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뇌과학 - 더 나은 관계를 위한 4단계 뇌 최적화 전략 쓸모 많은 뇌과학 15
에이미 뱅크스.리 앤 허시먼 지음, 김현정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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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연구는 외로움이 사람을 가장 빨리 죽이고, 쉽게 병들게 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경고한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이것이 과학적 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든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문제는 그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6" 

책에서 말하는 CARE 프로그램은 " 타인을 대할 때 얼마나 평온한지Calm, 타인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수용감을 느끼는지Accepted, 타인의 마음에 얼마나 공감하는지Resonate, 이런 관계를 통해 얼마나 활력을 얻는지Energized 파악할 수 있(11)"는 체계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뇌과학을 어떤 방식으로 인간관계에 적용해 문제적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 관심을 갖고 살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CARE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서도 문화적 차이라는 장벽없이 적용 가능한지도 의문을 갖고 지켜보았다. 

이제까지 우리는 관계 안에서 스트레스가 생겨난다고 여겼다. 물론 맞다. 나와 다른 타인과의 관계는 항상 좋을 수 없고, 한정된 목표를 가지고 경쟁하듯이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타인은 스트레스 요인이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쏟고, 챙기고, 살피고,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조차 심력과 체력을 요하는 일이라 사회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타인을 끊어내거나 그조차 여력이 나질 않으면 자신을 살피길 멈추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관계의 뇌과학'에서는 "사회적 고립은 당신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33)"며 사회적 고립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한다. 우리는 그동안 반대 방향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도피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 신경을 잇는 경로는 충분히 자극을 받지 못하면 점점 약해져 신호를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감사한 재능을 잘 유지하려면 복잡한 거울 신경계를 계속 자극해야 한다. 75" 

갈수록 우리가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부족한 사회가 되어간다며 한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저 문장에 있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과거에 비해 덜 촘촘해졌다. 과거 우리는 이웃과 허물없이 지내고 타인과 좀 더 무람없이 교류했다. 하지만 지금은 채 열 걸음 정도가 되지 않는 아파트 이웃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대중교통에서 옆에 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 들고 있는 짐을 무릎 위에 올려 들어주겠다고 말을 거는 일 같은 것은 없다. 누군가에게 신경을 기울이고 교류하는 일을 불필요한 접근이라 여기면서 자연스럽게 전에 비해 자극을 덜 주고받게 된 것이 아닐까. 

MBTI의 대유행 이후 타인과 교류하고 싶지 않은 소극적인 태도를 I 유형이기 때문이라고 핑계대며 인간관계의 폭이 좁고, 관계를 맺는 것보다 끊는 것을 더 쉽게 해온 자신을 원래 그게 더 좋고 편한 사람으로 여겨왔는데 '인간관계의 뇌과학'을 읽으며 사실은 그게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 때 책은 그 또한 해결 방법이 있다고 말해준다. 약해진 자극으로 기능이 멈추었다고 해도 반복된 훈련으로 굳어진 경로에 다시 자극을 전달할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의 뇌는 변할 수 있고, 달라진 뇌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도 바꿀 수 있다. "환경이 변하면 뇌의 경로도 달라진다. (95)" 

앞부분의 내용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4장부터 시작된다. 스스로에 대한 진단도 4장에서 마련된 항목으로 확인해 볼 수 있으니 일단 본론부터 내용을 시작해야 마음이 편한 성향이라면 4장부터 책을 읽어도 좋겠다. 전부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문답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짜 자신의 현상황과 스스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제대로 구분해내고 있는가 고민하곤 했는데, 책에서 이런 문제점을 짚어주는 내용이 나와서 (지나치게 오래 생각하지 말고 본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일부 문장에 정확하게 답하려고 애쓰다 보면 관계의 참모습을 '속이게' 된다. 118)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렇게 점수가 나오는 문항들은 높은 점수를 원하는 속마음때문에 자신을 속이기 더 쉬울 것이다. 

