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는 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타노스의 건틀릿만이 이 재앙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요즘 과학이나 동양철학 분야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TV 애청 프로그램인 <골든벨>에서 최종50번 문제까지 맞추고 골든벨을 울려야 하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_-)

자꾸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클래식 음악 분야는 제발 좀...)

 

한창 머리가 잘 돌아가는 고등학생들과 함께 퀴즈문제를 푸는 이 시간이 즐겁다.

죽을때까지 하는 게 공부라더니..예전에 부모님께서 잔소리할때 그때 공부좀 할껄..

그래도 자녀의 공부습관은 '공부하는 부모님'모습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하니

이래 저래 지지리 궁상은 아닐 것이라 자위해본다.

게다가 쌓아두는 책만으로도 지적능력의 향상이 높아진다는...뉴스기사!..가 있었지. 암~

 

겨울냄새가 물씬 풍기는 요즘,

불현듯 월동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행여나 우풍이 들이닥칠라~오늘도 책탑을 차곡차곡 쌓는다.

 

사는 책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파는 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해결책은 이것뿐인가?

손해가 막심하지만, 이렇게라도 재앙을 피할 수 있다면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 위화 <인생>은 독서모임에서 북 크로싱으로 업어온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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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11-25 0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저도 늘어나는 책에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책 탑들을 보면 때론 질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ㅜㅜ 몇 몇 탑은 외부 이전을 해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북프리쿠키 2018-11-26 10:52   좋아요 2 | URL
한동안 자제하다가 이번에 또 책탑을 -_-+
총량 불변의 법칙인가요.. ㅎㅎㅎㅎ
같은 책이 2권 있는 경우는 간혹 나눠주는데..책나눔도 욕심이 있어 잘 안되더라구요...^^;;
부질없는 욕심부터 버려야 하는데..흐흐;;;

페크pek0501 2018-11-25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화의 <인생>을 저도 찍어 놓고 있었습니다.
<구토>는 분명히 읽었는데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군요. ㅋ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북프리쿠키 2018-11-26 10:53   좋아요 0 | URL
<인생>이 재미있다길래 업어왔습니다.
위화 책은 처음이라..사뭇 설레기도 합니다.
그 유명한 허삼관매혈기도 읽어보지 않아서..
세상은 넓고 안 읽어본 책도 너무 많네요..ㅎㅎㅎ

같이 읽어요 페크님..!^^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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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북 크로싱으로 빌려온 책.
전작 <쇼코의 미소>에서 작가의 진가를 몰라봐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 책.


**님 덕분에 최은영 작가의 문체를
제대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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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신기하지.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 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 받아.˝- 모래로 지은 집 179쪽


˝난 무정하고 차갑고 방어적인 방법으로 모래를 사랑했고, 운이 좋게도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았다.˝-
모래로 지은 집 181쪽


최은영의 소설 속 여성주의는 이렇게 국적을 넘어 약자로서의 남성과 연대하며, 인간이라는 종을 넘어 다른 생명체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 316쪽 <해설>중에서



산다는 건 이상한 종류의 마술 같다고 혜인은 생각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존재가 나타나 함께하다 한순간 사라져 버린다.-223쪽 <손길>중에서

사람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행복이 얼마나 위태롭고 위험한 것인지 여자로부터 배운 셈이라고 혜인은 종종 생각하곤 했다. 사람은 그런 식으로 쉽게 행복해 질 수 없는 법이라고. -226쪽 <손길>중에서

