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왼쪽 길로 - 전5권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상은이 삶은 여행이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그 전에 박흥용은 삶은 여행이라고 그림을 그렸네.

아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 5권 세트를 주문해 놓고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할머니 밑에서 자란 상복이가,

돈 벌어온다던 엄마가 실은 재가를 했고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을 앞 호두나무에 불을 지르고는

문득 오토바이 하나에 의지하여 집을 나온다.

그리고, 찾아간 동네 누나 경희의 부탁으로 누군가를 찾는 여행을 하게 된다.

잡힐 듯 말듯, 보일 듯 말듯

계속해서 찾는 그 사람은 상복이를 피해가고

어느새 그 여행은 자신을 찾는 여행으로 변해간다...

 

5학년짜리가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다.

글자야 읽으면 되고 그림은 보면 되지만

그 속에 있는 삶의 의미와 성장통까지는 느끼지 못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가 어느 날, 좀 더 자라서 삶이 뭔가 고민할 즈음,

이런 책 한 권쯤 건네주는 엄마가 되면 좋을 것 같다.

정답은 엄마도 모르지만,

그런 고민은 너만 하는 건 아니란다, 하면서 말이다.

갑자기 애가 오토바이을 사 달라고는 안 하겠지.

혹시라도 그러면

'내 파란 세이버'를 내밀고,

너한테 자전거 있잖아, 해야지. ㅋㅋ

나랑 몇 살 차이 안 나지만 문화적 세대 차이가 있는 동생이

그림이 너무 오래된(말하자면, 구닥다리) 느낌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런 잔잔하고 간결한 그림이 편안해서 좋다.

안 그래도 자극적인 시청각 자료들이 넘치는데,

호두나무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약간 저속한 욕심까지 부린다면,

만화로 된 문화유산 답사기라고나 할까.

아이가 우리 나라의 산천과 유물과 역사에 관심을 가진다면 더 좋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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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말 아프단 말이야 국민서관 그림동화 79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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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로렌 차일드의 책을 좋아한다. 토마토부터 시작해서, 학교, 사자, 치아, 연극, 늑대, 지구, ..... 이건 그림책들이고,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클라리스 빈 시리즈도 3권 다 사 모았다. (우리 아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알고 보면 우리 딸도 그렇고.. 뭐가 그렇다고? 책 사모으는 거. 그거 참 좋아한다.) 우리 딸이 6살때 부턴가 매니아였으니 어언 그 역사가 3년을 넘는다. 롤라 시리즈를 보면, 그 재기발랄한 그림과 사건의 반전도 재미있었지만, 듬직한 찰리 오빠가 어찌나 멋지던지. 나도 저런 아들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게 멋진 오빠였다. 엄마나 아빠는 한 번도 안 나오고 모든 문제를 찰리가 해결해 내는데, 롤라가 무슨 떼를 써도 다 받아주니 동화속 왕자님 저리 가라,다. 찰리와 롤라가 어찌나 유명해졌는지 이젠 TV출연도 한다. 잠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방영을 했다. 이 책은 그 방영된 만화를 편집한 것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로렌 차일드의 작품은 아니다. 그게 서운하긴 하지만, 내가 힘 있나. 포로가 되었으니 순순히 굴복을 해야지.

우리 아들은 쌩~한 편이고, 우리 딸은 살갑고 다정하다. 롤라랑 닮은 점이라면 말이 많다는 것? 아들은 동생 돌보는 걸 정~말 싫어하고, 딸은 오빠랑 노상 붙어다니고 싶어 한다. 우리 아들, 열감기로 고생할 때 죽 사주라고 잔소리한 것도 딸, 이온 음료 사오라고 한 것도 딸, 오빠 잠자야 되니까 조용히 하라고 한 것도 딸, 오빠가 아프다고 신음하면 눈물을 흘린 것도 딸...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잠든 오빠 머리맡에 놔두는 것도 딸... 어째 찰리와 롤라와는 반대다. (같았으면, 이름을 바꿔야 했겠지. 찰리와 롤라라고.. ^^ )

찰리가 현실에 없는 오빠라서 멋진가. 모든 엄마들의 로망이라서 더 멋진가. 이렇게 양보 잘하고 배려 잘하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오빠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 좋아하는 축구 시합도 마다하고(사실, 마다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못 갔으니까) 동생 병간호를 하다니!! 에구, 우리 아들도 좀 그래 봤으면......

우리 딸, 책을 보자마자 냉큼 챙긴다. 당연히 자기건줄 안다. 왜? 롤라 책이니까. 만약 클라리스 빈 책이었으면 오빠를 갖다 줬겠지. 나는 로렌 차일드의 새로운 캐릭터와 책들을 기대해 봐야겠다. 롤라와 클라리스 빈도 사랑스럽지만, 너무 오래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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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다 환경지킴이 1
차보금 글, 김영수 그림 / 사파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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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받고는 표지가 너무 예뻐서 놀랐답니다.

지렁이 책이 예쁘리라고는 생각 못해봤거든요. (이런, 속좁은 편견이라니!)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하얀 표지에 입체로 새겨진 빗방울,

꿈틀꿈틀 기어가는 몇 마리의 지렁이들..

이제까지 지렁이에 대한 책이 주로,

사람의 입장에서 사람에게 유리한 대로 설명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 책은 순전히 지렁이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봄이는 지렁이가 징그럽다고 집어던지고, 봄이 아빠는 농약을 팍~팍! 뿌려 주시죠.

봄이네 땅에서 살 수 없게 된 지렁이들은 강이네 땅으로 생존을 위한 대이동을 하고,

그 덕에 강이네 밭에는 토마토가 쑥쑥 잘도 크네요.

샘이 난 봄이는 그제야, 지렁이가 귀한 줄을 알게 되지요.

