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그는 냉혹한 손으로 황홀의 잔에 현세성이라는 분노의 술을 따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에게 현실적이고 참된 것이란 반낭만적, 반감상적인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분열되었다고 느끼듯 우리도 분열을 즐기기를 원한다. 어떤 조화나 균형도 원치 않는다. 언제나 그의 작품들에는 갈라져 떨어진 분열상이 존재한다. 이럴 때면 그는 악마적 세부묘사를 통하여 가장 숭고한 찰나의 시간을 깨뜨리고는, 신성한 삶에 내재된 진부함을 조롱한다." -97p

 

평소에 어렴풋이 갖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매력을 츠바이크는 이렇게 멋진 문장으로 표현해낸다.

한없이 망가지고 무너지는 그의 소설들 인물속에서 아픔과 동시에 묘한 쾌감을 부르는 역설,

천재적 직관에서 비롯되는 아주 미소한 언어의 리듬, 

가장 혹독한 고통 속에서만 새로운 본질이 태어난다는 그의 신념들이

문장속에서 진리를 뼈아프게 해부한다.

 

" 도스토옙스키 방식으로 말하면 '이 땅의 모든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만 진실로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75p

 

아마 이 고통을 함께함으로써 독자들은 자신의 실존을 가장 강력하게 느끼리라.

심연에도 길이 있고 불행에도 황홀이 있으며, 절망에도 희망이 있는, 그런 늘 잔혹하지만은 않은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세계인 것이다.

 

우린, 그 세계를 사랑하는 방식을 도스토옙스키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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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또츠까 네즈바노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124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재만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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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첫 장편이자 미완의 작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고통의 총합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지 가늠하기 힘든,
묵직한 아픔을 느끼게 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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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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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는 지워졌고, 지워졌다는 사실마저 잊혀져서
허위가 진실이 되어버렸다 ˝ - 105p

민음사 캘린더북 오늘의 문장에
조지오웰의 통찰이 실려 있어 옮겨봤어요.

진실을 감싸고 있는 허위의 껍질을
한꺼풀씩 힘겹게 벗겨내고 있는 이 시대의 주역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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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16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성 중심의 사고관, 문화가 만든 여성에 대한 편견이 ‘허위‘라면 ‘지워지고 잊혀진 진실‘을 허위에 맞선 여성들의 목소리로 해석하고 싶네요. ^^

북프리쿠키 2018-05-16 08:56   좋아요 0 | URL
오~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겠네요. 이 시대의 모든 불평등과 부조리가 더 이상 잊혀진 진실이 아니었음 좋겠습니다. ^^
 

 

 

 

27세때 쓰인 초기중단편 모음집

예외적으로 <꼬마영웅>은 그의 나이 36세때 쓴 글이다.

절대 왕정의 입장을 신봉했다는 이유로 고골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목때문에

체포당하고 사형을 선고받기 전 선고를 기다리는 수인의 몸일때 쓰여진 글이다.

최악의시기에도 불구하고 글을 썼다는 사실이 놀랍고,

과연 이 소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낭만적이고 순수했다.

 

" 한마디로 <꼬마영웅>은 자유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비로소 존재의 신비와 생명의 은총을 체험할 수 있게 된 작가의 환희에 찬 고백록이라 할 수 있다 " - 작품해설중

 

아래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옮겼다.

 

" 그러나 나의 온 영혼은 어떤 예감처럼, 어떤 것을 통찰한 듯 거칠고도 부드럽게 괴로워했다. 나의 놀란 가슴은 어떤 기대로 인해 가볍게 떨면서 무언가를 부끄럽고도 기쁘게 간파해 나갔다. 나의 가슴은 무엇인가에 관통당한 듯 갑자기 아프게 뛰기 시작했고, 눈물이, 그렇다. 달콤한 눈물의 나의 눈에서 쏟아졌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풀잎처럼 몸을 와들와들 떨며,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그런 최초의 발견과 경험에 나의 마음을 아낌없이 헌납했다. 이 순간 나의 첫 유년시대는 막을 내렸다."

 

<꼬마영웅>은 동시대 투르게네프의 자전적 소설<첫사랑>처럼 달콤쌉싸름한 유년의 기억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한동안 투르게네프의 작품들을 탐독하고 나서 쓴 작품이라 그런지 투르게네프의 향기가 배어있다.

<첫사랑>에서 열여섯 살 소년 블라디미르의 옆집에 이사를 온 매혹적인 여성 지나이다에게 첫사랑을 느끼지만, 그녀는 블라디미르의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다. 순수한 소년이었던 블라디미르가 강렬한 첫사랑의 아픔을 통해 청춘의 허망함과 죽음에 대한 외경을 느끼게 되는 과정처럼, <꼬마영웅>도 맹목적이지만 허세가 담겨 있지 않은 순수한 사랑의 모습이야말로 "영웅"이라고 칭할만큼 명예로운 일이 아닐까 하는 마음을 담았다. 

 

......명예를 지켜나가는 사랑이라..?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사랑'이 넘쳐나는 이 시대, 다시 한번 내 유년의 사랑, 현재의 사랑에 '내 명예'를 걸었던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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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관계를 경제적 측면이 아닌 문화적 측면으로 분석한 책.
‘취향‘이라는 것이 타고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계급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취향은 계층에 따라 구분되는 동시에 계층을 구분한다˝라는 말이 와닿네요
그가 새롭게 제시한 개념 <아비투스>의 세계로 천천히 들어가볼까요.


˝무엇보다 먼저 교육체계의 여러효과중 가장 은폐되어 있는 효과 즉 ‘칭호부여‘를 통해 나타나는(...)
신분을 가르는 특수한 방식중의 하나로, 모든 집단은 위계상의 특정한 계급을 지정한다.˝-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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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5-05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의 안은 노란색인 모양이네요.
북프리쿠키님, 어린이날 즐겁게 보내셨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8-05-05 23:20   좋아요 1 | URL
네 속살은 겨자색이네요.
어린이날 딸아이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네요. 내일 행복하게 해줘야겠어요.
연휴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