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루소는 아이들에 대한 그와 같은 교육을 가리켜
‘아이들을 살해하는 행위‘라고 가혹하게 비판하면서
그 폐해를 경고하고 있다.
그런 교육기관들에서 아이들은 살아가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지식을 쌓고 있으며, 체벌에 대한 공포와 포상에 대한 희망속에서 비굴한 정신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아첨하는 법을 배우며, 계략을 짜내는 법을 배우며, 질투와 시기심으로 뒤범벅이 된 경쟁만을 배울 뿐이다.
그렇게 아이 시절의 속박과 구속에서 벗어나면 이제는 관습의 멍에라는 것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청년기에 이른 그들은 자유를 찾았다고 생각하면서 환호할지 모르지만, 세상의 준칙의 노리개가 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되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그들 자신이 되어보는 때를 찾지 못한다. 아이 시절에는 아이로, 청년시절에는 청년으로 살지를 못한다.
그 시절은 그저 빨리 흘려보내야만 하는 의미 없는 시기일 따름이다.
- p.29

이 부분은 저의 학창시절 덧씌워진
학교 권위의 굴레에 대한 공포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 당시 이런 신념을 갖고 실천했던 분이 과연 몇이나 있었던가. 하는
의문과 함께 몇몇 소수 교육자의 탈을 쓴 인간이하의 선생에게 환멸을 느낍니다.
물론 일선의 교육현장이 잡다한 행정서류에 파묻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없는 환경인 걸 잘 알지만
한나아렌트의 말처럼 ‘악의평범성‘으로 변명할 수 밖에 만 없다면 그 분들은 다른 일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적어도 ‘교육자‘라면 말이죠

문득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첫 페이지 문장이
다시금 와 닿네요.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 나는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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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10-21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육이 우리 바람과는 달리 실상은 계도화와 국가화의 수단이죠. 국가 행정의 일환으로 교육자들, 한국 학생들이 얼마나 시달리고 휘둘리는지만 봐도.... 학창시절 생각하면 다들 억울한 사연 하나쯤은 있지요.
로베르트 발저 <벤야멘타 하인학교>가 이런 교육 실상 잘 꼬집어 소설 썼던 게 생각나네요^^

북프리쿠키 2017-10-21 21:53   좋아요 2 | URL
아이를 아이로 대하는 교육, 청년을 청년으로 대하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어른이 원하는 모양으로 아이를 주조하는 교육이 언제쯤 변할 수 있을까 안타깝네요.
제 책장에 앙드레모루아의 <프랑스사>만 봐도 아갈마님이 떠오르니, 로베르트 발저도 시간이 되면 꼭 읽어보겠습니다.
교육에 대한 출판물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니,
전 점점 고전으로 단단해질까 하는데,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건 피할 수 없겠지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0.
나는 훌륭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을 것이며, 현재 통용되고 있는 교육의 좋지 못한 점을 증명하는 일 역시 하지 않겠다.
많은 사람이 이미 그 같은 시도들을 했기 때문에, 나까지 모두가 아는 내용들로 내 책을 채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아주 오래전부터 어느 누구도 더 나은 교육방법에 대해서는 제안할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기존의 방법을 비판하는 외침만 있어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식물은 재배를 통해 가꾸어지며, 인간은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약하게 태어났으므로 힘을 기를 필요가 있고, 우둔한 상태로 태어나므로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 어른이 되면 갖추겠지만 태어나면서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이 교육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다. 그 교육은 자연이나 사물 또는 인간의 소산이다. 우리의 능력과 기관들의 내적인 성장은 자연의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그 성장을 이용하도록 우리를 가르치는 것은 인간의 교육이다. 이 세 선생의 가르침이 일치하고 같은 목표로 향할때에만 학생은 자기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면서 시종 일관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만이 올바른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 장쟈크 루소

<신엘로이즈>의 대성공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이 책<에밀>의 출간으로 당국과 종교인들로부터 지탄을 받았으며, 자신과 사상이 다른 당시의 철학자들과 다툼이 잦았다 합니다.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흔들리지 않는 교육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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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21 0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루소의 에밀을 찍었는데, 오 제가 맞았네요.^^
책 내용은 잘 몰라도 제목이라도 알고 있으면 퀴즈에 유리할 것 같아요.^^
북프리쿠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7-10-21 21:56   좋아요 1 | URL
늘 겸손하십니다..ㅎㅎ
저야 책 읽은지 얼마되지 않아
늘 뒤따라가는 입장이라
모든 분야에 생소하고 설레고 합니다. 토요일 밤이라 마음이 평온하네요. 좋은 밤 되세요ㅛㅛ;

cyrus 2017-10-21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밀》을 읽으셨으면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권의 옹호》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는 루소의 사상을 비판했어요. 울스턴크래프트가 비판한 루소의 책이 《에밀》과 《신 엘로이즈》입니다. ^^

북프리쿠키 2017-10-21 22:02   좋아요 1 | URL
아..초반부 읽는데, 볼테르가 <시민의견해>에서 루소가 과거 자신의 아이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낸 일을 두고 엄청난 독설로 공개비판했네요.바로 그 시기가 정열을 바쳐 자신의 일을 할 나이라 흔히 말하는 ‘천재의 광포한 이기주의‘에 빠져있었다고요.
그래서 <에밀>에서 루소가 아버지의 의무를 언급하는 곳에서마다 지난날의 자신의 그 과오에 대한 회환의 눈물을 흘렸다던데...눈여겨 봐야겠어요.

