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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까지 75센티미터
안학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5월
평점 :
자전적 소설이 독자의 심금을 울리려면 무엇보다 글의 진솔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안학수 작가의 [하늘까지 75센티미터]를 읽으면서 참 진실하다고 느꼈다. 특히 충청도 사투리가 글의 묘미를 한층 더 해줬다. 그저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어린아이에게 가해진 어른의 발길질이 아이가 엄청나게 큰 무게로 짊어져야만 하는 멍애가 되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얼마전 과일을 깎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그래서 늘 쓰던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치솔질을 하려니 얼마나 힘들고 불편하던지! 신체적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의 삶은 참 고단하다. 마음은 비 장애아와 똑같이 뛰어놀고 있는데 몸이 마음대로 안 따라주니 그 심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아이들은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영혼이 순수한 어린아이일 수록 더 본능적으로 행동한다고 들었다. 약육강식의 본능에 따라 저보다 약한 아이를 따돌리고 괴롭힌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정도 철이 들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생겨서 약한 친구를 도와주기도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본인의 삶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마음은 어떻겠나! 특히 부모의 마음은 갈가리 찢어질 것이다. 그래도 신체적 장애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이보다는 좀 덜 하지 않을까? 물론 이건 옆에서 보는 입장이 겠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이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그러나 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평생까지도 걱정하는 나날을 살아야만 한 다. 이 소설의 주인공 수나의 어머니가 수나에게 하는 말이 얼마나 절절한가.[너랑 나랑 같이 죽자]
그래도 이 소설 속의 주인공 수나는 행복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 아침 마다 kbs제1tv에서 가족을 찾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내용의 절반이상이 너무나 가난한 가정이라 자식을 누구에게 양자보내거나 고아원에 맡기거나 해서 이산가족이 되어버린 사연이었다. 수나네 집도 참 가난 했지만 성실하고 부지런한 부모님덕에 수나는 굶거나 버림받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난 참 행복한 유년을 보냈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시절에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의 사랑속에서 공부만 열심히 했으면 되었고, 넓고 큰 집은 아니었지만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집이있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튼튼한 몸으로 온 동네를 누비며 뛰어놀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아쉬움이라면 소설 후반부에서 수나의 청년시절이 너무 장황하게 그려지지않았나 하는 점이다. 물론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보니 그랬다고는 하지만 차라리 청년시절이 없이 소년시절까지에서 잘 마무리가 되었다면 더 빛나는 글이 되지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충청도 사투리를 정말 맛깔스럽게 잘 써서 글의 묘미를 한층더 잘 만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