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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프린세스
마리 베르트라 지음, 이경혜 옮김 / 웅진주니어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고른 책이다.
딸을 가진 엄마로써(공주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딸이니까) 한번쯤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위의 아이가 아들인지라 딸은 무늬만 딸이지 어려서는 별로 딸 대접을 못 받았다.
오빠의 파란 티셔츠와 청바지를 물려입기 일쑤였지.
그런데 그게 조금씩 자랄수록 곤란해지더라고.
예쁜 원피스나 인형을 보면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것이,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여자애들의 전유물을 찾는 것이었다.
본능이라는 말은 별로 재미없지만, 어쨌거나 내가 가르치거나 시도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찾더군.
한동안(6,7세 때) 공주 옷이나 공주 인형, 공주 스티커에 열광하더니
지금은 좀 컸다고(9세, 많이 컸다~) 공주는 싫단다.
디즈니 풍의 그런 공주들은 나도 싫다. 정말 싫다. 온갖 허영과 환상만 가져다 주는..
물론 디즈니의 공주도 많이 변하긴 했지만,
만화의 탈을 쓴 성인물 같아서 완전 비호감.
아, 책 얘기를 해야 하는데!!
몇 년 전부터 웅진에서 나오는 책 중에 괄목할 만한 책들이 꽤 있다.
주스나 비데만 잘 만드나 했더니, 책도 꽤 쓸만하다. ^^
명화 프린세스는
실존했거나 전설 혹은 소설에 등장하는 스무 명의 공주(이거나 아름다운 아가씨)의 이야기이다.
공주들의 삶을 요약해서 이야기해주고, 그림을 설명해준다.
그러면 그림이 더 잘 보인다.
공주들은 거의 다 예쁘다.
물론 예쁘지 않은 공주도 있다.
공주도 사람이고, 사람이 자기 얼굴을 고를 수는 없을진댄, 어찌 모든 공주가 다 예쁘랴.
그런데 모두 우아하고 기품이 있기는 하다.
거의 모두 엄청 예쁜 옷을 입고 있기도 하다.(벌거벗은 공주도 다수 있다~)
정지된 그림 속에
공주들의 우아함, 아름다움, 순수함, 때로 나태함, 지루함, 혹은 쓸쓸함 들이 들어 있다.
화가라는 사람은, 정말 위대하고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몇 백년을 뛰어 넘어
우리에게 그림 속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전달해 준다.
이 책을 만든 마리 베르트라는 아마,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화려한 옷과 웅장한 궁전과 값비싼 보석보다도
더 오묘하고 다양한 공주들의 삶.
클레오파트라의 무심하면서 나른한 표정 속에 들어 있는 자포자기한 듯한 사랑과 삶,
네 살짜리 메리 공주의 커다란 눈과 장미처럼 붉은 입술의 순수함에 어울리지 않는 조신한 자세에서 보이는 왕실의 예법,
마리 앙투아네트의 순수하면서 우아한 표정과 무심하리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드레스의 알 수 없는 부조화,
그리고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친절하지만 지쳐보이는 표정에서 느껴지는 우울함..
공주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도 그녀들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래서,
때로 악녀로 찍히기도 했던 어떤 공주들은 살짝, 면죄부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9살 아이에게 쉬운 책은 아닌 것 같고,
한 명씩, 천천히 공주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본다면
스무 날이면 다 보겠네.(아라비안 나이트도 아니고, 원~)
아쉬운 점은,
그림의 원본이 다 나오지 않는다는 것.
한국에서 출판할 때 그림을 잘라버린 것인지,
본문 설명에는 그림 오른쪽이 어쩌고 왼쪽이 어쩌고 하는데
아무리 보아도 오른쪽이나 왼쪽에 뭐가 없다는 것이지.
다른 것도 아니고,
명화책인데 그러면 안되지.
판형을 더 키워서 그림이 속시원하게 다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책 값 워낙 비싸지만,
명화책에는 좀 더 투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