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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 - 조선 엘리트 파워
안승일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4월
평점 :
내게 김옥균이란 이름은 갑신정변을 이끌었던 인물이란 점보다는 나보다 한살 아래인 같은 이름의사촌동생이 있어 더욱 확실하게 각인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동생도 김옥균과 같은 나이에 죽었다. 물론 김옥균처럼 파란만장한 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지병으로 외롭게 죽었다.
사촌이지만 어린시절 친 남매처럼 자란 사이라 더 안타깝게 가슴속에 남아있는 아픔이다.
그리고 바둑이 취미인 나는 김옥균이 바둑의 고수라는 점도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바둑과 관련된 그의 일화를 찾아보기도 했다.
김옥균과 젊은 그들이 주동했던 갑신 정변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들은 급히 일본에서온 우편선 치세도마루호를 타고 일본으로 망명하게 된다.
그런데 그들이 치세도마루호로 몸을 피해왔을때 그 배의 선장인 쓰지카쿠 사부로는 일본 공사관 다케조가 김옥균 일행을 배에서 내리라고한 명령을 어기고 목숨을 구해 준다.
그후 김옥균이 일본 망명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여러 일본 명사뿐 아니라 신분의귀천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방면의 사람들, 오지사하라 섬에서는 와다 엔지로라는 소년과의 우정까지 아주 폭넓은 사람들과 교우한다.
이런 점을 보자면 김옥균의 인간성이 어떠한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박영효처럼 권위주의에 빠져서 고고한척하는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인의 풍모를 갖추었던 인물이었다.
이책에서는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급진개화파의 인물들과
그후 갑오개혁에서 을사늑약까지 활약했던 온건 개화파의 주요인물들까지
그들의 생애와 사상을 짧게 남아 되집어 보고 거기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준 책이었다.
그 때 활약했던 대부분의 인물들이 진정 나라를 걱정했고 외세에 대항해서 조선이 어떻게 해야하느지를 치열하게 고민했으며,
나름대로 행동하다가 죽어간 사람들이었다.
을사늑약이후까지 살았던 사람들은 일부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조선 독립을 위해 일했다.
박영효가 일제강점이후 철저하게 친일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그의 김옥균에 대한 평가를 보면 아주 치졸한 인간성을 잘 보여준다.
어려서 부마가 되어 주위사람들에게 대감소리를 들으며 받기만 해보아서 남을 포용하거나 배려할 줄 모르는 심성을 가지게 되지않았나 생각된다.
서재필 박사에 대해서는 존경하던 마음이 많이 감해졌다.
조선인이길 거부하고 미국 유학이후에는 영어로만 말하고 일기까지 영어로 썼다니 철저히 미국인으로살아간 이기주의자라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조선 독립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니 조금의 위로는 된다.
그리고 서광범과 김홍집 편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진정한 선비가 아니었나 싶다.
철저한 준비없이 정변을 읽으켜서 화를 자초했던 급진개화파들에 비해 김홍집을 비롯한 어윤중, 김윤식등의 생각이 오히려 합리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왜 이시대에 다시 김옥균과 젊은 그들에 다시 논하는가라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지금의 우리가 그들의 모험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결론짓고 있다.
참 알차게 잘 엮었다. 나는 이책에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러나 안타깝게 생각 되는 점도 있었다.
고종이 철저히 무능하고 마누라의 치마 폭에 쌓여 줏대없이 처신했다고 되어있다.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러기만 했을까?
그리고 명성황후 민씨를 처음부터 끝까지 민비라고 칭하고 있다.
그녀가 자신의 친정세력을 동원해 정치에 깊숙히 관여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이 식민지 왜곡 역사에서 자신들의 조선침략을 정당화하기위해
고종을 무능한 왕으로, 명성황후 민씨를 치맛바람을 일으켜 나라를 말아먹은 왕비로 서술했다.
그리고 그들은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격하시켰다. 한마디로 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것을 정당화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일본의 그런 시각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무척 안타깝다. 어느 대의 왕비도 그냥 성만 붙여서 부르지는 않는다.
이 점 외에는 참 유익한 책이었다.
다음 쇄를 찍을 땐 이 점을 고쳐서 인쇄한다면 훨씬 좋은 책이란 평을 들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