언니, 어두운 쪽에서는 밝은 쪽이 잘 보이잖아. 그런데 왜 밝은 쪽에서는 어두운 쪽이 잘 보이지 않을까. 차라리 모두 어둡다면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서로를 볼 수 있을 텐데. -235쪽 <손길>중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다. 오래도록 나는 그 사실을 곱씹었다. 의도의 유무를 떠나 해를 끼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나,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나, 때때로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무심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 나, 내 마음이라고, 내 자유랍시고 쓴 글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그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두려웠다. 어떤 글도, 어떤 예술도 사람보다 앞설 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지닌 어떤 무디고 어리석은 점으로 인해 사람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겁이 났다. -324쪽 <작가의 말>에서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마들렌을 입에 무는 순간에 어린 시절이 끝없이 흘러나오듯, 최은영의 소설에서 누군가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한숨을 내쉬는 순간에 세계는 온통 뒤흔들리며 멈춰 선다. 많은 이들이 최은영의 소설에서 감지한 다정함은 누구나 한 번쯤 베인 적 있는 상실의 감각에 대해 예민한 촉수로 그려내는 것을 넘어서, 거대한 세계와 사소한 개인 사이의 위계를 무너뜨려 버린다는 데 있을 것이다. 작가는 다만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혼돈일지라도 그것이 세계 종말 이상의 사건이 될 수도 있음을 전제한 채, 나비가 날개를 파닥이듯 얇게 흔들리는 마음의 무늬들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304쪽 해설중에서

두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은 가장 맑으면서도 미숙한 시기인 십대와 이십대 초반의 인물들을 스쳐가는 우정과 사랑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들의 감정이 어떤 조건도 걸지 않는 순연한 것인 만큼, 그것이 어긋날 때 이들은 더 깊이 서로를 베며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그리고 이들은 그 기억과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마음 깊숙이 그 시절을 품은 채 살아간다.- 305쪽 해설중에서

자신이 느끼는 안도와 행복의 풍경이 언제나 상대의 외로움과 아픔을 철저히 밀봉했을 때에야 가능한 것임을 선연하게 의식하는 예민한 윤리, 이 서늘한 거리 감각이란 최은영 소설의 요체이자 매력이다. 이것에 대해 알고 나면 왜 인물들이 쉽게 눈물을 흘리는 대신, 끝내 울음을 참아내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눈물도 결국에는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나르시시즘에 대한 날 선 경계가 여기에 있다. 단시간에 빠르게 솟구쳐 상대에게 범람하고 금세 소진되는 열정과 달리, 상대를 손쉽게 이해해 버리지 않으려는 배려가 스며있는 거리감은 가늘게 반짝이는 빛처럼 오래 유지된다. - 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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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1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4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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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씨의 이번 작품 정말 실망했습니다.
전혀 좋아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다음 책도 꼭 살테니까 열심히 하세요(웃음). 이게 최고의 독자거든요˝-143쪽


공감한다. 그의 힘을.
수십년간 팔려나간 그의 책들은
이렇게 최고의 독자들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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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11-18 1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를 존경합니다. 하루에 원고지 20장을 매일 쓴다고 하잖아요. 더 쓰는 일도 없고 덜 쓰는 일도 없대요. 그렇게 정하고 정한 대로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결심했었어요. (하루에 한 문단 이상 쓰기)로.
물론 안 된 날이 많습니다.
그의 좋은 문장은 그렇게 탄생했다는 걸 기억하려고 합니다. 좋은 습관이 능력으로 이어지는 삶!

북프리쿠키 2018-11-24 22:13   좋아요 0 | URL
네 페크님 저도 하루키의 그런 점을 높이 삽니다.
특히 마라톤을 꾸준히 하면서 글을 일정부분 반드시 써내려간다는 거..이 2가지가 하루키 저력의 밑바탕이 아닐런지요.
페크님의 하루에 한 문단 쓰기..공감합니다. 응원할께요^^;

cyrus 2018-11-19 1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작가가 쓴 책을 다 읽는 전작주의자형 독자야말로 훌륭한 독자죠. 작가가 쓴 글의 매력이 뭔지 잘 알뿐만 아니라, 글의 단점도 잘 알아요. ^^

북프리쿠키 2018-11-24 22:14   좋아요 1 | URL
예전에 헤르만헤세 전작 경험덕분에(물론 소설위주로만)
사이러스님의 말씀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정확히 알 것 같습니다.&^^
 

 

 

서양의 지성사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사람, 다시 말해 주어진 사회를 가장 답답한 구속으로 느꼈던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니체(1844-1900, 독일)라는 철학자를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갇혀 있지만 갇혀 있는 줄 모르는 이웃들, 혹은 갇힌 줄 알지만 그것에 익숙해진 이웃들의 정신을 깨우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철학자이다. 그의 저서 중 하나인 <우상의 황혼>에 '망치를 들고 철학하는 방법'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 21쪽

 

 

 

우리를 답답하게 구속하는 담벼락을 파괴하는 방법은 무엇을까?

