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백제 -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이병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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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어떤 분야가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오타쿠의 기질을 보인다고 한다. 연예인을 좋아하듯이 왕들을 파고, 숨겨진 디테일에 앓는 애정을 보인다. 가끔 위인전이나 교과서에서는 알 수 없었던 '세종은 고기를 좋아하여...' 에 얽힌 일화 등을 간략하게 소개한 글들을 보면 순전한 애정으로서 역사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팠구나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내가 사랑한 백제'는 분량도 적지 않고, 자줏빛을 띄는 연한 표지부터,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라는 카피까지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성덕의 기운이 몰려오는 책이었다. 백제에 대한 저자의 그득그득 들어찬 애정 뿐 아니라, 애정만큼 밀접하게 다가가 풀어낸 빛나는 결정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이처럼 백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저자의 열정에 휘말려 읽었다.

 

 백제라는 키워드와, 살짝 두툼한 두께가 독자를 압도하는 것과는 달리, 속내용은 상당히 친절하다. 이 책에 대해서 알려면, 이 책을 쓰는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배려로 우리는 처음부터 백제란? 이란 질문을 마주하는 당황스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남녀노소 안심하고 읽어보길. 저자가 어떻게 백제를 연구하게 되었는가를 따라가다보면 한결같은 저자의 목표의식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이건 그냥 백제가 저자를 간택한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싶어진다. 고향 땅의 영향이라고 해도, 어린시절부터 확고한 꿈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해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읽어보면 담담하게 서술하여 놓았는데도 저절로 대단하게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얼마전에 순천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일정 상 낙안읍성을 가지 않은 것이 아쉬워졌다. 게다가 조류독감으로 순천만에서 볼 예정이었던 낙조마저 놓쳐서 아쉽고 분한 마음에 순천에 당분간 갈 의향이 없어졌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니 낙안읍성도 그렇고 날이 풀리면 다시 찾아봐야겠다 싶어졌다.

 

 재미있을까 의문을 품고 시작한 것에 비해 꽤 재미있게 술술 읽혔다. 아마도 저자가 백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며 얽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제를 향한 '방망이 깎는 노인'과도 같은 깊은 장인정신을 드러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모습에 매료되어 버린다. 마치 박물관의 24시간 같은 코너처럼 관찰하듯이 바라보는, 직접 일하지 않고는 모를 박물관에 대한 내용도 곁들여 있어서 그 점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 이상 정도면 충분히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같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상당히 매력있게 읽었기 때문에 인상이 다소 딱딱해보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책의 맨처음 "목표나 의미"를 얘기하던 저자가, 그것을 이루며 살아왔음을 동경의 눈으로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정말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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