물론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점수를 매기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개선법 중에서도 '관계 마음챙김 명상(188)'같은 것들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관계 역설에서 나오는 내가 숨기고 있던 것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보는 훈련(225)은 시도해보기 조차 어렵다. 누구나 비밀은 있고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 영역이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맞지 않을까. 이런 생각조차 '내 진짜 모습을 알면 나를 거부할 거야(225)'라는 생각 때문에 숨기는 본모습이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방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되살펴보기도 했다. 이 솔직함이 관계를 더욱 가깝게 하고 삶을 가볍게 만들 것이라는 낙관은 다소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다. 책에서 [굿 윌 헌팅]이나 [죠스]같은 영화를 예를 들며 설명할 때가 있는데 이때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를 제시해보고 싶었다. 

책의 첫 부분에 짧은 꼬리 원숭이 실험(20)에 대해 나오는데 그 내용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뇌는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행동에도 마치 자신의 것인양 모방하는 거울 효과를 느낀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이어져 폭력적 이미지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여야 함을 강조하는 조언을 보니 크게 이해되었다. 일부 이용자들에게는 여전히 반발을 사겠지만 책에서는 "전쟁이나 범죄를 주제로 하는 게임(259)" 역시 "당신이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당하고 있기라도 한 듯 몸과 뇌가 폭력 장면을 그대로 모방한다는 사실(259)"에 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솔직하자면 코미디 장르의 영화보다는 비급 정서의 고어영화를 즐겨보곤 했는데 앞으로는 좀 달라져야겠단 생각도 하게 되었다. 

뇌와 인간관계 위주로 여러 조언이 있었는데 말미에 들어서면 건강한 뇌를 위한 관리 방법도 있다.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이라 9장의 핵심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물을 마셔라, 신체와 뇌를 함께 훈련하라(운동을 통한 신경전달물질 분비, 뇌유래신경인자 분비 증가),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라,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라(물리적 충격), 햇볕을 쬐라, 잠을 충분히 자라(성인 하루 7~8시간), 뇌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라(블루베리, 아보카도, 통곡물, 콩 등), 뇌 훈련 프로그램을 활용하라, 마음에 드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라.' 등이 있다. 간단하고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인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왜 이런 생활방식을 가져야 하는지 곱씹을 수 있는 설명이 함께 있어 유용했다. 이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서 냉장고에 붙여 놓았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머리로 하지 말고 가슴으로 하라는 말이 세상을 강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인간관계의 뇌과학'이라니, 결국 또 머리로 돌아가서 생각해야 하는 걸까 궁금함을 품고 책을 읽었다. 생각해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도 결국 지능이다'는 주장도 맞는 말이었다. 짧은 꼬리 원숭이 실험에서처럼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것이 뇌의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보통 마음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그 곳으로 생각과 느낌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머리였다. 마음이 아닌 머리의 훈련과 전환을 통해 문제를 바꿀 수 있다는 관점이 변화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왜 갈수록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게 된다고 느끼는 것일까, 스스로가 고립의 길로 걸어가고 있으면서 왜 외롭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건강한 인간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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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2026.상반기 - 제52권 1호
한국문학사 편집부 지음 / 한국문학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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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상실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26년 상반기 한국문학을 읽는 동안 때때로 많은 눈이 내렸고, 얼마간은 깊이 추웠다가 날이 좀 풀리는 듯한 날에는 젖은 거리에 뿌연 입김이 서린 듯 흐렸다. 안미옥 작가의 [겨울의 일들] 그 자체와 다름없었다. 여행을 떠난 친구의 이야기를 읽다가 반대로 여름에 떠난 사람의 일을 떠올렸다. 나는 먼 발치서 가끔씩만 그를 보았고, 그 사람은 나를 알지 못한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나 다름없던 그 사람의 일은, 건너건너 전해들은 소식으로 남아 이렇게 이따금씩 떠올리게 된다. 그 소식을 몰랐다면 나 역시 여전히 그가 어딘가에서 그답게 있을 것이라 여기며 잊었을까. 그래 어쩌면 잊었을지도. 

