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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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르헤스는 정색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독서는 일종의 경험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한 여자를 만나는 것, 사랑의 그물에 떨어지는 것, 거리를 뚫고 지나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독서는 일종의 경험이다. 대단히 진실하고 확실한 경험이다. 물론 이 말은 문학작품을 읽는 경우를 의미한다. 여러 유형의 독서 가운데 아마도 문학읽기만이 아주 진실하고 확실한 독서로 남을 것이다. 우리가 거리에서 진실한 사람과 마주친 뒤부터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생의 경험이 펼쳐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개념 사유를 통한 글 쓰기로 이루어진 다른 책들은 이렇게 되기 어렵다. 『자본론』이나 『순수이성비판』과 같은 거작들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현대인의 이러한 단절, 모든 개인이 하나의 섬이 되어버린 상황에 직반하여, 일반 서적에서 도움을 구하고 해답의 방법을 찾아 나설 수지만, 대개 실망을 안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한 무더기의 확실한. 심지어 심리학의 임상 증거와 사회학의 통계 수치가 뒷받침해주는 답안을 구하겠지만 모든 답안이 희미하게 우리 몸을 스치고 지나가 버림을 느끼게 될 것이고, 기꺼이 이러한 답안의 조합을 받아들인다해도 경험과 맞물려 있지 않아 전혀 실천할 수 없다.
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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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앞에서 강연하면서 보르헤스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이미 여든이 훨씬 넘었고 시력도 상실한 상태였다.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군중은 하나의 환각입니다. 군중은 존재하지 않지요. 나는 당신과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월터 휘트먼은 이런 말을 했지요. ‘이런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여기에 고독하게 모여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고독한 혼자입니다. 당신과 나죠. ‘당신은 개인을 의미하지 군중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군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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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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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는 확실히 인류 역사상 ‘귀신이 밤새 통곡할 만한 거대한 발명이었고 책의 탄생은 문자의 형식적인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전에도 없었고 아마 이후에도 없을 심원한 혁명, 한 차례 조용한 혁명이 이루어졌다. 천 년이 넘도록 빗물이 바위를 뚫듯 막는 이가 전혀 없는 부드러운 방식으로 이 혁명은 완성되었다. 오늘날, 한 때 무지한 어린아이로 비유되고 성자들에 의해 품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개돼지로 형용되던 보통 사람이 이제는 약간의 돈만 내면 직접 위대한 지혜의 성과를 살 수 있으니, 사정이 완전히 역전됐다. 물리적 시간의 제한을 받는 구전 방식이 오히려 비싸지기 시작했다. 100가지 정선된 음식의 조리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몇백 타이완달러면 구입할 수 있지만 유명 셰프에게 직접 요리를 배우려면 음식 한 가지에만 50만 타이완달러가 넘는 돈을 내야 한다. 아이들을 예체능 학원이나 이중 언어 교육을 제공하는 유치원에 보내느라 의식주 비용을 줄이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한다.
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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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은 "세상의 그 어떤 눈물로도 책 속의 글 한 줄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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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르케스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긴 하지만 줄곧 현실로 실현하지 못하는 그런 세계에 그가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 세계는 지금도 독서의 세계에만 존재한다.
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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