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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 리베 디히 ㅣ 바다로 간 달팽이 12
변소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이히 리베 디히]는 독일국적의 한국인 입양아, 즉 독일인과 결혼한 작가의 작품이다.
작중 주인공 카이는 한국인 엄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독일에서 살고 있는 고3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 속을 차지한 느낌은 꼭 우리 집 큰아들 같다는 것이었다. 우리 큰아들은 지금 군대를 갔다 와서 대학 2년에 다시 복학해서 다니고 있다. 군대를 가기전에는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취해서 다녔다. 군대를 갔다 와서는 공부도 좀 하면서 알바도 하면서 자신의 앞가림을 더 잘 하는 것 같다. 여자 친구와는 어떻게 지내는지 부모인 우리에게는 노코멘트다. 물론 담배도 못피로 대마초는 꿈에도 꾸지 않는 순박한 대학생이다.
이 소설 속 고3 팀은 우리나라 대학생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자 친구에게 관심이 많고 졸업시험을 통과 못할까봐 걱정하면서도 밤새 친구들과 춤추고 술 마시고 논다. 카이의 엄마 성숙은 우리나라의 모든 엄마들과 똑같은 마인드를 가진 딱 봐도 전형적인 한국여자다. ‘꼭 나랑 똑 같아!’ 를 연발하며 읽었다.
“팀 놀다보면 노는데 익숙해져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수 있어.지금 말고 시험이 다 끝난 다음에 실컷 놀면 되잖아?”
내가 우리아이들에게 늘 하던 말이었다. 대안 교육을 한다는 내가 말이다. 우리 셋째는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얼마전 대안학교 부모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학부모 교육이 있었다. 거기에 강사로 오신 김명철 선생님이 그러셨다. 제발 힘을 빼라는 말을 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쓰는 힘을 빼고 무심해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자에 나오는 行不言之敎를 이야기 했다. 말로 가르치려고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교육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부모들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팀의 아빠 카이의 말이다
“괜찮아 공부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착하고 좋은 심성은 아무나 가질 수 없어. 팀, 너는 세상에서 가장 센 경쟁력을 천부적으로 타고 난 거야. 우리아들 최고!”
작품 속의 카이는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보지 않고 인격체로 대하고 있는 반면 성숙은 자식을 자신에게 붙여놓고 돌보아야하는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간섭하고 잔소리하고 그래야 조금이라고 바로 나갈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잔소리로 경계선을 그어놓으려고 한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엄마가 빼앗는 줄도 모르고.
“지켜봐주면 언젠가 스스로 하게 돼 있어. 경계선은 엄마가 그어 주는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찾아서 긋는 거야.”
[이히 리베 디히]는 오랜만에 만난 참 좋은 소설이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