" 아이에게 종종 말한다. 이제 몇 년 더 지나면, 엄마나 아빠보다 친구가 더 소중해지는 때가 온대.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지는 때가 온다고 해. 그때도 종종 엄마에게 친구랑 있었던 일들, 즐거웠던 일들, 슬펐던 일들 이야기해주면 좋겠어.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언제든 마음을 나눠주면 좋겠어. 20" 

그 애는 아직은 모를 미래이지만 그 시간동안 어른이 된 나 역시 그랬었다. 내가 생각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비밀로 남겨두고 싶은 일들을 친구와 나누던 때가. 그 다음, 그 다음은 누군가를 사랑했었다. 그리고 요즘은 이상하게도 자신으로 돌아왔다. 갈수록 자신을 파고드는 것이 가장 어렵고 또 중요하게 생각된다. 나를 다 사랑하고 난 다음도 있는 것일까? 언젠가 또 이 다음을 알게되는 날이 오겠지, 그럼 그때는 그런 내 마음을 엄마에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신작 소설 조경란 작가의 [절차]에서도 떠난 누군가의 흔적을 더듬어보는 과정이 계속되었다. 있는 사람들의 존재는 희미한데 없는 사람들로만 둘러싸인 기분이 들었다. 겨울이란 계절이 그런 것일까. 차갑고 서투른 멜랑콜리를 눈처럼 녹여 삼키며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 나를 사랑하고 난 다음이 되는걸까 생각했다. 내가 밖으로 나설 때 '갈게요'하고 남긴 인사 뒤에서 엄마도 뭔가를 헤아리며 계속 기다리고 있는걸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고. 다만 엄마의 기다림이 "몇 시간 아니고 한 시간(75)"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상실이 없는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묵은 공기를 환기시키듯 현실에서 한국문학과 웹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상반기에는 긴 겨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첫 절기인 입춘처럼 피어나는 문화에 대한 시선도 있었다. 해외에서 한국문학의 수요가 크게 성장했다는 결과값은 매번 더 크게 되풀이되는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는 위기론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 솔직하자면 소설의 웹툰화, 웹툰의 영상화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지만 이미 어느 정도의 성공이 검증된 작품을 재생산하여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시장의 움직임에는 그만한 바탕층이 있을 것이다. 

2026 한국문학 상반기호를 읽기 전에 가장 기대가 됐던 것이 '비평의 눈'이었다. 마침 천선란 작가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를 읽고 있던 때였다. 막상 읽고보니 이미 읽은 책보다 아직 못 읽어 본 [멜론은 어쩌다]의 제목들이 자꾸만 더 눈에 띄었다.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같은 제목이 주는 키치한 호기심을 어떤 독자가 거부할 수 있겠나 싶었다. " 아밀은 파국 이후가 아니라 이미 조금 달라져 있는 세계에서 이야기를 시작 (235)"하고 " 천선란의 세계는 이미 되돌리거나 회복될 수 없고 (235)"다는 구분처럼 천선란 작가의 세계보다 더 현실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가 될 만 했다. 

이제 막 첫번째 달을 지나보냈을 뿐인데, 상반기를 끝내버린 기분이 든다. 매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난다고 불평하면서도, 아직 한참 멀리 있는 것 같은 여름을 상상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어쩌면 다음엔 한국문학의 위기라 끌어올려지는 남작가 기근 현상, 남작가로서 작품활동을 할 때 거쳐야 하는 자기 검열에 대한 분석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다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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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디자인 - 우리 시대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100
파이돈 편집부.켈시 키스 지음, 최다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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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디자인은 아름다움보다 먼저, 삶을 생각한다' 

'삶을 위한 디자인'을 만난 것은 마침 세번째로 오른쪽 고무장갑에 구멍이 났던 날이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축축해진 손을 씻어 말리고 찬장을 열어보니 왼손만 남은 고무장갑이 두개나 더 있었다. 새 고무장갑을 사려고 쇼핑앱에 들어가니 한쌍의 고무장갑, 한쪽만 있는 고무장갑 그리고 어느 쪽으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엄지 손가락이 디자인 된 고무장갑이 있었다. 세상에, 방향에 구애받지 않고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는 고무장갑이 있었다니! '삶을 위한 디자인'의 소개를 읽었을 때, 너무도 다르지만 결국 그 가장 깊은 곳에 '고무장갑'과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음을 꿰뚫어 본 기분이었다. 물론 그날 난 오른쪽만 있는 고무장갑 3개 세트를 구매했다. 

