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호랑이 - 중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가
피터 나바로 지음, 이은경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의 패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티비 프로그램이 인기다. 거기에는 당연히 중국 출신의 패널도 자리하고 있는데, 때때로 보이는 중화사상의 그늘을 예민한 시청자들이 포착해 낼 때가 있다. 그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말하는 '지금은 미국이 세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원래 중국이 그런 위치였다'는 혹은 '앞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큰 나라가 되어 세계를 이끌 것이다', '중국이 1등 국가의 자리를 다시 되찾을 것이다'는 류의 발언들이 그렇다. 그런 표현들에 반감을 갖기 이전에 국민들의 정신 깊숙이 심어진 중화사상을 뿌리내려놓은 중국의 속내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새삼 직시해야 할 필요를 떠올렸다. 우스갯소리로 오직 한국만 일본을 낮게 본다는 말이 있는데, 중국 또한 그렇다. 그들이 급격히 성장한 지난 십여년의 기간동안 우리가 제대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티비 프로그램의 패널의 발언처럼 중국인의 마음속에 중국은 대국이라는 것과, 지난 침체기 동안 잠시 세계의 패권에서 물러나있었지만 지금의 성장과 더불어 곧 본래의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당위적으로 자리한다. 여기서 '웅크린 호랑이'의 바탕이 드러난다.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중국인들이 교육과 문화로 자리잡을 이 생각은 이미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강대국과의 충돌을 예상한다. 그리고 가장 첫 장에 바로 그 내용에 대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다소 어렵지 않을까 싶었던 책의 내용이 현실감있게 다가오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되는 계기였다. 이처럼 읽다보면 어려울 것 같은 단락의 주제들도 조금 생각해보면 일상적으로 한번쯤 궁금해봤을만한 문제들로 눈에 익혀지게 되는 면이 있다.

 

 사실 두 나라 사이의 패권다툼이 실제적인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32장의 '중국이 해상의 미 군함 혹은 괌이나 일본에 있는 미국 전진기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같은 질문들은 공감되지 못했다. 패권다툼이 생기더라도 양국의 전면전은 자국, 자국민의 피해만 남길 뿐이니 제 3국과 관련된 분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간접적인 방식에 그칠 것이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견제적인 미국의 시각에서 예상한 도발적 시나리오들은 아무래도 관조적인 시선으로 보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몇가지 부분은 꽤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43장의 내용은 주변에 묻기만 해도 의견이 분분했다. 북한의 핵 위협과 사드 배치 등의 문제를 직면한 현 상황에서 '현재 아시아에서 더 우세한 군사 전략을 펼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책의 내용 보다 주변인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더 노골적인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챕터였다.

 

 한참 외교적 입장 차이로 날선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때에 '웅크린 호랑이'를 읽어본다면 현 시류를 읽을 수 있는 도움을 줄 것이다. 흔히 경제적 분야로 연상되는 중국의 성장이 경제적인 면 뿐만이 아니라 정치군사적으로도 확장되고 있는 상황을 명료히 짚어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대하여 반발하면서 압력을 가하는 한 편, 억압하고 있는 중국 내 소수민족들과 인접한 주변국가에 대한 압박적 태도를 유지하는 중국의 행보가 심상찮음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상대일까. 앞으로 우리는 국제 정세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등을 이 책을 통해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시각을 키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입장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주제에 비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니 한번쯤 읽어본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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