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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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르헤스는 정색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독서는 일종의 경험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한 여자를 만나는 것, 사랑의 그물에 떨어지는 것, 거리를 뚫고 지나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독서는 일종의 경험이다. 대단히 진실하고 확실한 경험이다. 물론 이 말은 문학작품을 읽는 경우를 의미한다. 여러 유형의 독서 가운데 아마도 문학읽기만이 아주 진실하고 확실한 독서로 남을 것이다. 우리가 거리에서 진실한 사람과 마주친 뒤부터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생의 경험이 펼쳐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개념 사유를 통한 글 쓰기로 이루어진 다른 책들은 이렇게 되기 어렵다. 『자본론』이나 『순수이성비판』과 같은 거작들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현대인의 이러한 단절, 모든 개인이 하나의 섬이 되어버린 상황에 직반하여, 일반 서적에서 도움을 구하고 해답의 방법을 찾아 나설 수지만, 대개 실망을 안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한 무더기의 확실한. 심지어 심리학의 임상 증거와 사회학의 통계 수치가 뒷받침해주는 답안을 구하겠지만 모든 답안이 희미하게 우리 몸을 스치고 지나가 버림을 느끼게 될 것이고, 기꺼이 이러한 답안의 조합을 받아들인다해도 경험과 맞물려 있지 않아 전혀 실천할 수 없다.
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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