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준 선물 마음이 자라는 나무 5
유모토 카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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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치료 과제 중에서

나는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조원들과 함께 자료 분석 및 토의를 하게 되었다.

연령별 도서 자료를 구하고

 그 중 몇 권을 읽고, 또 분석하고....

’여름이 준 선물’은 청소년 대상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토의가 가능한 책으로 선정되었다.

읽어보니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살짝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련된 문체의 책이다.

처음부터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지만 읽다보니 가속도가 붙는다고나 할까.

 

서로 다른 세 친구-류,모리,하라-가,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의,

생각과 행동이 많아지는 시기에

문득 겪게 된 누군가의 죽음을 계기로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실험이라도 하듯, 동네에 사는 늙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기로 약속한다.

곧 죽을거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셋이 같이 또는 교대로 늘 담 밑에 숨어서 집 안을 살핀다.

그 죽어간다는 할아버지의 생활은 단조롭고 폐쇄적이고 은둔자적이다.

그저 지켜보던 아이들은 어느덧 그 할아버지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아빠가 생선 장사를 하는 하라가 회 한 접시를 할아버지 집 문 앞에 두면서 부터..

할아버지가 워낙 혼자 숨어살다시피 하니 집 앞에는 쓰레기가 쌓였다.

그 쓰레기 사이에서 담 너머를 엿보려니 냄새 때문에 힘들다는 미명하에

세 친구는 쓰레기를 몇 날 며칠 치우게 된다.

당연히 비밀스러운 관찰의 시간 종료,

할아버지와 세 아이들의 줄다리기 시작.

관찰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할아버지는 귀찮은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그 귀찮은 존재의 의식이라는 것 자체가

일면, 할아버지에게 삶의 이유가 되어가고...

금방 죽을 것 같던 할아버지는 오히려 생기가 생긴다.

급기야 구경꾼이 생기고,

뜻하지 않게 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게 된 할아버지와 세 아이들.

이제, 넷은 작은 가족이 된다.

어떤 이유인지 세 아이는 모두 부모와의 관계가 소원한 편인데

할아버지로 인해 부모의 울타리, 세대간의 정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오랜 시간 홀로 산 할아버지는 자기만의 동굴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아이들이 캠프를 떠난 동안,

할아버지는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겼지만 피하지는 못한 죽음,을 맞게 되고

아이들은...

자기들의 원래 보고자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죽음을 보게 된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인한 슬픔과 한편 소망.

늘 막연하고 두렵고 어설프고 뿌옇기만 하던 죽음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하라가 정답을 이야기하네.

나는 더 이상 저세상이 무섭지 않아. 거긴 내가 아는 사람이 하나 있거든.

죽음이란 곧 이별이지만

이별이 두려워 관계맺기를 거부할 수는 없는 일.

저세상에도  친구가 있으면 든든하겠네.

 

일본이 우리 나라보다 아동 문학이 발달하기도 했고,

그만큼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들이 선보이기도 했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이만한 깊이와  무게를 가진 책들이 잘 안 보이더라고.

앞으로 다양한 책들을 우리 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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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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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찜했던 책이다. 아직 아이는 초등학생이고, 내가 굳이 보자니 어쩐지 아깝고, 그런데 여기저기서 호평은 쏟아지고, 성격상 빌려보는 거 잘 못하고.... 그러다 샀다. 북콘서트를 하더라구. 황선미 작가의 ’들키고 싶은 비밀’과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 당장 초대받은 것도 아니고 신청을 하면서, 작가에 대한 예의상 책은 읽어야지 핑계 김에 샀지. ㅋㅋ 왜 핑계가 필요하지? 내가 보고 싶은 책, 그냥 사 보면 될 것을. 하여간, 받자 마자 짬짬이 없는 시간 쪼개가며 들고 다니면서 다 읽었다. 술술 잘 읽혔다.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었다. 김려령 작가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속도면에서는 ’완득이’ 압승이다. 김려령 작가, 상복도 많지. 두 권 다 큰 상을 받았다. 좋겠다. ㅠㅠ(좋은데 웬 한숨?) 여튼, 완득이 얘길 좀 해야겠다.