착한 지렁이들이 봄이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네요.

입체적인 그림이 성의있어 보이고, 지렁이를 땅속의 착한 괴물로 표현한 것도 좋고.

’지구를 지키는 꿈틀이사우루스’가 문득 생각나는군요.(그건 초등학생용)

우리 딸에게 보라고 던져 놓았습니다.(오해 없으시길.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안 보이니까)

우리 딸,

지렁이를 조금만 사랑하게 되길.

아니,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서워하지나 말기를.



**역시 그 엄마에 그 딸... 뭔 소린고 하니

책 제목 보고 저는 '뱀이다~'노래가 떠올랐거든요.

우리 딸도 책 보더니 노래를 하네요.

지렁이다~아! 지렁이다~아!

ㅋㅋ 못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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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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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찜했던 책이다. 아직 아이는 초등학생이고, 내가 굳이 보자니 어쩐지 아깝고, 그런데 여기저기서 호평은 쏟아지고, 성격상 빌려보는 거 잘 못하고.... 그러다 샀다. 북콘서트를 하더라구. 황선미 작가의 ’들키고 싶은 비밀’과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 당장 초대받은 것도 아니고 신청을 하면서, 작가에 대한 예의상 책은 읽어야지 핑계 김에 샀지. ㅋㅋ 왜 핑계가 필요하지? 내가 보고 싶은 책, 그냥 사 보면 될 것을. 하여간, 받자 마자 짬짬이 없는 시간 쪼개가며 들고 다니면서 다 읽었다. 술술 잘 읽혔다.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었다. 김려령 작가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속도면에서는 ’완득이’ 압승이다. 김려령 작가, 상복도 많지. 두 권 다 큰 상을 받았다. 좋겠다. ㅠㅠ(좋은데 웬 한숨?) 여튼, 완득이 얘길 좀 해야겠다.

완득이, 달팽이처럼 집을 지고 다니는 아이이다. 언제든 싫을 때는 쏙~ 들어가면 된다. 학교 친구를, 세상을 모~두 왕따시키는 재주가 있다. 즉, 누구도 마음에 들이지 않는다. 그 곁에 절대로 완득이가 이겨내지 못하는 담임선생님, 똥주가 있다. 독설만 해대는 것 같지만, 우린 진작에 알고 있지 않은가. 독설가치고 마음 여리지 않은 사람없다고. 웬 악연인지, 완득이는 똥주와 마주보는 옥탑방에서 산다. 학교에서 시달리고 집에 와서 시달리고.. 견디다 못해 완득이는 똥주가 다니는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한다. 똥주를 죽여 달라고. 그런데 그 교회는 똥주의 교회이다. 똥주가 돈 주고 산 터라는 뜻이다. 그것도 소수민, 외국인 노동자의 쉼터를 교회로 가장한!!기도가 먹히겠냐고. 여튼, 완득이는 똥주 덕분에 생사도 몰랐던 (심지어 국적도 몰랐던) 베트남인 어머니를 만났고, 킥복싱도 시작했고, 여자친구도 생겼고, 난쟁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달팽이 등껍질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 과정이 지지부진, 지리멸렬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유쾌 상쾌 통쾌하게 전개된다. 킥복싱에 꽤나 소질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곧장 신인왕 탄생으로 전개되지도 않고 연습 게임마다 얻어터지기만 한다. 어머니를 만났다고 울며불며 당장 살림을 합치지도 않는다.

 ’완득이’의 장점은 쿨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 ’완득이’의 단점은 복수를 위해 교회로 간다는 것이 어째 70년대스러운 것이, 배경은 2000년대인데 완득이의 정서는 좀 진부하다는 것이지. 그래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요즘 청소년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스트레스 만땅의 공부에 찌들은 아이들을 그린 게 아니라서, 김려령 작가가 독특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엿보여서, 세상은 결국 그냥 그런 곳이 아니라 여전히 따스하고 살 만한 곳으로 그려주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콘서트에 초대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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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피셔 어린이 세계사 백과 사전 3 - 중세 초기 시대(501년-1100년)
킹피셔 세계사 백과사전 편찬위원회 지음, 연세 어린이 역사교실 감수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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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은, 백과 사전이라는 타이틀에 약간 겁을 먹어서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책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 걱정을 알았는지,

얇으면서도 사진 자료가 듬뿍 들어있는 멋진 백과사전이 왔네.

부담없이 한 권 한 권 읽어간다면 세계사가 공부가 아니라 놀이가 되겠다.

이 참에 세계 지도를 하나 준비할까 싶다. 아이랑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찾아보게.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교에서 혼자서 세계사를 선택했던 기억이 문득 난다.

다들 사회를 선택할 때, 사회 암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세계사를 선택했다가

난, 정말 죽을 뻔 했다. 물론 안 죽었다.

금방 포기해 버렸으니까.

그 때, 이런 책-킹 피셔 세계사 백과 사전이 있었다면

내가 포기를 했겠나 말이지.

이 책은

세계사의 긴 줄기를 한 권, 한 권

횡단면으로 잘라서 읽는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여러 가지 방법이 다 필요하겠다.

문명마다 주~욱 연결해서 읽기도 필요하고

이렇게 시대별로 세계를 다 훑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따라서, 시리즈가 다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한가지.

유럽에서는 9세기부터 유대인의 토지소유나 군입대를 금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독교도들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을 금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이 사업을 맡게 되었다.

따라서 유대인은 기술자, 의사, 상인 그리고 고리대금업자가 되었다.

유대인이 보호와 인정을 받자 반대로 미움을 받게 되었다.

왜 이게 중요하냐고?

베니스의 상인 같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편견(?)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나 알게 되었으니까.

다 알고 있는 걸 나만  몰랐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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