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이현우 지음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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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스토이는 예술 감염론이라는 걸 얘기합니다. 작가나 예술가가 가진 감정이나 사상이 작품이란 매체를 통해서 독자나 관객 같은 수용자에게 전달된다는 겁니다. 작가가 가진 감정이 독자에게 옮겨지는 것, 어떤 사상이 옮겨지는 것, 그래서 같이 감염되는 것. 같이 환자가 되는 거죠. 톨스토이즘이라는 어떤 아이디어가 있다고 한다면 독자를 톨스토이즘의 신봉자로 만드는 것이 예술 감염론입니다. - p.217 4강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

 

 이 책은, 굳이 장르를 분류해놓자면 해설서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왜 우리 어린시절에 보던 전과나 참고서처럼,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해설서. 이런 구성으로 되어 있는 책들을 좋아하면서도 읽기 꺼려하는 편이다. 보통 차마 다 소화하지 못한 부분이나 알아채지 못한 점들까지도 잡아낸 깊이 있는 내용이 많아, 읽다보면 재미있는데 한편으로는 주입식 독서법으로 '이건 이렇다'고 교육받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텍스트로 한번 접한 해석의 결이 마치 옳고 유일한 해석인 것처럼 여겨져 나 자신의 감상으로는 나아가기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염려된다. 사실 혼자서는 그만큼도 확장될 여력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문학을 철학과 함께 분석하여 엮어낸 저자 - 이현우, 로쟈- 분의 이 신간은 "철학"이란 키워드를 품음으로써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작품을 읽어내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철학적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다소, 너무나,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많은 부분을 세세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작품들을 묶어 나름의 가이드로 독자를 안내하는 형식의 글들은 많은 독자들의 환대를 받는 편일 것이다. 우리가 작품을 읽을 때 자칫 오독하게 되거나, 저자가 이스터에그처럼 숨겨놓은 글 안의 숨겨진 묘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리거나, 불행하게도 끝까지 다 읽기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이 해설서는 고전이라 이름 난 좋은 작품들을 우리 개개인이 마주하였을 때 본인의 힘 만으로는 다 채울 수 없는 작품과 해석의 여백을 친절히 메워주며 더 다채로운 감상의 길로 인도하여 주는 역할을 해준다. 어떤 의미로는 이 내용을 이렇게까지 깊이 있게 사유하고 학습한 타인의 결과물을 엿보고 마치 자신도 체화한듯한 착각,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켜 주는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극히 개인적인 예이지만 이런 해설서를 통해 알게 된 책들이 큰 감명을 주었더라도 원문을 찾아 직접 완독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이 흥미롭고 친절한 안내서는 원문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도 작품의 내용과 의미를 쉽게, 그야말로 떠먹여주듯이 전달해주고 있다. 때문에 목록들을 보고, 이 작품에 대해서 모르는데도 괜찮을까 염려됐더라도 읽기를 망설일 필요는 없다.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로 꼽은 맨 위의 인용구는, '문학 속의 철학'을 읽으며 만나게 되는 작품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면서 만약 이들 작품들과 교감하고 그것이 "감염"되는 상태로 전달될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염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즐겁게 읽었기 때문이다. 이는 유명한 영화 '일 포스티노'의 명대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네루다 선생님 큰일났어요, 전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그것은 심각한 병이 아니야. 치료약이 있거든."
"치료약은 없어요, 선생님. 치료받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전 사랑에 빠졌어요."

문학과 철학에 새롭게 빠지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 감염의 상태에 머물고 싶은 여운이 남았다. 읽을수록 저자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토록 조심스러운 접근방식으로 미숙하고 서툰 독자를 놀라지 않게 사로잡을 내용의 책을 발간해주다니. 두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어렵지는 않을까 부담되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좌절했던 경험을 가진 독자라면 기쁜 마음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사실 저자는 '로쟈'라는 이름으로 A인터넷 서점에서 매우 활발히 활동하는 분이고, 그 서점을 자주, 많이, 종종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저자의 글과 소식을 접할 일이 많았다. 때문에 마치 사람들이 길에서 연예인을 보면 친숙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며 알은 체를 하듯이, 저자의 신간을 보며 익숙한 느낌에 일방적인 알은척? 반가움이 들었다. 더불어 책을 읽고 섣불리 어떠한 평이나 의견을 올리는 일이 어색하게도 느껴진다. 혹시나 보실까봐. 혹시나지만, 좋은 독서가 되었다는 감사의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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