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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평점 :
스티븐 킹의[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매우 감동했다. 그의 소설들이 엄청 재미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글을 써서 도전했던 그의 습작 노력에 대한 감동이기도 하다.
[나사의 회전]은 스티븐 킹이 "위대하고 초자연적인 공포소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소설을 읽기도 전에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나사의 회전]은 시작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비슷하다. 데카메론이 흑사병을 피하려고 시골 별장에 모인 열명의 열가지 이야기라면, 이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고가에 모인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괴담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는 한가지 이야기이다. 물론 화자가 직접 경험한 일은 아니다. 자신이 짝사랑한 어느 여성이 겪었고, 그녀의 일을 글로 써 둔 것을 사람들에게 직접 읽어 주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서두를 읽기 시작한 내 느낌은 마치 [폭풍의 언덕]을 읽을때 같은 뭔가 스산하고 암울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반이 지나면서부터는 '이 거 뭐지?'하는 의문이 더 강했다. 대단히 사악하고 무서운 유령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 유령들이 뚜렷하게 나쁜 짓을 한 것도 사악하지도 않았다. '유령이 진짜 나타나기는 했나?'하는 의심만 충만했다. 작가는 끊임없이 무슨 일이 곧 벌어질 것같이 몰아가지만 실상 별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자신은 유령을 보았고 유령들이 아이들에게 엄청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전혀 독자를 설득하지 못하했다. 글의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고 솔직히 전혀 괴기스럽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물론 무슨일이 곧 벌어질 것같고, 반전이 일어날 것같이 이야기를 이끄는 능력은 탁월했다. 한마디로 가독성은 있었다. 소설을 끝까지 읽도록 만든 글재주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별로 벌어진 일도 없었고, 반전도 없었다. 전혀 괴담스럽지않은 그냥 평범한 이야기였다. 끝까지 읽은 뒤의 내 느낌은 "완전 배신당했네!"였다.
스무살의 가정교사는 어린 아이들을 잘 다루었고, 아이들도 가정교사를 무척 잘 따랐다고 하는데 설득력이 없었다. 어떻게 아이들이 잘 따르게 만들었지? 라는 의문을 풀어주지 못했다. 차라리 아이 눈높이에서 신나게 놀아주었다거나 가정교사가 죽은 엄마와 닮아서 아이들이 편안해 했다고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기숙학교에서 퇴학당했다는 이유도 석연찮았다. 아이가 나쁜말을 했다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마지막에 아이가 죽은 이유도 난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가정교사가 유령이라고 했던 전임 가정교사와 죽은 하인이 아이들의 진정한 친구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의 어떤 면을 보고 '위대한 초자연적 공포소설,이라고 했을까?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니까 초자연 스럽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위대하지도 공포스럽지도 않았다.
100년도 넘은 작품이니 역사성은 인정해 주어야겠지만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