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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온 세월이 40년을 넘기면서 부터 노후의 삶에 대해서 가끔 생각한다. 아이들이 한창 공부를 하고있는 지금이야 그저 아이들 뒷바라지만 열심히 하면 그만이지만 아이들이 하나, 둘 내 손에서 떠나고 나면 어느새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시골 생활을 해 보지않았기때문에 전원생활을 한다거나, 노후 대책을 잘 해서 실버타운으로 입주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나나 남편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가족의 종교가 천주교이다. 남편과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은퇴 후에는 성당에 열심히 다니면서 봉사활동이나 하자는 것이다.
박완서님의 '호미'를 읽으면서 전원 생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면 아파트를 떠나서 작은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 어른들께서 지금 사시는 모습도 박완서 선생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은 분들이라 시골에 사시지만 농사는 모르시고 그렇다고 도시의 자녀들과 합하려고 하시지도 않으신다.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사시면서 화초를 가꾸시고 고추모종이나 상추 정도를 화단 모퉁이에 가꿔 드시는 정도이다. 어쩌면 가장 평화로운 노년을 즐기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선생님의 글은 참 잘 읽힌다. 편안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선생님 글이 정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호미처럼. 호미는 다른 농기구와는 달리 오른손 잡이에게는 오른쪽으로 둥그런 날이 있는 것을 써야하고 왼손 잡이에게는 왼쪽으로 둥그런 날이 있는 걸 써야한다지 않는가! 호미를 여러번 봤지만 왼손잡이 용이 따로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호미'야 수필이라서 그렇다쳐도 소설들도 그렇다. 문체에 미사여구나 기교를 부린 곳이 없이 그저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았다는 느낌이다. 이것이 노 작가의 노련미일 것이다.
'호미'는 이분이 여러 곳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 같다. 그래서 더러는 낮익은 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질리지않고 읽히는 것은 꾸밈없고 소박한 삶이 엿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당에서 자라는 여러가지 화초들에게 말을 걸어가며 호미질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아련히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