울스턴크래프트도 여성의 교육에 대해서 루소를 비판했다하니..루소가 이 책을 쓰고 은둔과 방랑의 생활을 할 만큼 톡톡한 댓가를 치뤘네요.
<여권의 옹호>란 책도 꼭 읽어볼께요. 늘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물들 마카롱 에디션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1965년 출간 당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그해 르노도 상을 받으며
인터뷰에서 페렉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물질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현대문명의 풍요로움이 어떤 정형화된 행복을 가져다 주었지요. 현대사회에서는 행복해지기 위해 전적으로
‘모던‘해져야 합니다.(...)실비와 제롬이 행복하고자 하는 순간, 자신들도 모르게 벗어날 수 없는 사슬에 걸려든 겁니다. 행복은 계속해서 쌓아올려야 할 무엇이 되고 만 것이지요. 우리는 중간에 행복하기를 멈출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 작품해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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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과 불안,
얕은 지식,
편협한 시선,
세속적인 욕망,
지성에 대한 허영심,
수천개의 자아속에서 비틀거리는 일상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어지럽고 권태로운 내 삶을 어루만져
대척점에 서 있는 수많은 가치들 사이에서
신비로운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죽음앞에서야 비로소 생에 눈뜨게 되는
‘견고한 평온‘에의 희구 혹은 그러한 여정이 아닐까요?

이 책은 헤세의 마지막을 빛내주는 소설답게
연휴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감동과 깨달음, 따뜻한 위안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헤세의 책을 읽어오신 분이나 관심있으신 분이라면
부서지기 쉬운 유리알을 어떻게 갖고 노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무리 아름다운 것, 가장 아름다운 것일지라도
역사가 되고 지상의 한 현상이 되는 즉시 무상한 것이
되기 마련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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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07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르만 헤세, 다 읽으셨나봅니다.
많은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권은 어느 책일지 궁금해집니다.
북프리쿠키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7-10-07 21:51   좋아요 1 | URL
최고는 <유리알유희1.2>와 <싯다르타>였어요.
헤세와 함께한 시간들은 제 책인생의 전환점으로 추억될것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좋은밤 되시길~

cyrus 2017-10-10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리알 유희> 아직 안 읽어봤어요.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에 소설 줄거리가 짧게 나옵니다. 그거 읽으면서 헤세가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했어요. 유리알을 이용한 놀이를 설정한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워요. ^^

북프리쿠키 2017-10-16 15:13   좋아요 0 | URL
아..헤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내뿜는 책이었어요...
어렵고 힘들었지만, 긴 시간동안 헤멘 터널을 지나니 빛이 보이는 그런 느낌..^^;
아마 싸이러스님도 흡족해하실겁니다..ㅎㅎㅎ 혼자 죽긴 억울하자나예
 


바로 전에 읽었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두 주인공이 이 책에서 다시 부활한 느낌입니다.
유희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와
청강생 플리니오 데시뇨리의 만남인데요.

이 책에서 요제프는 ‘헤겔‘에게 가장 강하게 사로잡혔다는걸 상기해보면,
이 둘의 정반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합니다.

헤세의 책을 읽노라면
삶의 진정성과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는 사람은
나를 인정해 주는 친구라기보다
나의 세계를 깨어주는 그 누군가가 아닐까 싶어요.
그 고통을 감당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고통‘이란 건 ‘쾌락‘과도 너무나 닮아있다는 말..
무슨 말인지 알것 같아요.


진리는 분명 있네. 그러나 자네가 바라는 ‘가르침‘, 절대적이고 완전하고 그것만 있으면 지혜로워지는 가르침이란 존재하지 않아. 자네는 완전한 가르침이 아니라 자네 자신의 완성을 바라야 하네.
신성은 개념이나 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네 안에 있어. 진리는 체험되는 것이지 가르쳐지는 것이 아니야. 싸울 각오를 하게. 요제프 크네히트.
보아하니 투쟁은 벌써 시작됐네.- p.105~106

그는 카스탈리엔의 ‘거만한 스콜라적 정신성‘에 맞서 ‘속세‘와 소박한 삶을 옹호하되, 자신이 그 일을 상대편의 무기를 써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정신적 교양의 정원을 맹목적으로 짓밟는 무뢰한은 안 되려고 했다.-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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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0-02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7-10-02 23:40   좋아요 2 | URL
앗..금방 겨울호랑이님께 댓글을 달고 있었는데 어느새 ^^
겨울 호랑이님도 추석 잘 보내시구요. 남은 연휴...행복하십시오^^;

2017-10-03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6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7-10-03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에 훈훈한 정경이 펼쳐지네요. 보기 좋아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습니다. ㅎㅎ
즐거운 추석 맞으시길!

북프리쿠키 2017-10-16 15:16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잘 계시죠..? ㅎㅎ 이거 댓글이 너무 늦어버려 어쩌죠...죄송합니다.
한동안 많이 게으르고, 권태롭고, 또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네요..^^;;
2025년 추석때 오거서님 서재 꼭 들리겠습니다...ㅎㅎㅎㅎ

오거서 2017-10-16 16:28   좋아요 2 | URL
괜찮습니다. ㅎㅎ
저 역시 게을러져서 이웃분들의 서재 방문이 뜸해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말하면서도 되는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
2025 년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