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책들이 몇 권 더 있는데, 호기심에 한 번 펼쳐본 이 책을 그대로 쭉 읽어보게 됐다. 지금은 한 문장 한 문장을 세심히 공부하듯 판
것은 아니라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읽어만 본 것이지만, 이렇게 한 번 보고 덮을만한 책이 아닌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영어 공부 좀
해보려고 시도했던 몇 권의 가벼운 책들이 물론 장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랑은 좀 안맞는다 싶은 느낌이 있었다. 너무 기본적이거나 사변적인
내용이 많아서 금세 흥미가 떨어지거나 재미가 없었달까. 아니면 공부가 좀 하기 싫었달까...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가벼운 학습서를 한 번
더 도전해봤다.
그래서 이번에 손에 넣은 책은 '김영철 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다. 이 책을 요새 서점이랑 인터넷 배너에서도 종종 보고 해서 어떤
내용일까 싶기는 했다. 약간 볼까 말까한 기분? 영어 학원 광고 같은 걸 보면 실제로 영어 공부 해보지도 않은, 1도 상관 없을 것 같은
연예인들이 '야, 너 공부해봤어?' 또는 '영어가 안되면~'하면서 나오지 않나. 나는 그런 부조리가 싫었다. 하지만 이 책은 김영철씨가
방송에서도 그렇고 영어공부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서 그런 면에선 약간 신뢰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벼운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회의적인 마음이었다. 이상한 개그치는 내용이 나오면 어쩌지 하고...
물론, 이상한 개그치는 내용이 안 나오진 않는다. 타일러로 삼행시 짓는 머릿말부터 무리수였다. 하지만 그 머릿말 부분부터 킬링
포인트였는데, 김영철씨와 타일러씨의 머릿말 어휘의 갭이 웃겼다. 평소에도 타일러씨 문장이 좋은건 알았지만 두 사람 국적이 바뀐 것 같은 이 어휘
사용은 뭐람. 가벼운 흐름으로 리뷰를 쓰면서도 가책을 느끼게 만든다. 혹시나 이 책을 산다면 머릿말 내용 꼭 한 번씩 넘기지 말고 읽어보길.
아주 짧은 부분이지만 공동저자 두 사람의 온도차를 즐길 수 있다.
책의 장점은 실생활에 사용되는 다양한 어휘와 관용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주 짧은 표현을 영작하는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물론 각 꼭지에 해당하는 문장을 우리가 아는 표현으로 만들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소 빈약하거나,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문장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어도 저리 잘하는 타일러씨가 무려 모국어로 된 표현을 알려준다면 믿고 쓸만 하지 않겠는가. 거기다
김영철씨가 먼저 만들어 보는 문장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쓸만한 것들이다. 어차피 니나내나한 표현들이지만 나만의 문장을 만들어보는 약간의 팁이
된다.
또 하나는 팟캐스트를 들어볼 수 있도록 QR코드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MP3파일로도 다운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 점은 좋다.
구성을 간단하게 했으면서도 효율적인 배려가 잘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가끔 QR코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컨텐츠를 다루는 책중에 활용 안
한 책들 볼 때마다 안타깝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짜 미국식 영어'는 5분 정도되는 내용으로 팟캐스트 분량도 짧고 들으면 공부하는 것 같지
않게 가볍게 들으며 지루함 없이 공부할 수 있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타일러씨가 제시해주는 문장이 하나라는 것이다. 어차피 원어민 아니고 모를만한 구어적 표현들을 알려주는 김에 괜찮은
것들은 몇 개씩 더 제시해주면 좋을텐데 아쉽다. 그리고 딱히 뒷꼭지로 갈수록 더 어렵거나 하는 난이도의 차이가 없다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애매했다. 원래 사람이란게 진도가 나갈수록 좀 더 심화된 것이 나오길 기대하는 습성이 있잖은가. 근데 이 정도 진행이 됐는데 갑자기 이런 표현이
나오나? 싶은 부분이 있었다. 갈수록 어려워만지면 하다 포기하게 될 거면서도 그런 욕심이 좀 있었다.
영어에 좀 도움이 되려나 싶어서 관심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책이 잘 나왔다. 타일러씨는 늘 그렇듯이 건승하시고, 김영철씨는 다시보게
되었다.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