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바깥에서부터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틈새로 바람이 들어오는지 모르지만, 때로 속도를 높이 차 한대가 매섭게 지나가는 듯한 소리다. 지난 140억년의 역사동안 지구의 움직임, 계절의 변화, 자연에서부터 오는 날씨의 현상들은 계속되어 왔다. 그것이 무엇에 영향을 받고, 어떤 식으로 민감하게 이루어져 있는지 다 알지 못해도 이처럼 삶 속에서 그 존재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경험하고 있다. 책세상의 신간인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모든 것의 기원'은 "별과 은하계의 탄생부터 지구의 대기와 바다, 생물과 인간 문명의 발상까지 '어떻게 세상과 만물이 생겨났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슬쩍 넘겨보면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난해하거나 고리타분해보인다. 언뜻 보이는 단어들에서 비일상적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꽤 괜찮은 상대임이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뉴트리노나 CNO 순환 반응, 중성자, 케플러 궤도, 카이퍼 벨트, 섭입대, 밀란코비치 주기 등의 단어들이 나오겠지만 그것이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다. 읽다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영화 장르 중에서 자연재해물을 좋아한다. 이것도 장르의 하나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재해가 일어나서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고 또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사투를 벌여 극복해나가는 인류의 대응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의 자연재해물들이 회오리바람같은 것을 소재로 했다면, 최근은 인간으로인해 황폐화 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나 인공적으로 자연을 되살리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사건을 다룬다. 최근에 본 '지오스톰'이란 영화도 그런 내용이었다. 자연의 균형이 깨진 가까운 미래에 최후의 수단으로 우주 정거장에서 날씨를 인공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아주 약간의 조작으로도 날씨가, 또 이를 넘어선 기후가 달라지게 되고 사람들과 그들이 이루어놓은 것들이 쉽게 파괴되었다. 헐리우드 특유의 미국 만능 주의가 범벅된 촌스러운 내용이지만 각지에서 일어나는 자연 재해를 묘사한 장면들이 꽤 흥미로웠다. 이런 개인적 관심과 더불어 '모든 것의 기원'에서도 '6장의 기후와 서식 가능성'부분을 관심있게 읽었다.

 

 "그러나 우리가 환경을 아무리 망쳐놓아도 지구는 적어도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멀쩡하게 유지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질구조판은 인간이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문제지만, 지구는 인간의 생존 여부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 p.205  6장 기후와 서식 가능성"

 특히 이 부분에서 지구 스스로 환경을 유지할 것이며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바탕이 되어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드러낸 점이 좋았다.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가설'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계속해서 영화 이야기와 묶어서 아쉽지만, '8장 인류와 문명'을 읽다보면 "가장 위협적인 기상 현상은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폭염"이다."라는 부분에서 문득 인상적인 특징을 떠올렸다. 그동안 본 몇 편의 영화들을 다시금 되짚어보니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단기적인 피해를 묘사할 때는 태풍과 회오리바람, 쓰나미, 변칙적으로 나타난 이상 한파 등의 현상을 이용했다. 그러나 먼 미래 인류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 묘사할 때는, 온도가 높아져 빙하가 녹아 세상이 물로 뒤덮이거나 긴 가뭄이 이어져 온통 사막화 된 황무지를 보여주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것의 기원'에서는 이를 체온 조절과 땀, 질병과 연결하여 마무리지어 아쉬웠다. 애초에 이 책에서는  그런 관점을 두고 언급한 내용이 아니기도 하지만.  

 

 끝으로 최근 한 모임에서 가위눌림과 수맥, 존재하고 있는 것과 구분된 차원의 틈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서 문득 떠오른 '홀로그램 우주 이론'에 대해 말을 꺼냈다가 설명할 길이 없어 아쉬웠는데, '1장의 우주와 은하'부분을 읽으면서 다소 이해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론보다는 용어들을 좀 더 낮은 장벽으로 접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영화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보고, 또 이론들에 대해서도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어디에 쓸데가 있을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잠깐은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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