완득이, 달팽이처럼 집을 지고 다니는 아이이다. 언제든 싫을 때는 쏙~ 들어가면 된다. 학교 친구를, 세상을 모~두 왕따시키는 재주가 있다. 즉, 누구도 마음에 들이지 않는다. 그 곁에 절대로 완득이가 이겨내지 못하는 담임선생님, 똥주가 있다. 독설만 해대는 것 같지만, 우린 진작에 알고 있지 않은가. 독설가치고 마음 여리지 않은 사람없다고. 웬 악연인지, 완득이는 똥주와 마주보는 옥탑방에서 산다. 학교에서 시달리고 집에 와서 시달리고.. 견디다 못해 완득이는 똥주가 다니는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한다. 똥주를 죽여 달라고. 그런데 그 교회는 똥주의 교회이다. 똥주가 돈 주고 산 터라는 뜻이다. 그것도 소수민, 외국인 노동자의 쉼터를 교회로 가장한!!기도가 먹히겠냐고. 여튼, 완득이는 똥주 덕분에 생사도 몰랐던 (심지어 국적도 몰랐던) 베트남인 어머니를 만났고, 킥복싱도 시작했고, 여자친구도 생겼고, 난쟁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달팽이 등껍질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 과정이 지지부진, 지리멸렬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유쾌 상쾌 통쾌하게 전개된다. 킥복싱에 꽤나 소질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곧장 신인왕 탄생으로 전개되지도 않고 연습 게임마다 얻어터지기만 한다. 어머니를 만났다고 울며불며 당장 살림을 합치지도 않는다.

 ’완득이’의 장점은 쿨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 ’완득이’의 단점은 복수를 위해 교회로 간다는 것이 어째 70년대스러운 것이, 배경은 2000년대인데 완득이의 정서는 좀 진부하다는 것이지. 그래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요즘 청소년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스트레스 만땅의 공부에 찌들은 아이들을 그린 게 아니라서, 김려령 작가가 독특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엿보여서, 세상은 결국 그냥 그런 곳이 아니라 여전히 따스하고 살 만한 곳으로 그려주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콘서트에 초대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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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팔코네 - 메리메 단편선
프로스페르 메리메 지음, 정장진 옮김, 최수연 그림 / 두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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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팔코네-코르시카의 유지로, 사수로 이름이 높으며 또한 남자다움의 상징이기도 하고,  하여간 그 이름 하나로도 모든 사람을 벌벌 떨게 하는 힘이 있다. 딸 셋은 모두 키워 좋은 곳으로 시집 보내고, 늦게 본 아들 하나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었다. 그 아들이 열살 되던 해, 혼자 집을 보게 하고 부부가 일을 보러 간 사이 사건이 발생한다. 도망가던 산적의 숨겨 달라는 애원에 건초 더미 사이에 숨겨주었던 아들은, 뒤쫓아 온 경찰의 협박에는 비웃으며 여유를 보이다가 그가 내 보이는 은시계의 유혹에 넘어가 산적을 넘겨주게 된다. 때마침 돌아온 마테오 팔코네가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고, 분노에 찬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다가 총을 메고 아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그의 아내는 매달려 울다가 곧 체념하고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마테오 팔코네는 아들에게 알고 있는 기도문을 모두 외우게 한 다음,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아들에게 총을 겨눈다.  40쪽에 불과한 이 책에서, 마테오 팔코네의 감정은 분노 말고는 안 보인다. 아들에 대한 연민이나 사랑, 망설임 그런 것은 전혀 없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이 글을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뭐 이런 황당한 책이 다 있나,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고 책 뒤편의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서야 겨우 아주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글로 쓰여진 것은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있는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는 나에게는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거리가 필요했다. 글이라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생각하기 전에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메리메는 마테오 팔코네를 통해, 코르시카의 비정한 아버지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코르시카의 오랜 전통과 가치관을 알려 주는 것이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이 글은, 어쨌거나 하나의 상징으로 봐야할 것 같다. 지금은 이미 고루해지고 잊혀져가는 유물이 되고 있는 ’도덕성’이라는 가치에 대한 상징 말이다. 자식에 대한 애착이나 사랑보다도 신의와 의리가 더 큰 가치라는 것을 믿고 실천하는 한 사람의 과격한(!) 믿음에 대한 상징. 약속과 신의를 져버리는 한이 있어도 손해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요즘 사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믿음일 것이다.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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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사냥 보림문학선 7
레이 에스페르 안데르센 지음, 매스 스태에 그림,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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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며칠 동안 내게 무거운 짐이었다. 읽어야 하고, 느껴야 하고, 고통을 느끼다가 기어이, 토해내야 하는데 그 과정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 미루고 미루고 미루었다... 그러다 더 핑계거리가 없어진 어느 날, 책을 들었다. 시작하니 멈출 수는 없었다. 그 아이, 15세 정도라고 하니 마냥 어린 아이는 아니네, 보고 들은 것을 충분히 생각하고 묵히고 삭혀서 제 것으로 만들어 낼 만한 나이이다. 가난하나 평온했던 삶의, 어느 날. 과부인 그의 어머니가 하는 일은 남의 집 허드렛 일이나, 아픈 사람들을 보살펴 주는 일. 과부로 살면서, 아프고 힘들고 외롭고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욱, 그런 사람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었겠지. 그 분에 넘친 동정심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병을 낫지 못한 한 사람의 밀고(!)에 의해 마녀가 되고 만다. 다수가 마녀라고 몰아부칠 때, 혼자서 아니라고 하면 누가 그 소리를 들을까. 몇 날 며칠에 걸쳐 마녀 재판이 열리고, 무수한 증인이 나서고, 고문 끝에 마녀라고 거짓 자백을 한 어머니는 기어이, 불에 태워 죽임을 당한다. 아들은, 어머니를 구할 힘이 없는 아들은, 숨어서 그 모습을 다 지켜 본다. 그리고, 자신도 죽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있는 힘껏 길 위를 달리다가 한스라는 은둔자를 만난다. 한스는 말없이 들어주고 들어주고 들어주었다. 아이가 슬픔을 이기고 두려움을 이기고 평온을  되찾아가는 어느 날, 역시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일을 하는 한스에게 죽어가는 이가 찾아온다. 죽은 이는 죽어야 하지만 산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얼마 뒤, 한스에게도 부역감독관이 몇 명의 조수를 대동하고 찾아온다... 한 번 겪어도 일생 힘들 고통을 에스벤은, 두번 겪게 된다. 그러나, 처음보다 두 번째는 많이 고통스럽지는 않으리라. 한스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세상이 옳지 않음을, 그럼에도 세상을 향해 해야할 일이 있음을 배웠기에.
한스가 그런다. 진리라는 것들을 조심하라고. 이른바 참된 신앙에 매달리지 말고 건전한 의심을 추구하라고. 에스벤은 너무 어렵다고 한다. 나도 너무 어렵다.  목사직에서, 관청에서, 양심의 가책에서 도망쳐 다니던 한스가 드디어 한 오두막에서 머물러 자신을 죽이러 오는 세상과 마주할 때, 에스벤은 알았을까. 한스가 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머물러 있었는지.

