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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난 뱀파이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뱀파이어 이야기뿐 아니라 환타지소설류 대부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지 전쟁]을 읽고도 별로 감동을 받지 못했다. 어떤 이가 아마도 잘못된 번역본으로 읽어서 그럴 거라고 했다.
새로 [반지의 제왕]으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는데 책이 아주 재미있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 이미지를 망쳐서 그런지 다시 읽기가 싫었다. [반지의 제왕]을 읽은 아들이 아주 재미있다고 했다.
[렛미인]을 처음 소개 받았을때 뱀파이어 이야기란 소리에 읽고 싶지 않았다.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우정과 사랑이라고 해서 [트와일 라잇]류의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읽기를 포기 했었다.
그런데 이번달 책읽고 영화보기 모임에 선정된 책이 [렛미인]이었다. 책도 두껍고 시간도 없어서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책을 빨리 읽는 사람으로 뽑혀서 강제로 나에게 책을 안겨주었다.
"언니가 먼저 읽고 다른사람들에게 돌려요"
어쩔 수 없이 책을 가져와서 잠자기 전 머리맡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책에 몰입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무도 친구해 주지 않는 외톨이 소년에게 낯선 이웃의 소녀가 너와 친구가 될 수없을거라는 말부터 한다. 그렇게 시작된다.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 아귀가 착착 들어 맞아서 저절로 책에 몰입되어갔다.
연속된 살인사건. 피만 쫘악 빠져버린 시체. 눈이 하얗게 내린 백야의 북유럽.
여러가지 배경들이 으스스한 분위기가 예상되지만 생각처럼 무섭지도 으스스하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가 끄덕 거려지면서 아련한 서글픔같은 게 느껴진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왕따를 시키는 아이도 왕따를 당하는 아이도 그들만의 사연이 절절하다. 주변의 어른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렛미인]은 스토리의 짜임이 아주 좋다. 그리 오랜 기간의 이야기도 아니다.
3주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의 이야기인데도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허술하지도 않다.
12세 아이가 주인공이라 혹 청소년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
백야의 흐릿함을 닮은 현실과 환상이 넘나드는 몽환적인 분위기속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스톡홀름의 계획도시 블라케베리다. 이곳은 과거도 교회도 없다.
공동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서민들이 모여 든다.
노동자계급, 알코올중독자, 결손가정, 왕따, 비행청소년, 동성애자, 소아성애자. 한마디로 뭔가가 모자라는 인간들이다.
그들에게 백야의 북유럽처럼 완전히 어둡지도 완전히 밝지도 않은 삶이지속된다.
말하자면 복지 포퓰리즘이 부불려진 현대 스웨덴을 고발하는 내용이 한 축이다.
그 빠져 있는 틈으로 뱀파이어가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12세 소년과 아릿따운 뱀파이어 소녀의 사랑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서늘한 슬픔이랄까? 아련한 아픔이랄까? 그런 여운이 있었다.
누구나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소설은 오락성이 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강한 메세지를 뇌리에 박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