 

 

 

 

모든 것은 가며,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존재의 바퀴는 영원히 돌고 돈다. 모든 것은 시들어가며, 모든 것은 다시 피어난다.

존재의 해는 영원히 흐른다. 모든 것은 부러지며, 모든 것은 다시 이어진다. 똑같은 존재의 집이 영원히 지어진다.(....)

나는 더없이 큰 것에서나 더없이 작은 것에서나 같은, 그리고 동일한 생명으로 영원히 돌아오는 것이다.

또다시 만물에게 영원회귀를 가르치기 위해서 말이다. - 364~369쪽

 

 

 

니체는 영원불멸의 세계관이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삶을 부정하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진단한다.

 

 

" 기독교에서는 살아 있을 때 가난과 억압을 참으라고 한다. 그러면 영원불멸한 천국에서 모든 것을 보상받고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지금 고통스러운 것을 기꺼이 감내하라고 가르친다. 언젠가 진학하거나 취업하면 고통의 댓가로 뿌듯한 성취감이 찾아 올테니까 말이다. 직장에서는 상사나 거래처 사람에게 비굴한 행동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중에 승진하거나 혹은 거래가 성사되는 단맛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런 통념에 따르면 순간의 고통과 비굴은 아무것도 아니다. 힘들지만 이 순간만 참고 견디면 된다. 바로 여기 이 순간은 미래의 행복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버려도 될 수단이기 때문이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바로 이런 통념에 브레이크를 건다. 영원회귀의 가르침에 따르면 굴욕과 비겁으로 점철된 고통의 순간은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10만년 주기로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철학이 필요한 시간 24쪽

 

 

내가 지금 순간의 굴욕과 비겁을 선택했다면, 이 기억은 사라진 채 내 인생은 다시 태어나 영원히 반복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내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사실 이 순간의 마음은 나밖에 알 수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마음의 정체는 나조차도 알 수 없다.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속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 나오는 문장처럼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조용하네.허락없이 들어가도 괜찮으려나?"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는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거기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72쪽

 

그 마음속에 무엇을 담을지는 우리의 선택이지만 우린 대체로 통념을 구겨넣는다.

마음속에 있는 결정의 최종 목격자는 우리 마음뿐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 마음속은 엿볼수가 없는 것이다.

그 구겨 넣은 통념이 모략에 의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면, 아니 거창한 '모략'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잊을 수 없는 흑역사였다면 목격자는 내 평생을 따라다닌다.

 

니체는 지금 무엇인가를 의지하고 실행하려는 순간, 우리는 그것이 10만년 전에도 반복되었고, 그리고 10만년 뒤에도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는 것만을 이야기한다. 먼 시간을 예로 드니 와닿지 않는가.

오늘 하고 있는 이 일들이 과거의 반복이며, 또 미래에 반복될 일로 이야기한다면 어떤가?

지금 이 순간조차 노예의 굴종과 비겁을 감내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노예로 살기를 결정한 셈이고, 지금 주인의 당당함과 자유를 쟁취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주인으로 살기를 결정한 셈이다.

 

 

들뢰즈(1925~1995)는 영원회귀로 응축되는 니체의 가르침을 다음과 같은 윤리적 강령으로 해석했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무엇을 의지하든 그것의 영원회귀를 의지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의지하라." 

-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中

 

 

니체가 태어나기 300년 전에 유대교에 파문당한 스피노자는 개체에 내재하는 신적 생명력을 "코나투스"라 불렀고,

동시대에 살았던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1827~1898)도 인내천(人乃天), 바로 사람 자체가 하늘이라는 혁명성을 띠며

한울님, 즉 천주라고 불렀다.

