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서커스,라는 책이 있다.

아빠 파타타의 서커스장에서 아빠의 서커스를 보며 자라는 솔리토라는 꼬마가 있다.

파타타는 어릿광대이고, 당연히

채찍을 들고 사자를 때려가며 훈련을 시킨다.

솔리토는 그 채찍에 신음하는 사자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침묵한다.

파타타는 요란하게 북을 울리며 묘기 연습을 하지만 솔리토는 그냥 달아난다.

솔리토는 새들을 좋아한다.

새들과 함께 있고 새들과 놀고 새들과 자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솔리토는 문득 묘기를 부려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팔을 들어올리고, 손가락으로 딱딱 소리를 내었더니

갑자기 수백 마리의 새가 모여들었다.

새들이 힘을 모아 서커스 천막을 들어올렸지.

아빠가 한 번도 못 해본, 그런 묘기를, 솔리토가..

솔리토는 처음으로 말을 한다.

좋아, 새들아 잘했어..

관계란, 억압과 통제가 아니라 자유로운 믿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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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조약돌'이란 책이 있다.

내가 좋아했던 '새똥과 전쟁'처럼 뜬금없는 병치이며

그림 또한 멀리서 바라 보는 것처럼,

표정은 안 보이고 액션만 보이는 손톱만한 그림이다.

세관원 루소와 우체부 슈발이 주인공이다.

읽고 나니,

괜시리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루소는 세관원으로 생계를 이었지만

그림에 대한 갈급한 의지로 스스로 그림을 익히고 그렸다.

그래서 인가, 그의 그림은 구도가 좀 안 맞아 보이지만

뭔가 꿈꾸는 듯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다.

그리고 섬세하고 성실하다.

슈발은 우체부인데

매일 우편물을 배달하면서도 늘 꿈을 꾸었다.

어느 날, 배달 중 큰 돌에 부딪히고 그제야 꿈을 한 번 실현시켜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을 하나 둘 외바퀴 수레로 옮겼다.

그리고 33년 동안 온 세상의 모든 꿈이 가득한 꿈의 궁전을 지었다.

그 성 하나에 온 세계와 문명과 신화와 꿈이 다 들어 있다.

돌이 꿈을 꾸고 꽃도 피울 것 같다.

 

나는 무엇으로 불리고 있는가.

앞으로는 무엇으로 불릴 것인가.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앞으로는 무엇을 이룰 것인가.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나는 꿈을 잊고 살았는가,

아니면, 꿈이 나를 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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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어린이에서 전집류를 출간하기로 했나 보다. 일명 물구나무, 라고.

그 중 에릭 바튀의 철학 그림책이 있는데,

나는 에릭 바튀라는 이름을, 한참 바라보았다.

저 이름을 내가 어디서 보았더라.... 

에릭 칼, 아니다. 그건 배고픈 애벌레 그린 아저씨잖아.

에릭 바튀, 에릭 바튀...

그러다가 아! 그랬다. 생각이 났다.

새똥과 전쟁.

아이가 그린 것 처럼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감으로 내 인상에 남아있던 그림책, 새똥과 전쟁.

그걸 그리고 만든이가 바로 에릭 바튀였다.

사실, 새똥과 전쟁 자체도 철학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지.

 내가 받은 책은 '작은 남자'와 '작은 행복'.

 

*작은 남자

태초에 하나님이 아담을  창조하셔서 그런가. 작은 남자가 혼자 있다. 쓸쓸하고 외롭고 서글프다가, 꽃향기도 알게 되고 물맑음도 깨닫게 되고 새지저귐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런데 그 행복이 길지는 못하네. 또 쓸쓸하다. 하릴없이 자기가 기대고 있던 바위에 입을 맞춘다. 그런데 그 바위가 여자로 변한다. 둘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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