책에서 만나게 되는 디자인들은 고무장갑의 엄지손가락의 활용도와는 결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고 그저 책을 한장씩 넘기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즐거움이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주로 영화를 볼 때 저런 소품과 공간 디자인을 어떻게 채워넣는 걸까 궁금할 때가 있는데, 여기 꼽힌 100인의 디자이너들을 살펴보기만 해도 그 답이 나오는 것 같다. 책에서 작품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실리는 것들이 의자, 탁자, 조명인데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얼마나 더 한계없이 해체되고 자유롭게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그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디자인하라, 당신이 디자인하는 것이 곧 당신이다.* 

딱히 미적 감각이랄 것이 없는 탓에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기본형이다. 유행을 따르거나, 어딘지 포인트가 되는 요소가 있다 싶어 고른 것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보면 이게 뭐가 좋았었나 싶게 촌스러워 보인다. 그러다보니 웬만하면 시기를 타지 않을 것들을 고르고, 장식이 될 만한 요소는 가급적 배제했다. '심플 이즈 베스트'란 말을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그 문구가 나의 삶을 덜 복잡하고, 그나마 깨끗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디자인은 결국 생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 물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삶을 위한 디자인'을 보며 꼽은 인상적인 디자인 중에 미셸 샤를로(62)가 가장 가깝게 여겨졌다. 특히 그의 작품의 뿌리가 되는 세가지 원칙 중 첫번째 "산업 디자인 원칙을 지킨다"에 이어 효율성, 체계, 간결한 형태의 강조가 마음에 들었다. 함께 실린 그의 작품들은 확실히 기능과 편의에 중점을 두었다. 만약 사무를 보는 공간을 꾸미거나 현실적으로 사용할 가구를 고른다면 미셸 샤를로의 의자를 고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아름다움이 강조되면, 현실을 조금 지우고 취향을 살짝 더하면 감프라테시(92)의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정갈한 나무와 직물의 조화로 깔끔하면서 따뜻한 분위기가 좋다.

취향을 떠나서는 하이메 아욘(108) 디자인 다른 무엇보다 편해보여서 좋았다. 보기에 좋지만 막상 사용하라고 하면 망설여지는 작품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외출해서 카페라도 가려면 의자가 편하고 탁자 높이가 맞는 곳을 찾기 위해 30분은 예사로 헤매게 되는 요즘 세태에 '편함'이 담겨있는 디자인은 귀하다. 그리고 음포 바키르(272). 그의 홈커밍 컬렉션 사진은 단 한장으로 모든 것을 뛰어넘는 묘한 매력을 뽐낸다. 자연과 그대로 어우러진, 어쩌면 그 자체인듯한 작품은 시선을 사로잡는 그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주로 가구와 관련된 디자인들을 꼽았는데 그와 별개로 다닐 뤼바켄의 조명(224)은 그 소개글이 너무나 멋져서 작품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소개글을 읽고 나서 다시 작품을 보니 과연 번져나가는 빛무리에 서정과 서사가 더해지는 것 같달까. 

기대를 했지만 그 이상으로 좋았다. 단시간에 집약적으로 아름다움을 맛본 느낌이다. 아주 욕심껏. 책을 읽는 일은 어떻든 계속 눈과 머리를 쓰는 것이라 골몰하다보면 피로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삶을 위한 디자인'은 반대로 눈과 머리의 감각을 새로 깨우고 전환시켜주는 묘한 개운함이 남았다. 지인이 분야는 다르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있어 꼭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어졌다. 누구든지 '삶을 위한 디자인'을 펼쳐본다면 분명 이 안에 담긴 매력과 가치를 알아보게 되지 않을까. 2026년을 여는 흥미롭고 인상적인 책으로 꼽고 싶다.


