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니시 - 힘 빼고, 가볍게 해내는 끝내기의 기술
존 에이커프 지음, 임가영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이런 내용의 책을 연말-연초를 거쳐 읽는다는 것은 좀 민망한 일이다. 시기를 많이 의식한 느낌이 든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가장 정력적인
성향을 가진 친구가 지나가듯이 다이어리와 새해 맞이 계획을 물어오기에,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부질없음을 표하며 넘겨버린 날이 있었다. 그는
이런저런 일도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스타일이어서 아마 사적인 얘기를 적거나 이래저래 꾸미지는 않더라도 다이어리로 자신의 스케줄을 관리할
것이고, 올해에는 무엇이라도 좀 해보자며 계획을 세운 것도 있으리라. 물론 나 역시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 입버릇처럼 체중조절을 위해 식이조절과
운동을 할거라 하기도 했고, 다이어리는 최근까지도 꽤 꼼꼼한 업무용으로 썼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어떤 계획이나 결심을 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것이 지속된 적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모 커피 전문점에서 연말에 몇 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 모은 쿠폰으로 받은 다이어리들은 기념품처럼
책장에 꼽힌 채 한번도 펼쳐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를 몰아세우듯 뭔가를 결심하고 또 어느새 실패해서 자책하게 되는 이 이상한 행위를
더는 반복하고 싶지 않아졌다. 문제는 '결심'인 것 같았다.
다산북스에서 나온 존 에이커프의 '피니시'는 그런 내용이다. 끝내지 못한 목표들을 어떻게 해야 끝낼 수 있을까 방향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 특유의 정형화 된 어조가 강하게 느껴져서 초반부터 읽는데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나름의 밝은
에너지로 빠른 템포를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거를 것은 거르며 공감할 것은 공감하고 가볍게 읽어나가면 금방 읽게 된다. 전체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시작의 중요성'에서 '끝내기의 중요성'으로 관점을 옮겼는지에 대한 경험을 시작으로, 높은 목표와 완고한 완벽주의가 끼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 목표를 세울 때 하루에 1시간씩 달리기, 팔굽혀펴기 100번,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 같은 구체성을 갖고
계획한다. 처음 3일 정도는 무리를 해서라도 의식적으로 이 목표를 지킨다. 그리고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날 때 예상 외의 일이 생기거나
원래대로의 자신으로 돌아오려는 관성-게으름-으로 이 목표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완벽하게 이루어졌던 일정에 구멍이 생기는 순간 애초에 세웠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 뒤로 망쳐진 목표에 더이상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게 된다.
"불완전함은 잽싸게 찾아온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대개 그만두고 만다. 그래서 더 이상 완벽하지 않은 날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날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모든 목표의 달성 여부를 좌우한다. 조깅을 하루 건너뛴 다음 날, 일찍 일어나는 데 실패한 다음 날,
도넛을 하루에 딱 한 개만 먹겠다고 결심한 다음 날이 바로 그날이다. '더 이상 완벽하지 않은 날'은 시작만 하는 사람과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을
결정짓는 날이기도 하다. -p.30 피니시"
그는 책에서 그런 순간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바로 그 구멍이 생기는 날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매순간 편함과 타협하려는 자신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한다. 매사에 꼼꼼하고 자신의 성과에 예민한 친구가 있는데, 나보다는 그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혹시 어쩌면 그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목표 달성에 추진력을 더하는 방법으로
수치를 측정하는 23개의 예시를 드는데, 그 중에 SNS팔로워의 수가 있다는 것은 좀 뜨악했다.'인적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말과 함께 새로운
인맥 등등을 꼽은 것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생각이랑 달라 아쉬웠다. 다만 그가 SNS에 사용한다는 독서 관련 해시태그는 좀 도움이 되었다.
어쩌면 곧 내용을 조금 바꿔서 사용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유형을 크게 선호하는 편이 아니지만, 연말과 새해에 지키지 못해 아쉬웠던
목표가 있었거나, 앞으로 새롭게 세운 목표가 있다면 심기일전 용으로 한번쯤 읽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