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의 문인기행 - 글로써 벗을 모으다
이문구 지음 / 에르디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문구의 문인기행]을 읽으면서 이상히도 다산 정약용의 詩論이 생각났다. "不愛君憂國이면非詩也요, 不像時憤俗이면 非詩也요,非有美刺勸懲之義면 非詩也라(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요,시절을 아파하지 아니하고 세속에 분노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요, 찬미와 풍자와 권선과 징악의 뜻이 아니면 시가 아니다.)" 이문구 선생이 정말 이런 분이 아니었나 싶다. 시절을 아파하고 세속에 분노하면서 온몸으로 한 시절을 살다간 문인. 그는 꼭 자기처럼 살다갔거나 살아내고 있는 문인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이분의 글이 좋기로유명하지만 걸죽한 입담과 이마를 탁치게 하는 문학적표현들은 정말 기가 막혔다. 짐짓 지루한 남의 이야기일수도 있는 문학작가들의 신변잡기를 문인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재미나게 풀어갈 수 있다니 참 걸출이 남다르다. 책의 부제처럼 글로써 벗을 모은게 확실하다.

 

 -수돗가에는 눈만 흘겨도 초록 물감이 뚝뚝 떨어지게 젊은 벽오동과 늙숙한 측백나무가 두 팔을 벌려 하늘을 가리키고, 뜨락을 가로막은 탱자 울타리는 가지런히 손이 가서 노친이 혼자 사는 집 같지가 않다.-본문P71

 

눈만 흘겨도 초록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벽오동이란다. 어느 여름날 보았던 벽오동에 대한 서술이다. 시인이 아이고서는 도저히 표현해 낼 수 없는 멋진 표현이다. 계절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의 표현에서 녹음이 짙어질대로 짙어진 어느 맑은 여름날에 고은 시인의 생가를 찾아갔구나를 짐작했다. [황석영]선생님의 입담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의 글담에는 견줄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분이 기행한 작가들은 세상이 다 아는 거목들도 많지만 이름조차 생소한 겨우 등단을 하고 세상에는 썩 알려지지않았으나 온몸으로 글앓이를 하다가신 참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그리고 세상이 다 아는 작가이든, 아니든 이분들의 공통점은 대단한 주당이란 점이다. 이런 대단한 말술들과 절친이었던 선생님은 주왕이나 주신에 가깝지 않을까! [박상륭] 선생님을 나중에 죽어서도 술없는 천당보다 술있는 지옥행을 자원할 酒仙이라고 하셨다. 주선과 막상막하이시니 이문구 선생님도 동급이지 않겠나.이문구 선생님이 평균수명 100세의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에 비교적 아까운 연세인 64세에 지병으로 세상을 등지신 것도 아무래도 애주탓이라 여겨진다. 허구헌날 술타령, 글타령이었던 작가와 살아내신 사모님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나라면 생계도 책임지지못하면서 시만 붙들고 술타령만 하는 남편을 이해해주며 살아줄 수 있었을까. 베스트 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를 바라면서. 차라리 로또를 바라는게 더 쉬울 것 같다. 아무튼 이문구 선생님은 술에 취하고 글에 취하고 벗에 취해서 살다가신 멋진 분이다.

오랫만에 좋은 책을 만나 참 행복했다. 내친김에 우리 아이들이 어릴때들려주었던  이문구 선생님의 동시집에 백창우씨가 곡을 붙인 [개구장이 산복이][울보자숙이]를 다시 들으면서 선생님의 [관촌수필]과[내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를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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