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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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외에 마르케스는 남미 전체의 집단적인 운명에도 큰 관심이 있었다. 특히 카리브 해 연안 사람들의 인성은 원래 아주 쾌활하지만 네이션國族의 운명은 몹시 비참한 국가들 가운데 그는 멕시코에서 오랜 기간 머물렀다. 쿠바 혁명에 공감하면서 수염을 길게 기른 피델 카스트로와 좋은 친구가 되기도 했다. 카리브 해의 파도가 닿는 국가들 가운데 그가 유일하게 싫어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로속의 장군」에서 볼리바르는 이렇게 말한다.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에는 가지 마. 그곳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주 무서운 나라거든 자유에 대한 그들의 신화가 우리를 가난으 로몰아넣었으니까 말이야."
가르시아는 이 말을 100퍼센트 진실이라고 믿었다.
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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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저자가 평등하고 동일한 신분을 누리면서 쌍방향적인 관계를 수립하면, 그사이에 존재하는 양적으로 한계가 있고 수용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글이 풍요로워지고 깊어지기 시작한다. 또한 은유와 연상, 문체와 목소리, 촉감, 심지어 가벼운 굴절과 정지까지 활용하면 그 직접적인 표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 그렇다. 사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대화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반드시 말로 설명한 것 배후에 있는 진정한 생각과 고뇌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책 밖의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한 사람을 이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독서의 세계에서도 이렇게 하는 것만이 책 한 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그 책의 배후에 있는 고독하지만 진지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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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지도해주는 선생님도 없었고 백과사전도 없었으며 쾌속으로 용해되는 답안도 없었다. 우리는 모든 의문과 몇 년 동안 함께 지내야 했다. 그리하여 무지가 상상력을 자극했고 우리의 상상력은 비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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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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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가 동유럽과 소련 세력의 해체와 망명생활의 종식에 따른 어색한 처지 등에 관해 쓴 소설 『무지』에는 언급할 만한 중요한 담론이 많이 담겨 있다. 그 가운데 한 부분이 바로 이런 대목이다.
"미래에 관해 모든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 확실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인간이 정말 이 순간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을까? 정말로 현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까? 인간의 능력으로 현재를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하다. 미래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인간이 어떻게 현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를 어떠한 미래로 이끌어가게 될지 알 수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현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단정하여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이 현재가 찬동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의심해야 하는 것인지 혹은 증오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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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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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운이 좋으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는 실패가 매우 일상적이며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성공은 오히려 아주 우연히 찾아오는 한 차례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벤야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무리 성공적인 소설이라 해도 실제로 그 내용에서 확인하는 것은 ‘인간의 실패나 성공의 이면에 깊이 깔린 의지의 침몰 및 소실 상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성공에는 대개 기적에 가까운 요소, 특정 시간과 장소에만 국한된 특별한 요소가 담겨 있어 백 퍼센트의 전이나 복제가 불가능한 반면, 실패에는 이런 요소들이 비교적 적은 대신 불운의 요소가 많은 데다 구조적으로 인간 본성의 아픈 곳을 건드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한계와 보편적인 곤경을 폭로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현대 소설에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려 한다면 실패 쪽을 파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바로 그곳에 역사의 기회와 우연성, 개별적인 독특성을 초월하는 공통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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