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그는 냉혹한 손으로 황홀의 잔에 현세성이라는 분노의 술을 따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에게 현실적이고 참된 것이란 반낭만적, 반감상적인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분열되었다고 느끼듯 우리도 분열을 즐기기를 원한다. 어떤 조화나 균형도 원치 않는다. 언제나 그의 작품들에는 갈라져 떨어진 분열상이 존재한다. 이럴 때면 그는 악마적 세부묘사를 통하여 가장 숭고한 찰나의 시간을 깨뜨리고는, 신성한 삶에 내재된 진부함을 조롱한다." -97p

 

평소에 어렴풋이 갖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매력을 츠바이크는 이렇게 멋진 문장으로 표현해낸다.

한없이 망가지고 무너지는 그의 소설들 인물속에서 아픔과 동시에 묘한 쾌감을 부르는 역설,

천재적 직관에서 비롯되는 아주 미소한 언어의 리듬, 

가장 혹독한 고통 속에서만 새로운 본질이 태어난다는 그의 신념들이

문장속에서 진리를 뼈아프게 해부한다.

 

" 도스토옙스키 방식으로 말하면 '이 땅의 모든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만 진실로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75p

 

아마 이 고통을 함께함으로써 독자들은 자신의 실존을 가장 강력하게 느끼리라.

심연에도 길이 있고 불행에도 황홀이 있으며, 절망에도 희망이 있는, 그런 늘 잔혹하지만은 않은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세계인 것이다.

 

우린, 그 세계를 사랑하는 방식을 도스토옙스키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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