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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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등학교를 입학하기도 전부터 였던 것 같다. 그 시절엔 책이 귀했다. 위로 형제가 많았던 나에게는 언니 오빠의 교과서가 처음 대해 본 책이었다. 언니가 읽어 주었던 옛 이야기나 이솝우화는 아직도 기억할 정도이다. 집에는 책이 귀했다. 아버지가 보시던 사서 삼경은 대부분 서궤에 담겨 자물쇠가 채워져 있거나 높은 시렁위에 얹혀 있었다. 우리가 범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니 나만의 책이 생겼다. 그러니 그 책이 얼마나 소중했겠는가. 내가 한글을 깨치고 입학을 했는지, 모르고 입학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책을 마르고 닳도록 봤던 기억은 난다. 이야기를 좋아했던 나는 국어책과 바른생활 책을 특히 좋아했고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일까? 점점 공부가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고전읽기라는 책을 거의 강매하다시피했다. 그때 나가 가지게 된 책은 우리나라 옛이야기와 프랑스의 옛이야기 책이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푸른수염이야기를 그 책을 통해서 읽었다. 아주 책 표지가 너덜너덜할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그 시절 읽던 책은 지금 남아있지 않다. 아버지에게 천자문을 배울때 썼던 책도 남아있지 않다. 그후로 나는 독서광으로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집에 책이 없으니 도서관을 이용할 수 밖에. 학교도서관책은 사실 책을 많이 읽는 다는 걸 은근히 자랑하려고 읽었다. 아무튼 책과는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서나 그림책 위주로 보다가 남편과 주말부부가 되면서 점점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집안에는 책이 쌓여갔다. 지금 우리집에 있는 책은 대략 4천에서 5천권 쯤 된다.


[서재에 살다]를 읽어면서 내가 절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에 미친 사람은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소장하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꼭 사고 본다. 사실 장르늘 가리지 않고 책을 본다. 굳이 따진다면 판타지나 로맨스같은 소설들은 사절이다. 그리고 내가 소장한 책을 누가 빌려가서 주지 않으면 그 사람과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내 책이 소중한 만큼 빌려읽는 책은 깨끗이 보고 꼭 돌려주려고 애쓴다. 그리고 일단 읽고 난 후에 정말 괜찮은 책은 꼭 구입해서 소장한다.

[서재에 살다]에 소개된 조선 후기의 여러 서재의 주인들이 자신의 서재에 특히 공을 들이고 편액을 달고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있기에 그들의 서재에서 힌트를 얻고 싶은 마음 또한 절실하다.


[서재에 살다]에 소개된 서재 중에 내 마음과 가장 닿아 있는 서재는 서형수의 필유당이었다. "吾子孫必有好學者"라는 말에서 서재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이 서재에서 공부한 내 자손 중에 학문을 사랑하는 아이가 나와서 나라의 동량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을 넣은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묻기를 왜 공부를 하냐고 하면 내가 자주 하는 대답이 있다. "아이들에게 고스톱 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 것 같아서"라고.

[서재에 살다]에 소개된 서재는 조선 후기의 북학을 주도했거나 북학에 빠졌던 인물들의 서재들이다. 책에도 소개 되었지만 정조임금의 위대함을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떤 인물이 통치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조선 초에 세종대왕이 집현전을 통해서 인재를 키우고 학문과 출판을 장려하고 주도했다. 그리고 조선후기에는 정조대왕이 규장각을 통해서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인재를 등용하고 학문과 출판을 주도했다. 그래서 북학이 꽃핖 수 있었다.

그리고 북학을 주도했던 인물중엔 부유한 경화세족도 있었지만 끼니를 걱정하며 평생을 살아야 했던 서얼출신의 학자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들의 서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억지로 꾸미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에 맞는 운치와 여유와 철학을 담아 서재의 편액을 걸었던 것이다. 서재의 편액만 봐도 주인의 인품을 느낄 수 있다.

정말 멋진 삶이다. 꼭 내가본받고 싶은.


 나는 늘 "좀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서재를 꾸며야지" 하고 맘먹는다. 나의 철학을 담은 기품있는 편액을 붙인 진짜 서재 말이다.  지금은 거실이 서재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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