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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너에게
벌리 도허티 지음, 장영희 옮김 / 창비 / 2004년 10월
평점 :
얼마전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방과후 학교에서 부모 성 교육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하기 전에 부모들부터 성에 대해 바로 알아야겠다는 취지였다. 초청된 성교육 강사는 대상이 성인이라 실제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성교육 프로그램보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다뤘다. 성이 개방되어있는 서양의 초등고학년들에게 하는 내용이라며 애니메이션 한편을 보여주었다.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남여의 신체에서 성은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성숙해간다. 남녀 각각의 성기는 어떻게 생겼다. 남녀의 성감대는 어느 어느 부위이다. 이성교제시 어떠 어떠한 것들을 유의 해야한다. 성행위시 체위도 다양하다. 피임 도구는 어떠한 것들이 있다. 등등.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셋이나 낳도록 그렇게 구체적인 성교육은 처음 받아봤다. 저런 교육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나 늦어도 결혼전에 받는다면 정말 아름다운 성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성의식등을 고려하면 수능이 끝나고 진로가 결정난 고3들이 받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이성교제도 자유로워지니 말이다.
<이름없는 너에게>에 나오는 헬렌과 크리스는 성 생활이 우리나라보다 휠씬 자유로운 영국의 고등학교 졸업반이다. 둘은 매우 사랑하는 사이다. 그리고 단 한번의 실수로 아기를 갖게 된다. 둘다 졸업과 동시에 가게될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서를 받아 놓은 상태이다. 그런데 헬렌이 아기를 가지는 바람에 앞으로의 진로를 재고해 봐야 한다. 남자인 크리스 보다는 여자인 헬렌에게는 정말 치명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이다. 결국 헬렌은 아기를 낳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계획도 수정할 수 밖에 없다.
이책은 아직 세상 밖으로 나가 보지 않은 십대들의 임신을 다루고 있다.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해서 겪게 되는 심리적 고통은 말 할 것도 없다. 두 사람이 만든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쪽보다는 여자쪽이 휠씬 불리하다. 사회적 시선도 그렇고.
이제 막 자신의 꿈을 쫓아 나아가려는 순간 시작해 보기도 전에 처음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면 참으로 기가 막힐 것이다. 이책에선 자신의 미래의 모습이 어떠하고 싶으면 지금의 나는 어떤 것들을 참고 기다려야하는 지를 조용히 일깨워 준다.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면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에게 열번의 성교육보다 휠씬 큰 효과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문학성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기의 아버지가 될 크리스를 화자로 삼은 점도 탁월하고, 헬렌의 입장을 태어날 아기에게 쓰는 편지형식으로 다뤄준 것도 참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