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아이들 작은 책마을 1
리혜선 지음, 이영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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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의 한국사람들

일본 점령시에게 수 많은 사람들이 만주로 넘어갔다. 그 춥고 척박한 땅을 일구면서 새로운 곳에서 삶을 일구어야 했던 사람들에겐 이루 말로 다할수 없는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아픔이 잘 형상화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이다.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이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이 잘 이루어져 있다.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 힘든 환경에서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어 가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재목처럼 사과배가 만들어진 과정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를 이룬다.

이 책에 담긴 아름답고도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에서 사과는 중요한 역활을 한다. 사과는 새로 정착한 어려운 사람에게 소중한 사랑을 전하는 사랑의 매개체가 된다. 또 이국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그 사과를 사과나무를 키워서 다시 맛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한다.

만주의 척박한 땅에서는 자랄수 없었던 사과나무를, 그곳에서 자생하는 돌배나무에 접목을 해서 결국에는  고향의 맛과 비슷한 사과배를 만들어내게 된다. 사과배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주민들의 회한이 집약적으로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의 상징물인 셈이다.

낮선 곳으로의 이주에서부터 시작해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과배를 만드는 과정은 이주지에 정착하고 그곳에서의 삶을 일구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래서 중국에 사는 한국교포들, 즉 조선족의 문학적 성취인 것이다. 세계로 퍼져나가 새로운 삶을 일구고 있는 흩어진 한국인들의 문학적 성취를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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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정미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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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빛나지는 않을지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꼭 삶이 아름다워야만 할까. 꼭 삶이 보람되어야만 할까. 꼭 삶이 행복해야 하는 것일까... 나의 삶이란 결국은 이렇게 흘러가고야 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제껏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그런 생각이 왜 이제와서 갑자기 떠오른 것일까... 아하 그 책 때문이다.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라는...

이 책 속에는 아픔에 관한 기록들이 가득히 들어있다. 나만 아픈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아픔 투성이이다. 소설이 좋은 점은 바로 그때문이다. 나는 내 삶밖에 느낄수가 없다. 소설은 가상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느끼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그것이 비록 자의식이 과잉된 작가의 삶의 모방일지라도... 과잉된 자의식... 그건 나도 가지고 있는 것인데 뭘...

반갑기도 하다. 세상에 혼자서 서 있는다는 것은 사실 외로운 일이다. 나와 같은, 혹은 비슷한 존재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썩 나쁜 일은 아니다. 이 세상에 철처히 혼자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니까... 이 세상에 나와같은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닿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사실 나는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세상에 나만이 힘든 것처럼...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위안이 되는 책이다. 아픔을 가진 존재들, 아픔에 병들고 시들어가는 사람들. 일상이라는 그 모순된 비일상적인 아픔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만 천하에 알리는 책. 속 시원하고, 반갑고, 달콤한 책이다. 외로움에 대한 선언서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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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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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

사회부적응자들.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현실이라는 것에 적응을 할수가 없다. 사사건건 문제만 생긴다. 그들의 머리속엔 뭐가 들었는지 글로벌 스탠다드란 것을 받아들인 오늘날의 세상과 건건히 충돌을 일으킨다. 그들이 충돌을 즐기는 것인지, 모든 돌에 대한 관용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두가지 다 문제인 것인지...

결국 그들은 세상을 떠난다. 더 이상 세상과의 불화를 견딜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상보고 떠나라고 할수가 없으니, 그들이 세상을 등지고 먼 곳으로, 세상이라는 괴물의 영향을 덜 받는 곳으로 멀리, 아주 멀리 삶의 터전을 바꾸었다. 즉 그들이 이사를 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야기는 그걸로 해피앤딩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이사를 간 곳, 그 한적한 곳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은 정말 지독한 트러블 메이커들인가보다. 아무리 동떨어진 곳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그들에겐 평화란 없는듯하다. 마치 평화를 깨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도대체 왜 그리도 피곤한 삶을 사는 것일까. 이젠 시대가 지나고, 낡디 낡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서...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발생한다. 그들의 그런 비타협적인 삶의 방식이 사실은 옳은 것이었다는 것이 입증이 되는 것이다.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이상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상실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들은 마치 돈키호테처럼 모든 사람이 꿈을 잃은 세상에서 영원히 꿈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버티어온 용감한 기사와도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일견 우스광스러운 에피소드들의 남발로만 여겨지는 이 책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결말을 보고 다시 한번 책의 내용을 반추해보다. 우습게 여겨지던 그간의 에피소드들이 사실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그 에피소드들을 대하며 미소를 지었던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과연 올바른 것인지... 그런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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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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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백일몽의 추억

