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괜찮아 토토의 그림책
마키타 신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유문조 옮김 / 토토북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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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틀려도 ‚I찮을까.

아이에게 내가 묻는다. "대답해봐." 아이는 대답이 없다. 나는 다시 채근을 한다.  "틀려도 ‚I찮아." 아이는 그래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벌써 아는 것이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틀리면 ‚I찮지 않다는 것을...

나는 명색이 아이의 부모다. 아이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 그러나 아이는 내 앞에서도 주눅이 든다. 자신이 없는 것은 말하지 못한다. 때로는 자신이 있는 것도 혹시라도 틀릴까봐 말을 하지 못한다.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 학교의 분위기가? 아니면 나 자신이? 그것도 아니면 우리 사회 모두가 공범일까? 아마도 그 세가지 모두가 다 맞을 것이다. 나와 학교와 틀리는 것은 창피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우리 사회모두가 공범일 것이다.

제일 큰 문제는 바로 나다. 아이를 가장 위한다고 자부하면서도, 부모란게 자꾸만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채근한다. "그것도 모르니?"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말이 아이의 가슴에는 쓰라린 아픔이 될 것이다.

나는 자꾸만 잊어버린다. 내가 어릴적에 조그만 것들에 얼마나 민감했었는지.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중 일부는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생각한다. "아이가 알긴 무얼 알까..."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틀려도 ‚I찮다는 이 동화책은 아이보다 나에게 훨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어라고 권하기만 했지, 정작 부모인 자신은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깊이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집에서라도 정말로 틀려도 ‚I찮다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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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에서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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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아이와 시골

도시의 아이는 시골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파트의 숲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시골은 어떤 이미지일까. 그들은 시골을 어떻게 내면화시키는 것일까. 아이들의 마음을 알수는 없다. 아이들의 일기형식으로 써 내려간 글이지만, 이것은 어른이 쓴 동화일 뿐이니까.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이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하는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할머니가 계신 시골은 도시의 아이에게 싫은 곳이다. 도시의 편리함이 없는 시골은 반가운 할머니가 계셔서 좋을뿐, 불편함 그 자체이다. 익숙하게 놀던 것, 친근한 놀이의 대상이 없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다. 그러나 아이는 할머니 때문에 찾아간 시골의 전원에서 점차 시골에 있는 것들을 놀이의 대상으로 삼는 법을 배운다.

아이가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도시에 친화되어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도시아이로 태어난 것이 아니듯이, 시골에서 지내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시골의 환경에 대한 탐구와 적응을 통해 아이는 서서히 시골의 것들을 자신의 내면에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감자며, 들판이며 말이며, 시골아이까지...

아이에게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낮설다. 아이가 어떤 것을 내면화하고 어떤 것을 받아들일지는 자신이 선택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어린시기에는 부모의 선택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동화는 아이의 정서에 미치는 부모의 책임을 더욱 실감하게 하는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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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텔레비전 속에 빠지다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24
잔니 로다리 지음, 김효정 옮김, 페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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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지평을 넓히기

모든 동화가 교훈만을 담고 있다면 지루할 것이다. 늘 같은 교훈을 듣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지겨운 일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동화를 골라주려는 노력과 더불어 재미있는 동화를 골라주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단지 재미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화적 상상력이 아주 기발하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해낼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 책에 가득히 들어 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심성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어른처럼 고정관념으로 굳어버리지 않은 유연한 사고를 확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암기력과 도덕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이 아니겠는가. 이 창의성으로 가득한 책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줄 것 같다.

어른인 내가 이 책을 읽고 받는 놀라움과,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보이는 반응은 또 어떻게 다를 것인지 궁금하다. 아쉽게도 이 책을 읽고 쓴 독후감에는 '엄청 재미있었다.'라고만 짧게 적혀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을 지켜볼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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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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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스스로 깨닿는다

아이들이 '짱구'만화를 즐겨본다. 처음에는 무심코 재미있는 만화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가만히 보니 짱구 이놈이 아주 악동이다. 마치 어머니를 골려먹는 것이 살아가는 유일한 재미인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그 만화를 보는 것이 슬쩍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묻는다. "너희는 짱구를 어떻게 생각해?" 아이들이 대답한다. "짱구는 아주 못된 아이예요. 하지만 착한 면도 있긴 해요."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짱구만화의 내용을 훤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짱구가 하는 짓들이 나쁜 행동이란 것을 아이들은 아는 것이다. 내가 짱구에게 괴롭힘 당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하는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짱구 어머니의 고통을 보고 짱구가 착하지 않은 아이란 것을 아는 것이다. 결국 짱구만화는 아이들에게 나쁜 버릇을 가르치는 만화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이 나쁜 행동이란 것을 스스로 깨닿게 하는 만화였던 것이다.

이 동화를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이 자꾸 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잔소리가 많은 사람이다. 사회생활에서는 대범하게 행동을 하는데,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자꾸만 잔소리를 한다.   아이들인들 그게 싫지 않겠는가.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다. 사실은 아빠의 체면때문에 묵묵히 듣고 있을뿐이지, 그네들의 마음속에는 반발심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사회에선 그런 것을 헤아리면서 잔소리를 절제하는데 집에서는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잔소리 없는 날을 정하였다. 아이는 잔소리없는 날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본다. 결과는 엉망일 것이다. 보모는 아이가 작심하고 저지러는 엉뚱한 일들을 묵묵히 받아준다. 아마도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 스스로 깨닿게 될 것이다. 그렇다. 나도 잔소리를 한번 줄여보는 것이 어떨까. 아이들이 짱구를 보면서 스스로 깨달아가듯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스스로 깨닿도록 조금 더 한발짝 물러나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을 그만큼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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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돌개바람 7
앤 카메론 지음, 김혜진 옮김, 토마스 B.앨런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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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애와 사랑

할머니에게 떠맞겨진 후안은 할머니에게 짐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자신의 아들을 어머니에게 맞긴 후안의 엄마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모든 사람은 자신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사랑은 무엇이고 책임은 무엇일까. 후안의 나이도 제대로 모르고, 학교를 보낼 생각도 하지 않는 후안의 할머니는 후안을 사랑하는 것일까 아닐까. 뚱딴지 같은 질문이 나에게 자꾸만 떠오른다.

그것이 내 특기이다. 가슴이 저릿한 책을 읽으면 그것이 자극이 되어서 수많은 연상들이 떠오르는 것. 그런 내 독서법은 현실에서의 내 삶을 도와주는 것일까,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일까. 맨 마지막 질문부터 대답하겠다. 나는 책을 통해 다른 연상들이 떠오르는 것을 결코 내 삶에 부담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나는 주변으로부터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평을 듣고, 현실에서의 일의 집중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전혀 불평하진 않는다. 나는 그런 나를 좋아한다.

후안의 할머니는 후안의 나이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식의 관점에서 볼때는 비난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자신의 방식의 사랑이 있다. 자신의 몸도 힘들지만 자신에게 맞겨지는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자신이 가르칠수 있는 최상의 삶을 가르친다. 삶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방법. 바로 자신이 살아온 그 방법 말이다. 그렇다. 후안의 할머니는 후안을 사랑했었다. 자신의 방법으로. 우리가 보이겐 이상하게도 보일수 있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방법으로 후안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래서 문화가 다른 우리들에게까지 그 감동이 전해지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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