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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8, 9년 전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몇 페이지 넘기다가 그만두었다. 우선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아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감이 컸고, 업무를 보는 중간에 독서를 하는 나로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 책이라 읽을 기회를 많이 잃었다. 그 후 독서 모임에서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와 [자본론 공부]를 읽었다. 둘 다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는 책은 다 읽지 못했지만, 퇴근 후 저녁 준비를 하면서 유튜브로 강의를 들었고,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는 책이 얇아서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다 읽었다.
그리고 올해 같은 독서 모임에서 고병권 선생의 [다시 자본을 읽자]를 함께 읽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이 어렵다고 하니 감히 원본을 읽을 생각을 못 하고 해설서들만 주구장창 읽어 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은 달랐다. 읽고 난 뒤 정말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고 싶어졌다.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은 일본인 학자 시라이 사토시 선생이 쓴 책이다.
제목이 참 좋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코로나19로 힘든 사람이 너무 많다. 나도 작년 한 해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제목에서부터 자본론을 삶의 무기가 된다고 극찬하지 않는가!
작가는 서문에서 자신이 [자본론]을 처음 접하게 된 동기를 풀어놓았다. 내가 자본론을 읽으려 시도했던 동기와 일부는 같고 또 다른 면도 있지만, 분명 서문부터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도록 충분히 흥미로웠다.
작가는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어려운 용어와 독자가 힘들어할 부분을 매우 쉽게 설명했다. 특히 영국, 일본의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거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인 사건을 제시해서 이해를 도왔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시작된 경우는 많이 언급되었기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에서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내용을 자세히 언급한다. 일본의 시초축적 과정도 매우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내 시선을 끈 내용이라 소개한다.
‘1929년에 세계 대공황이 터진다. 이 일로 인해 농촌의 현금 수지를 지탱하던 양봉업이 망하면서 농촌 생활은 파탄에 이른다. 그 결과 일본이 저지른 것이 만주 사변이다.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하고 농촌의 과잉인구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대륙으로 진출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활로를 찾겠다고 침략전쟁을 저지른 것이다.급속한 발전 끝에 외국과 전쟁을 일으키고 끝내 파탄한 것이 일본 자본주의의 독특한 점이다.’-p192~193
참 솔직한 설명이다. 미국이 세계공황을 불식할 수 있었던 것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시라이 사토시 선생뿐 아니라 여러 학자들이 이미 주장한 내용이지만 전쟁이 유효수요 부족에 대한 특효약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이 여러 나라에서 벽에 부딪힌 지금, 전쟁을 통해 자본을 축적해 잉여가치를 획득하고 싶다는 유혹이 커져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섬뜩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싸움을 하는 가운데, 자본적 요구가 합치되어 전쟁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그 현장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가 한국인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은 마르크스의 [자본] 입문서이지만 그 배경에 깔린 테마는 신자유주의타도라고 천명했다.
-현재는 신자유주의 시대라고 전제한 상태에서 그것에 대한 대항책으로 [자본론]을 생각하고, 다양한 방향에서 신자유주의를 조명할 목적으로 이책을 쓴다. 신자유주의를 조명하는 관점 중 하나가 데이비드 하비의 말처럼‘신자유주의는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계급투쟁’이라는 것이다.-P213
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이 작가에게 감동했고,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제껏 읽은 [자본]해설서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