에 카우칭을 더한 아름다운 장미꽃을 보는 순간 밀쳐두었던 반짓고리를 끌어당겨 수를 놓고싶은 충동에 빠졌다.

 

[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에는 여러가지 장미 자수도안도 곁들여 놓았다. 바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거기다가 이야기가 있는 도안도 있고 어린왕자, 잠자는 숲속의 공주, 빨간머리 앤까지 아름다운 동화를 예쁘게 수놓은 작품들을 실었다.

저자인 아오키 카즈코씨가 장미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와 더불어 나에게는 생소한 장미꽃들의 이름도 많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 사는 것이 참 아쉬웠다.

나이가 들수록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정원을 어떻게 가꾸겠나 싶기도 하지만 또 막상 뜰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뜰에 자라는 생명들을 가꾸는 재미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지로 모른다.

향이좋은 장미에는 벌레들이 많이 꼬인다고 한다. 아오키 카즈코 여사는 장미 정원에 허브를 같이 심을 것을 권한다.

허브가 벌레를 좇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늘을 같이 심으면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장미의 향기로움을 마늘의 고약한 냄새가 덮어버리면 어쩌지?

 

나는 [타샤 튜더]처럼 정원을 가꾸면서 내가 하고 싶은 바느질을 하고 책을 읽고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늙어가고 싶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렇게 된다면 [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같은 책들을 늘 들추어보면서 행복해 할 것 같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아오키여사의 실레 정원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가꾼 작은 장미 정원이 자수와 함께 어우러졌다면 생동감이 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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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도
소날리 데라냐갈라 지음, 김소연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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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파도]는 2004년 12월 26일 스리랑카를 덮친 지진 해일로 인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한 순간에 다 잃고 홀로 살아남은 여인의 수기이다.

이 글을 쓴 소날리 데라냐갈라는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영국의 캠버리지 대학을 유학을 하고 런던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재원이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영국인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스리랑카에 살고 있는 부모님께 왔다.

평소에 자주 가던 스리랑카의 남동부 해안의 얄라 국립공원의 조그마한 호텔에 묵고 있었다.

그들이 여행을 마치고 떠나려던  순간 하얀물거품을 일으키며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보게 된다. 

평소에 창밖으로 바다가 있다는 것도 감지하기 힘든 위치의 호텔에서 말이다.

위험을 직감한 소날리는 화장실에 있던 남편을 다급하게 불러내고 본능적으로 두아이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그

들이 지프차를 타고 막 출발한 순간 파도가 삼켜버리고 그녀가 어느 나뭇가지에 걸려 생명을 부지 했을땐 모든 것이 사라진 후였다.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부모와 남편과 자식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것이다.

이 책은 홀로 살아남은 그녀의 처절한 하소연이었다.

처음 몇년간은 그녀가 살아갈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자포자기하고 술과 수면제로 연명하다가 어느날부터인가는 부모님의 집에 세들어사는 사람들을 스토킹하다가 겨우겨우 주변의 감시와 도움으로 조금씩 이성을 되찾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가족이 모두 사라진 런던의 집으로 돌아오는데도 몇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가족과의 행복했던 추억때문에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고 이웃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견뎠다.

가족의 숨결이, 추억이 배여있는 장소나 물건때문에 무너져 오열하지만 그렇게라도 하고 나면 오히려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었다. 

남편과 처음 만났던 시절을 회상하고 같이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함께 만들어간 시간들이 지금의 그녀가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주는 듯했다.

 

가족이 내 눈앞에서 몽땅 사라져 버린다면 홀로 남은 삶을 견딜 수 있을까?

나도 소날리처럼 따라 죽으려고 할던가, 미치던가 둘중하나일 것이다.

더구나 자식을 앞세운다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을것 같다.

내가 뭔가를 이루었을때 함께 기뻐해줄 누군가가 없다면 내가 이룬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기란 참 어려울 것 같다.