* you are what you eat. 원 브리야 사바랭(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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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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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를 진심으로 치열하게 하는 사람들은 티가 날 수밖에 없나 봐." 153"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어른이 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청소년기도 특히 그렇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이 서야할 곳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자각이 시작되면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지는 한편,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세계의 불확실성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을 품게 된다. 유자 또는 전교1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지안, 학업중단숙려제 기간을 보내는 수영, 이름 대신 전학생이라 불리며 늘 혼자있는 해민, 어느 날 거제에 내려온 외지인 혜현을 통해 이들이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자리를 찾기 위해 쌓아올리는 시간을 조금씩 엿보게된다.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도록 묶어주는 요소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헤매고 있다는 공통점에 있다고 여겨지는데, 재밌게도 이들은 각자의 관계를 맺으며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나누기도 하고, 전혀 접점이 없었다가 어느새 가까워지기도 한다. 

" 여름 휴가철이 지나고 나면 지역 유기 동물 센터엔 새로운 아이들이 등장했다. 처음엔 누가 여행까지 와서 키우던 동물을 버리고 갈까, 길을 잃고 실종된 거겠지, 짐작했는데 아이들을 찾아가는 보호자가 없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31" 

어느날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에 등장한 혜현이 혹시 키우던 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일까봐 수영은 혜현에게 접근한다. 덩달아 혜현과 인사를 나누게 된 지안에게 혜현은 2013년 교지를 찾아봐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지안은 편집부원인 해민에게 말을 걸게 된다. 이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해 혜현이 찾고자하는 2013년의 교지에 담겨 있는 것이 뭘까, 아직은 어린 지안이 발작과도 같은 공황증세를 앓게 된 이유가 뭘까 혹시 내가 모르는 숨겨진 비밀이나 사건이라도 있을까 싶어 책을 읽다가 잠깐 검색창을 열어 2013년의 거제 사건 사고를 찾아보기도 했다. 천천히 풀려나가는 이야기는 검색창 같은 것에서 나오는 사건같은 것은 아니었다. 

" 그렇게 이름이 바뀌어도 그 사람의 가장 진실한 부분은 어딘가에 각인처럼 남는다. 남들이 하는 말이 아닌, 오랜 시간 꾸준한 애정을 쏟으며 지켜 온 것들에 담겨 그 사람을 설명해 주는 진짜 '본질'이 된다. 그렇다면 나의 본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163" 

처음 지안이 별명을 신경 쓸 때, 수영이 개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학교 때 전학 온 해민이 고등학교에서도 여전히 전학생이라고 불릴 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호칭이, 사실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하나의 의미를 담고 있었구나 깨닫게 된다. 유자빵을 파는 가게집 딸인 유지안의 별명이 유자가 되는 자연스러움, 전교 1등이라는 별명을 자신을 드러내는 장점으로 여겼던 만큼 잃을까봐, 잃었을 때 받게 되는 압박같은 것들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전학생이라는 별명이 주는 거리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해민 역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뿌리내릴 곳을 찾고 싶어하는 허허로움이 느껴졌다. '유자는 없어'는 내가 어떻게 불리는지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는것, 바꾼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통해 어떻게 불리더라도 잃지 않을 고유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중요함을 생각하게 해준다. 

나는 주로 볼 것 없고 사람들은 오래된 심심한 동네에서 오래도록 지내왔다. 가끔 여름철 바다로 놀러가면 그 지역은 피서지니까 한껏 여름의 즐거움과 비일상의 자유를 만끽하는 가벼운 차림의 사람들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문득 여기서 사는 사람은 내 집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영복만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로 흥에 취해 돌아다니는 모습을 일상에서 마주할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해지곤 했다. '유자는 없어'에서는 여행자가 아닌 그 곳에 사는 사람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경험해왔던 것의 반대편에 선 시선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롭고, 한편으로는 한 동네에서 오래 지낸 사람의 시선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 그날 나는 고래섬을 바라보던 김해민의 모습이 내심 거슬렸다. 유명한 관광지나 해수욕장도 아닌 그냥 동네 바닷가인데 저렇게까지 구경할 필요가 있나,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날 내가 느낀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바다를 보며 저렇게 감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더 이상의 궁금증이나 기대가 일어나지 않는 이 도시에서 의미 있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는 그 눈이 부러웠다. 111" 

