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저자가 평등하고 동일한 신분을 누리면서 쌍방향적인 관계를 수립하면, 그사이에 존재하는 양적으로 한계가 있고 수용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글이 풍요로워지고 깊어지기 시작한다. 또한 은유와 연상, 문체와 목소리, 촉감, 심지어 가벼운 굴절과 정지까지 활용하면 그 직접적인 표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 그렇다. 사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대화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반드시 말로 설명한 것 배후에 있는 진정한 생각과 고뇌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책 밖의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한 사람을 이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독서의 세계에서도 이렇게 하는 것만이 책 한 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그 책의 배후에 있는 고독하지만 진지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