어머니의 모습에서, 또 한스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표상을 발견한다. 에스벤은 베드로이거나, 또 다른 제자이거나, 또 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 이제 대답을 해야만 하겠다. 만약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괴롭힘을 당하는 쪽이 나은가 아니면 그 바깥, 괴롭히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는 것이 나은가. 나는, 괴롭힘을 당하는 쪽을 택하겠다. 그게 죽음이라고 할지라도, 죄를 짓지 않는다면. 그런데, 나는 내 의지의 선택보다 더 자주 괴롭히는 쪽에 서 있을 때가 많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내내 힘들었던 이유이다. 그러나 나는 기대한다. 에스벤이 비록 도망쳤지만 훗날, 어느 곳에서 한스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 처럼, 나도 어느 날엔가 더 단단한 의지로 세상을 향해 설 수 있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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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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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본문이 시작되려나, 이 책은 서문이 왜 이리 기나 생각했다. 하얗지 않아서 약간 바랜 듯한 그 아이보리 색 책장이 오래된 일기장을 들쳐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 책, 처음에는 밋밋하고 재미가 없었다. 언제 재미있어지려나 하면서 심상하니 책을 넘기다가 어느새 촉촉해진 마음. 가랑비에 속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어린 소년이 있다. 처음엔 아빠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빠는 없고 엄마만 있다. 전에는 개도 한 마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칸방에서 엄마랑 둘이서만 산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어떤 행동도 튀지 않는 소년이지만, 소년의 의도와 상관없이 튀는 것은 소년의 도시락. 도시락은 어쩌면 엄마의 마음이었을까. 아무것도 남들보다 나은 게 없지만 남들보다 못하지 않게 소년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었을까. 소년의 도시락은 항상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못해 나중엔 훔쳐서라도 먹고 싶은 최고의 만찬이다. 소년이 항상 제 도시락을 챙겨 먹지 못한 것처럼 엄마의 사랑도 미처 다 챙겨 받지 못한 것 같다. 아빠의 빈자리가 클수록 엄마의 사랑도 늘 넉넉하다 느끼지는 못한 것 같다. 엄마의 사랑도 늘 열등감이라는 녀석에게 도둑맞은 건 아닐까. (자신은 미처 몰랐지만) 늘 찌푸리고 다니는 이 소년이 자아와 소통하고 성장해 가는 통로가 바로 글쓰기이다. 처음에는 편지글이었고 나중에는 일기가 되었다. 소년은 글을 쓰면서 세상과 이야기하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큼성큼 자라갔다.

 

우리 아들이 이제 3학년이 된다.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이 책을 읽으려면 5학년은 돼야할 것 같다. 글이야 다 읽겠지만 이런 잔잔한 물결 같은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는 없을 테니까. 책을 덮으면서, 아들이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해봤다. (그런데 우리 딸이 크면 읽혀주고 싶은 책은 ‘빨강머리 앤’ 10권 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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