지안의 시선은 지역의 유명 맛집을 찾아가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방문자를 맞이하는 사람의 입장이기도 하고, 대도시의 수많은 학생 중 한명이 아니라 작은 동네의 전교생의 얼굴을 다 기억할 수 있는 학교의 학생 입장이기도 했다. 지안이 사는 거제는 떠나온 사람들이 찾는 도시라 외지인들이 찾아와 익숙한 동네의 면면을 새롭게 감상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내가 자란 동네는 딱히 볼 것도 이름난 것도 없어 굳이 찾아와 새로움에 눈을 빛낼만한 것이 없다. 다만 오직 그곳에서 나고 자란 나만이 제가 쌓아올린 추억에 잠겨 사라져가는 것들을 덧새기듯 바라볼 뿐이다. 어쩌면 지안이 더 나이를 먹고 너무 멀고 온갖 좋은 것들이 가득한 서울이 고향만큼이나 익숙해지고나면 나와 같은 눈으로 무감했던 동네의 곳곳을 애틋히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이전에 바라본 적 없던 눈으로 보는 경험, 늘 들어왔던 부름에 문득 낯섦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유자는 없어'를 통해 접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오가는 동안 지금의 나는 어디에 서 있는지, 과거 어떤 곳에 발을 딛으며 지나왔는지 그게 무엇이 되어 나를 만들고 있는지 천천히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어떤 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까, 무엇이 나의 본질이 되어줄까. 가능한 가장 좋은 패를 고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때로 나쁜 카드(92)를 집더라도 그 순간에 멈추지 않는 사람이어야지. 내가 뽑은 카드 한 장이 아니라 다음 카드를 뽑기 위해 묵묵히 나아가는 과정이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 믿으며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자신의 자리를 찾는 사람, 나아갈 길을 찾는 사람에게 '유자는 없어'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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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서울 - 공간·사람·정치로 빚어낸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김진애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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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인 나에게도 서울은 익숙하다. 살아온 시간의 절반 정도는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며 길 위에서 지내왔으니 나름대로 익숙하고 애착이 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스로를 서울사람으로 규정짓는 사람들의 서울 사랑 앞에서는 묘한 느낌이 들곤 한다. 어디까지나 일부겠지만 서울사람이라는 것이 마치 자신을 드러내주는 고급 상표인양 드러내보이는 이들을 경험해보았다. 서울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기 때문에 모임 장소는 서울인 것이 당연하고, 편도 30분 이상의 거리는 너무 멀고, 이 경험은 서울부터 먼저 제공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비서울출신은 모를것이고, 하다못해 기프티콘을 선물할 때도 매장이 없을 수 있는 지방의 사정은 남의 나라처럼 멀게 말한다. 이런 은근한 태도가 서울출신만의 것인가 하면 또 개인마다 다른 부분인데, 이 쎄한 느낌을 주는 것은 또 서울출신이 도드라진다. 대체 서울이, 그리고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이 뭐길래 싶어진다. 물론 니가 서울 사람이 아니라 괜히 열등감이나 피해의식이 있어서 그렇다는 지적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지적에도 그 묘하고 은근하고 쎄한 것이 담겨있겠지만. 어쨌든 서울을 좋아하면서도 어딘지 그 안에 온전히 속하지는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 이 서울 찬가나 다름없는 책을 집어들었다. 역시나 싶은 느낌도 있고, 이렇게나 서울을 사랑한다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누군가 내게 경기도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저 그게 뭐 어떤건데 싶어서 뭔 소린가 싶을텐데 '서울을 보니 널 알겠다(7)'는 말에 자랑스러움과 기쁨을 섞어 곱게 담아두는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약간 '너 아이폰 쓰게 생겼어' 같은 말을 들은 느낌인건가 싶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서울 사람 이미지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서울 사람이란 말이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291"며 '이토록 서울'안에도 드러나 있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서울 그리는 법(340/356/359)'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쉽고 유용했다. 한강을 느슨하게 그리고 주요한 산을 콕 찝어 위치를 잡는다. 사대문 안을 표시하는 성곽을 두르고 오래되고 주요한 길을 찾아 표시한다. 꼭 알아둬야 할 것은 아니지만 생활 반경 안에 서울이 있다면 언젠가 어디에서든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아는 척 잘난 척 해볼 수 있을 팁이 될 것이다. 이 내용은 책에도 담겨 있는데 글로 보는 것보다 영상을 참고하는 편이 백배 이해가 쉽고 재밌다. '이토록 서울'에 대한 관심이 그 영상을 계기로 좀 더 높아질 정도로 흥미로웠다. 이렇게 그릴 수 있고, 그리는 방법을 쉽게 알려줄 정도라는 점에서 정말 서울을 아끼는구나 싶었다. 

