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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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소위 명문 대학을 졸업한 약 절반의 인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란 질문으로 시작된 한 프로젝트를 본 적이 있다. 그 절반의 인재들은 여자였다. 오래된 졸업 앨범에서 찾아낸 그들의 현재를 한명씩 찾아보니 대부분의 경력은 단절되어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가 되어 있거나, 전공과 무관한 소일거리를 겸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뜨거웠던 젊은 시절 사회를 일구는 주역이 되어 열심히 일하고 지금은 어느 정도의 자리에 오른 남자 동기들의 모습과는 현저히 다르다. 물론 시대가 변하기 전이기 때문에 더 전형적인 삶의 형태를 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 많은 것들을 배운 여자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왜 여성의 능력은 평가절하되는 것일까? 왜 여성은 선택을 해야 하고, 죄책감을 가져야 할까? 저자 신미남의 신간 '여자의 미래'를 통해 여자의 일과 삶에 대한 통찰을 살펴보고자 책을 읽었다.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포기하면 분명 편안해진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통스러울 때 아이를 택하는 편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삼이다. 하지만 이때 희생한 내 인생을 보상받을 생각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옳은 길도 없고 틀린 길도 없다. 내가 옳다고 믿고 선택한 길이 나의 길일뿐이다. 분명한 사실은 여자가 어느 길을 선택하든 그 길 앞에서 한 번은 독해져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p.174 제4장 전문가"

 

 아직 시대가 다를 때, 자신의 길을 걷고 그 길에서 성공한 저자의 글 구석구석에서 그간 지나온 고된 여정이 느껴진다. 아이의 유년시절을 보살펴주지 못했지만 함께하지 못한 10년보다 인간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60년을 바라보며 더욱 가까워지려 노력한다는 내용을 보고, 어린아이를 두고 직장생활을 계속해나가야겠다 선택할때 죄책감만 갖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보고 생각을 다르게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얼마 전 티비에서 한 여자 방송인이 이 문제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자, 외국인 패널이 그녀에게 "당신이 남자라면 그런 고민을 하겠느냐"고 되묻는 장면을 봤다. 다소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의 직업군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현실에서 저자가 말하는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해야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기대되었다.

 

 읽으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표현들에 새삼 지난 직장 생활이 어땠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생각도 다소 굳어있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과거 어머니 세대의 집안살림에 비해 자신은 1/10밖에 안되는 수고를 들인다고 하며 자신의 며느리 세대에서는 지금의 1/10도 안되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하는 부분이었다. 자신은 어땠을지 몰라도 앞으로의 세대에서, 특히 여성도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에서 집안일을 며느리의 몫으로 정해두고 있는 부분은 불만스러웠다. 실용되지도 않은 홈봇이나 사물인터넷이 집안일을 도울 것을 예상하면서도 남편과의 가사분담에 대한 언급은 없다니. 저자의 삶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넓게 유익한 책으로 전달되기 위해 이런 젠더 감수성도 고려된 내용이 더 있었다면 좋겠다.

 

 또 다른 부분은 일터에서 만난 여직원들에 대한 사례들을 꼽은 내용이 아쉬웠다. 대부분은 능력이 충분하면서도 여성적 성향 때문에 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해서 아쉽다거나, 이런 식으로 태도를 바꾼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담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아쉬운대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신뢰'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여직원들의 말을 옮기는 태도를 지적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좋게 보이지 않았다. 아내 몰래 급여 통장을 이중으로 나눠달라 요구한 남직원의 행동을 부모에게 용돈을 주려고 하는 갸륵한 마음으로 표현했다. 물론 회사의 일과 개인적인 일의 구분을 두고 신뢰를 따지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신뢰라는 것이 공사를 나누어 판단될 수 있는 일일까. 이 남직원의 행동도 사람 사이의 신뢰를 깨는 일일 뿐더러, 무엇보다 사회 생활을 해보면 알겠지만 사내에서 말 옮기는 건 남녀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본인도 공주에서 무수리가 된 공대 재학 시절에 경험했던 부분임을 책에서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를 여성적 특성으로 대표하여 유형을 정해놓은 부분은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여성들이 스스로 가정 경제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다. 가정 내에서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기에도 스스로 경제력을 지니는 편이 좋지 않을까? 결혼은 오랜 시간 상대방과 함께 발맞춰 나가야 하는 기나긴 행진이다. 어느 한쪽이 으레 어려운 일을 감당해내야 한다는 법도 없다. 같이 꾸려나가야 든든하다. 그러하기에 우리 여성들도 우리 자신을 스스로 먹여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걸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여성의 자연스러운 권리이자 의무로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p. 276 제6장 삶"

 

 저자가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또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만큼 일을 선택한다는 것에 대한 강조와 자부심이 큰 내용이다. 여성의 모든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고, 반대로 가정을 선택했다고 해서 가정내에서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어느 쪽이든 어려운 일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 표현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차고 강한 어조의 글이라 시원스럽게 읽히는 한편,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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