학창시절 선생님은 백일몽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쳐주셨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백일몽은 현실과 괴리된 자신만의 꿈을 만드는 것이고, 그 꿈은 결코 현실이 아니기에 소중한 시간을 그런 헛된 꿈에 투자하지 말고 실질적인 꿈에 투자하라고 가르쳐 주셨던 것이다. 나는 착한 학생이었기에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나는 몰래 내 백일몽을 꾸는 것을 완전히 그만두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내가 모모를 읽으면서 그토록 흥분했는지 모른다.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는 현실보다는 그런 환상을 더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 어른의 모양을 하고 있는 나는 내속에 아직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아이는 오랫동안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기회만 되면 꿈과 모험을 찾아서 떠나려고 하고 있다. 자꾸만 나를 충동질해 나까지도 자신의 여정에 동참하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요즘 나는 그 또 다른 나와의 대화를 가지는 시간을 많이 늘인 편이다.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세상이 나에게 주는 자유로운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기에 나는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는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 준비가 되면, 혹은 여유가 생기면, 아니 더 이상은 이 현실이란 곳에 머무는 것을 견디지 못할때가 되면, 그 친구와 함께 어디론가 모르는 곳으로 정처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이미 결심을 한 상태이다.

그저 지금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 라고 나 자신을 다독거리면서 좀 더 현실이란 이름의 세상에 머물고자 노력을 한다. 그러다 이 현실이란 것이 너무나 지긋지긋하고, 나 자신에게 무엇이가 달콤한 선물을 베풀고자하는 마음이 생길때 찾는 것이 바로 미하일 엔데의 책들이다. 그의 책들속에는 마치 내 속의 다른 나가 들려주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끝없이 담겨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 끝없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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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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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랑의 이야기

보통사람들은 이런 사랑을 할 것이다. 사랑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견해에 보통사람들은 대개 동의를 할 것이다. 사랑이란 그저 그렇게 찾아오고 또 그저 그렇게 사라져 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보통사람들이 흔히 사랑이란 것에 대해 부여하는 신비로움이란 것은 신비롭지 않은 보통의 순간들을 장식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드라이아이스 같은 것이라고...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이라는 심리적 기제의 단계별로 사랑을 정리해 놓았다. 한 사람이 또 한사람을 만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사랑이라는 관계를 발전시키고, 그 관계가 보통사람들이 경험하는 것과 같은 단계를 밟아서 마침내 더 이상은 사랑하지 않는 관계로 나아가는 그 평범하고도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보통화를 시도한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은 글이다.

소설이라고 할수도 있고, 소설적 장치를 빌어서 사랑의 심리적 단계를 설명하 소설적인 글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을것 같다. 어차피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은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 그저 보통사랑이고, 그것은 그 사랑이 특별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그냥 보통사랑이란 것이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선택된 그저 그런 사랑일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보통성을 벗어나 알랭 드 보통성을 갖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랑에 대한 보편화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그런 착각을 한다. 사랑의 순간에 서게 되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사랑만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정을 겪게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과정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일부 사라의 경우에는 사랑의 일반화 과정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유형의 사람들은 사랑이란 감정의 과정을 극단적인 것으로 추상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것은 삶에 두번다시 오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이고, 이 경험의 가치는 너무나 대단한 것이기에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다 걸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절벽위에서 더 나가지 말아야 할 마지막 걸음을 더 내디딜수도 있게되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그 마지막 단계를 보통사람들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효용이다. 사랑의 순간 마직막으로 걸을수도 있게 되는 그 마지막 걸음은 알랭 드 보통의 경고를 충분히 경고를 받은 사람만이 걷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사랑이란 것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나서도 자신이 스스로 행하는 확신범이라면...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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