책에는 애정을 담아 서울 곳곳의 풍경을 찍은 사진이 여럿 실려 있는데, 대부분 익숙하게 느껴지는 장소들이었다. 생활권 안에 서울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한눈에 알아볼만한 곳들일텐데, 문득 이곳저곳 두루 돌아다녔구나 싶어진다. '이토록 서울' 안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 중 하나는 광화문광장에 대한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고 하면 광화문 일대가 상당할 것이다. 광화문에서 종각으로 이어지는 일대에서 느껴지는 개방감과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 산과 천을 앞뒤로 두고 어쩐지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나 역시 끌려한다. 강남이나 홍대, 이태원, 상수 일대가 유행처럼 들끓어도 그 거리 안에서 어딘지 섞여들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데 반해 똑같이 정신없고 사람 많은 서울이어도 광화문 일대는 불편함이 없다.  

" 용산은 마치 알록달록 조각보 같다. 색깔 다른 동네와 길들이 마치 조각보처럼 꿰매져 있다. 별로 크지도 않은데 어쩌면 찾아볼 데가 이렇게 많은지, 어떻게 이렇게 색깔이 다른 동네와 길이 이어지는지 신기할 정도다. 132" 

서울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내내 아끼는 마음을 담은 시선이 보이는데, 의외로 강남쯤가면 들끓던 애정이 조금 식은 느낌이 든다. 요즘 서울의 중심을 꼽으라면 광화문, 종로 일대를 두고 강남을 꼽는 사람들이 많아졌을만큼 비중이 커졌는데 강남 부분은 읽으면서 심심한 느낌이 들었다. 또 하나 산본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진 것도 책의 큰 흐름 안에서는 좀 튀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도시에 대한 내용이었겠지만 왜 산본이 이런 비중을 차지하는가, 생각해보면 일산, 부천, 분당, 평촌 같은 다른 도시들도 함께 엮었더라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유학 시절 서울에 대한 꿈을 자주 꿨다(364)고 하는데서 저자의 근본이라고 해야하나, 정신적 고향은 서울이구나 싶었다. 꿈의 배경이 어디인가에 대해 전부터 생각했던 점인데, 거주지를 옮긴지 10년이 넘었어도 항상 집에 대한 꿈을 꾸면 전에 살던 집이 나온다. 그럴 때마다 내 뿌리는 아직 그곳에 있구나 싶었는데, 저자 역시 산본 출생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유년 시절 자라온 동네나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 전부 서울이다보니 꿈의 배경이나 자신의 뿌리라 여길만한 곳이 서울일 수 밖에 없겠다 이해된다. 집에 대한 꿈을 꿀때면 항상 같은 공간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더 있다면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서울 사람에 대한 불평이 조금 곁들여지긴 했지만, 서울은 매력적이고 심지어 어떤 환상적인 과거의 이미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홀로 집에>를 보며 90년대의 미국에 대한 아네모이아**를 품던 것처럼 서울에 대한 비슷한 동경과 향수를 가지고 있다. 삐딱한 태도가 있긴 했지만 분명한 애정도 가지고 있단 뜻이다. 그렇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워낙 상징적인 도시인만큼 '이토록 서울'이 두루 매력적으로 읽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자만큼 서울을 충만히 사랑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럽겠지만, 굳이 서울러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어볼만한 서울 찬가였다.  


* 창비블로그 [3분만에 서울 제대로 파악하기]
https://blog.naver.com/changbi_book/224126586837
또는 https://www.youtube.com/watch?v=iPBwkdY7oXg 12분 20초 

** 아네모이아(anemoia)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절의 분위기와 문화요소 등에 그리움을 느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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