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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도
소날리 데라냐갈라 지음, 김소연 옮김 / 나무의철학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천개의 파도]는 2004년 12월 26일 스리랑카를 덮친 지진 해일로 인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한 순간에 다 잃고 홀로 살아남은 여인의 수기이다.
이 글을 쓴 소날리 데라냐갈라는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영국의 캠버리지 대학을 유학을 하고 런던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재원이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영국인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스리랑카에 살고 있는 부모님께 왔다.
평소에 자주 가던 스리랑카의 남동부 해안의 얄라 국립공원의 조그마한 호텔에 묵고 있었다.
그들이 여행을 마치고 떠나려던 순간 하얀물거품을 일으키며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보게 된다.
평소에 창밖으로 바다가 있다는 것도 감지하기 힘든 위치의 호텔에서 말이다.
위험을 직감한 소날리는 화장실에 있던 남편을 다급하게 불러내고 본능적으로 두아이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그
들이 지프차를 타고 막 출발한 순간 파도가 삼켜버리고 그녀가 어느 나뭇가지에 걸려 생명을 부지 했을땐 모든 것이 사라진 후였다.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부모와 남편과 자식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것이다.
이 책은 홀로 살아남은 그녀의 처절한 하소연이었다.
처음 몇년간은 그녀가 살아갈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자포자기하고 술과 수면제로 연명하다가 어느날부터인가는 부모님의 집에 세들어사는 사람들을 스토킹하다가 겨우겨우 주변의 감시와 도움으로 조금씩 이성을 되찾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가족이 모두 사라진 런던의 집으로 돌아오는데도 몇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가족과의 행복했던 추억때문에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고 이웃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견뎠다.
가족의 숨결이, 추억이 배여있는 장소나 물건때문에 무너져 오열하지만 그렇게라도 하고 나면 오히려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었다.
남편과 처음 만났던 시절을 회상하고 같이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함께 만들어간 시간들이 지금의 그녀가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주는 듯했다.
가족이 내 눈앞에서 몽땅 사라져 버린다면 홀로 남은 삶을 견딜 수 있을까?
나도 소날리처럼 따라 죽으려고 할던가, 미치던가 둘중하나일 것이다.
더구나 자식을 앞세운다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을것 같다.
내가 뭔가를 이루었을때 함께 기뻐해줄 누군가가 없다면 내가 이룬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기란 참 어려울 것 같다.
현제 그녀는 재난복구를 포함한 경제발전 분야의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늘 대비해야겠다
이 책에서 소날리 데라냐갈라는 7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읽기도 아주 편하고 남편과 아이들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부분을 읽을때는 정말 행복한 가정이었다는게 절절히 느껴졌다.
단 이책의 단점이라면 번역을 하신분의 '~했더랬다'라고 하는 말버릇이 읽기에 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