현제 그녀는 재난복구를 포함한 경제발전 분야의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늘 대비해야겠다 

 

이 책에서 소날리 데라냐갈라는 7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읽기도 아주 편하고 남편과 아이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부분을 읽을때는 정말 행복한 가정이었다는게 절절히 느껴졌다.

단 이책의 단점이라면 번역을 하신분의 '~했더랬다'라고 하는 말버릇이 읽기에 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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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달린다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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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 먹었을때,

마크 롤랜즈가 짐작한 대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그가 달리기의 효용가치에 대해서 역설할 거라고 생각했다.

심오한 철학을 담았으리라는 기대보다 달리기의 예찬 정도가 아닐까라고.

자신의 멋진 논리를 펴서 결국은 독자를 달리기에 입문하도록 설득할 거라고.

프롤로그를 읽으면서부터 그가 쓰려는 내용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기대는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그는 효용에 근거한 가치인 도구적 가치는 항상 그 자체가 아닌 외부의 다른 것에 있으며,

그 다른 것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의 근원이라고 했다.

 

이게 뭔말이여?

달리기의 효용에 근거한 도구적 가치,즉 건강을 위해서라던가 여가선용을 위해서라던가는 진정한 가치가 아니란 말인가?

 

여기서부터 나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어린시절의 아일랜드에서 부츠라는 개와 함께 꾀 높고 가파른 언덕을 매일같이 달렸던 이야기며,

마이애미 에서 달리기를 시작했을때,

아무런 굴곡도 없이 평평하기만 한 거리를 달려보고는 너무 시시해서 달릴 의욕조차도 상실했다는 이야기에서는

이 철학자의 성격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짐작이 되었다.

그는 어린시절에그냥 놀이로 달리기를 했다면, 청년시절엔 자신의 소유물을 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개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집안 물건에 발산하기 전에 달리기로 소진시키자는 의도로 말이다.

어떤 의도로 달리기를 시작했건 간에 그에게 달리기는 어떤 목적이나 이유를 넘어서 달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가치 철학이 여기에서 끌려나온다.

그는 도구적 가치만 있는 것은 일이라고 했다. 100%공감한다.

그리고 슐리크라는 철학자는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은 일종의 놀이라고 했다.

도구적 가치가 있다라고 하는 말은 그 가치가 항상 외부에 있다는 말이라고 한다.

즉 무언가를 위해서 라는 단서가 외부에 있는 가치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달리는 행위자체를 즐기면 달리기는 순수한 가치가 있는 놀이이지만 무엇을 위해 달린다면 그건 일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42.195km의 마라톤 구간을 달리다가 반환점인 21km에서 그만 둘수도 있었지만 다리의 근육에 통증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달리기 자체를 즐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달리는 철학자 마크 롤랜즈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에게 놀이가 되는 것, 그 자체 때문에 하는 것을 찾아라. 그리고 그것을 할때  너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사람을 찾아라.

돈이 얼마가 되더라도 그 자체 때문에 하는 것을 좇아야기 돈을 좇아서는 안 된다. 항상 일이 아니라 놀이인 것을 찾아라-p244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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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뮈스 - 광기에 맞선 인문주의자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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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뮈스]를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철학서적을 읽으면서 이렇게 즐겁게 읽었던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흥미로운 책들이 많았지만 [에라스뮈스]에는 비길 수가 없다.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에라스뮈스]가 살았던 시대상황이 나의 흥미를 돋구는 요소가 되어주었고 이 책이 [에라스뮈스]라는 한 인간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거의 철학을 함께 논했기 때문이었다.

시대적 배경도 중세의 어둠을 깨고 르네상스의 바람이 온 유럽을 관통했으며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들도 정말 흥미로웠다. 그래서 에라스뮈스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1466년대 말에서 1536년 에라스뮈스가 죽을때까지의 행적들과 관계들을 함께 읽었다. 

그와 조우했던 영국의 휴머니스트 토마스 모어나 영국왕 헨리8세,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1세,카를5세는 따로 책을 찾아가면서 읽었다.