이처럼 스피노자와 니체, 그리고 최시형같이 자유를 꿈꾸며 사는 사람만이 자신을 옥죄고 있는 담벼락과 조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견고한 담벼락의 실체를 자신을 희생시키며까지 설파한 이유로 역사에 남았다.

 

 

지금 영원회귀에 대해 내가 얻고자 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영원회귀의 개념은 이렇게 딱 부러지게 단정짓기 어려운 개념이고, 더군다나 당대의 철학자들을 곤혹하게 만든 신비로운 사상이기도 하다.

난 철학에서 어떤 길을 찾고자 하는 건 아니다. 우리 삶이 그렇듯이 정해진 길을 걷는다고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보장이 없듯이 말이다. 오히려 찾기 힘든 길 위에 내던져져 불편한 행보를 거듭하며 헤메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영원회귀가 등장한다.

 

 

 

 

"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9쪽

 

 

영원회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한없이 무겁기도 가볍기도 한 개념이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존재는 창백한 푸른 점 하나인 지구라는 관점에서 볼땐 한없이 가벼운 존재다.

그렇지만 인생이란 짐은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다.

이 오묘한 저울사이에서 쿤데라는 영원회귀가 지배하는 세상은 무기력하다고 비판한다.

전쟁이든, 죽음이든, 독재든 어차피 반복될 일이라면 개선이나, 진보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쿤데라의 말은 일리있다. 그리고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역사를 만들기 위해 인류는 안주와 무기력함을 극복하고 마침내 진보를 일구어낸다.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개인의 역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린 이 영원한 회귀의 두려움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영원한 회귀의 개념을 전제로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쿤데라의 말은 마치 무한 경쟁이 발전의 동력이라는 슬로건으로 인간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몰아넣는 신자유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영원회귀의 니힐리즘과 무기력을 극복하자는 말이 반드시 진보를 일궈내야만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말이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방향과 다소 다르다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영원회귀의 속뜻을 아래와 같이 다룬다면 어떨까?

야스퍼스로부터 인류최고의 이론가라는 극찬을 받았을 정도로 영민했던 철학자로 공(空)을 철학적으로 가장 정교한 인물인 나가르주나의 <중론>에 나오는 말이다.

 

 

" 만약 모든 존재를 자성(自性)을 가진 실체로 본다면 그대는 그 존재가 인연이 없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존재도 인연으로 생겨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므로 어떠하나 존재도 공(空)하지 않은 것이 없다".- 중론 중에서, <철학이 필요한 시간> -58쪽

 

" 아름다움도, 젊음도, 나의 아이도, 그리고 돈마저도 모두 그러하다.. 그것들은 모두 인연이 되어서 나에게 왔고, 인연이 다해서 나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나 자신이나 내가 가진 것이 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부질없는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가르주나의 핵심적인 전언이다" - <철학이 필요한 시간> 62쪽

 

 

 

내 삶을 당당하게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영원회귀라는 허무맹랑함에서 나온들 어쩌랴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바로 이 순간을 소중히 하면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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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11-18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읽었고 니체의 책도 읽었지만 어렵습니다. 아니면 제가 수준 낮은 건가요?ㅋ
으음~~ 공부 더 하고 오겠습니다.

(참고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아끼는 1인입니다. 밑줄을 많이 그었다는... )

북프리쿠키 2018-11-24 22:17   좋아요 1 | URL
아..~ 설마요..ㅎㅎ 공부는 제가 해야지요...ㅎㅎ 페크님의 내공이라면..
저야말로 이지의 <분서>에 나오는 말처럼..
동네 개가 짖으니 따라 짖는 개같이..제 생각이 자리잡혀있지 않고..
이 권위, 저 권위의 문장을 앵무새처럼 흉내내고 있는 수준입니다.
짜라투스트라....이거 제대로 읽어봐야겠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