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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몽요결 - 올바른 공부의 길잡이
이이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8월
평점 :
어린시절 띄엄띄엄 공부한 시간들을 합친다면 내가 한학에 입문한지가 꽤 오래된다. 초등 3학년무렵부터 여름밤이면 평상에 나와서 천자문을 함께 읽곤 했다. 내가 팔남매의 일곱째이고 딸이다보니 한문을 곧잘해도 아버지의 관심이 집중된 적은 한번도 없다. 단지 남자형제들에게 가르치는 중에 나도 같이 끼여서 공부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기싫어하는 아들들과는 달리 아버지의 관심또는 사랑을 받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했고 오빠들과 남동생을 제치고 앞서나갔다. 천자문을 떼고 나서는 소학을 배웠고 추구와 격몽요결도 공부했다.그후엔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한문공부는 중단되었다.
아버지는 소학은 강조하셨지만 격몽요결은 별로 크게 치지 않으셨다. 소학에 있는 내용들 중에 꼭 알아야할 내용을 간추린 정도라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오히려 소학에 나오는 글들을 많이 외우게 했는데 지금도 앞문장을 보면 뒷문장이 줄줄 읊어지는 내용들이 많다.
이번에 연암서가에서 나온 격몽요결은 원문과 더불어 직역한내용과 해설한 내용까지 붙여서 독자가 이해하기 아주 쉽게 엮어놓았다. 특히 원문아래 붙여 놓은 주석은 한문상식이 전혀없는 사람들이 봐도 읽는데 무리가 없도록 해 놓았다. 거기다 원문에는 한글로 토를 달아놓아서 한자를 읽는데 막히지 않게 친절을 베풀었다. 주석만 읽어도 제법 공부가 되어서 참 좋았다. 특히 한문 문법에 약한 나에게는!
격몽요결의 주요내용은 이이가 서문에 밝힌대로 뚯을 세우고 몸을 잘 간수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고 일을 올바로 처리하는 방법을 간략히 썼다고 했듯이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고 이치를 추구하고 올바로 행동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을때 어떤 책부터하는 것이 좋으며, 자신의 몸가짐은 어떻게 해야하고 자식된 도리는 어떻게 하며 예를 어떻게 지키고 사람들과는 어떻게 사귀며 생활해야하는지를 전반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인들이 이책을 읽으면 지금과 맞지않는 점이 너무 많아서 받아들일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장례나 제례에 관한 내용은 현실에 맞출 수가 없다. 하지만 형식은 따르지 못하더라도 그 시대의 정신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간직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교적인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이 유교적인 예에 얽매이는 것조차 거부하기도 하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사람의 70%이상이 제사를 지낸다고 본다면 무리한 글은 아닐 것이다.
참 오랫만에 다시 읽은 [격몽요결]이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하고 생각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