예전에 헨리8세에 대해서는 1000일의 앤과 결혼하기 위해서 로마교황청과 등을 지고, 수장령을 발표하여 잉글랜드 교회의 수장에 올라 18년간이나 혼인관계를 유지했던 첫부인과 이혼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헨리8세가 사생활은 문란했는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아주 강력한 군주였으며 나라를 잘 다스린 왕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가 헨리 8세의 이혼을 반대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아서 처형당했다는 사실에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에서는 에라스뮈스라는 인물을 아주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하고 있다.

그의 성격적인 우유부단함이나 대인적 면모나 소인배의 면모등을 과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에라스뮈스는 취향이 너무나 고상하고 온건하고 합리적이고 때로는 너무 허약하여 그 시대에 이름을 날 수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 종교개혁을 이루었던 루터나 칼뱅같은 강철같은 의지나 추진력백절불굴의 일관성 성실성 등이 보이지않는다.

그러나 그가 종교개혁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관가하지 않았다.

그는 마르틴 루터장칼뱅 로욜라같은 불같은 혁명가는 아니었지만 그가 펴낸 엄청난 저작들은 동시대인들에게 뿐아니라 후대에 걸쳐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역사의 다른 시점에서 금방 눈에 띄지 않지만 물론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면 요한 하위징아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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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몽요결 - 올바른 공부의 길잡이
이이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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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띄엄띄엄 공부한 시간들을 합친다면 내가 한학에 입문한지가 꽤 오래된다. 초등 3학년무렵부터 여름밤이면 평상에 나와서 천자문을 함께 읽곤 했다. 내가 팔남매의 일곱째이고 딸이다보니 한문을 곧잘해도 아버지의 관심이 집중된 적은 한번도 없다. 단지 남자형제들에게 가르치는 중에 나도 같이 끼여서 공부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기싫어하는 아들들과는 달리 아버지의 관심또는 사랑을 받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했고 오빠들과 남동생을 제치고 앞서나갔다. 천자문을 떼고 나서는 소학을 배웠고 추구와 격몽요결도 공부했다.그후엔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한문공부는 중단되었다.

아버지는 소학은 강조하셨지만 격몽요결은 별로 크게 치지 않으셨다. 소학에 있는 내용들 중에 꼭 알아야할 내용을 간추린 정도라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오히려 소학에 나오는 글들을 많이 외우게 했는데 지금도 앞문장을 보면 뒷문장이 줄줄 읊어지는 내용들이 많다.

이번에 연암서가에서 나온 격몽요결은 원문과 더불어 직역한내용과 해설한 내용까지 붙여서 독자가 이해하기 아주 쉽게 엮어놓았다. 특히 원문아래 붙여 놓은 주석은 한문상식이 전혀없는 사람들이 봐도 읽는데 무리가 없도록 해 놓았다. 거기다 원문에는 한글로 토를 달아놓아서 한자를 읽는데 막히지 않게 친절을 베풀었다. 주석만 읽어도 제법 공부가 되어서 참 좋았다. 특히 한문 문법에 약한 나에게는! 

격몽요결의 주요내용은 이이가 서문에 밝힌대로 뚯을 세우고 몸을 잘 간수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고 일을 올바로 처리하는 방법을 간략히 썼다고 했듯이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고 이치를 추구하고 올바로 행동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을때 어떤 책부터하는 것이 좋으며, 자신의 몸가짐은 어떻게 해야하고 자식된 도리는 어떻게 하며 예를 어떻게 지키고 사람들과는 어떻게 사귀며 생활해야하는지를 전반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인들이 이책을 읽으면 지금과 맞지않는 점이 너무 많아서 받아들일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장례나 제례에 관한 내용은 현실에 맞출 수가 없다. 하지만 형식은 따르지 못하더라도 그 시대의 정신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간직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교적인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이 유교적인 예에 얽매이는 것조차 거부하기도 하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사람의 70%이상이 제사를 지낸다고 본다면 무리한 글은 아닐 것이다.

참 오랫만에 다시 읽은 [격몽요결]이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하고 생각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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