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인정도 아닌 -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
이인수.이무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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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새롭게 1승을 올리는 퍼거슨의 명언을 깊게 새겨 소셜네트워크를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 플랫폼은 여전히 잘 나간다. 뉴스에서도 빈번히 접하는 소식 중 하나가 SNS에서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위험한 도전을 하거나 자극적인 소재로 빈축을 사는 이들에관한 내용이다. 하루 중 아주 단순한 순간의 조각을 기록해두는 이 행위가 타인이 '좋아'하는 피드백을 만나면, 조각은 마치 이름난 예술작품처럼 변화된다. 수신자들은 열광하고 발신자는 '새로운 명예'를 얻는다. 타인이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더라도 조각 자체와 조각과 나 사이에 이루어진 감상의 근간은 달라지지 않는데, 왜 제 3의 평가가 신경쓰이고 필요한 것일까. '누구의 인정도 아닌'을 통해 이에 숨겨진 심리와 내면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볼 수 있다.

 

 저자는 인정중독의 기인이 개인의 내부가 아닌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분위기", "가정, 학교, 직장, 종교,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 "사회적 압력"에서 온다고 한다. 이에 공감한 것이 최근 읽은 가족구성원-특히 자녀-의 외모에 대한 지적을 하는 것에 대한 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가족이기 때문에, 남들은 해주지 못하는 충고라서, 던지는 외모에 대한 지적이 상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어 자기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글 밑으로는 깊은 공감을 한 수많은 경험들이 달려있었다. 그 글을 통해 가까운 사이라서 혹은 도움을 주는 충고라 생각하고 하는 말이 불러오는 상처와 자존감의 상실에 대해 고민한 경험이 있어 '누구의 인정도 아닌'에서 제시한 관점을 관심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는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압박해가며 타인에게 순응하는 인물상들에 대해 중심적으로 다룬다. 상대방이 자신을 떠날까봐 잘해주려 하거나, 실수하여 실망시킬까봐 더 완벽해지려고 하거나, 희생하고 포기해서 양보하기만 하려고 하거나, 미움이나 불화를 피하기 위해 화내거나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한없이 착해서 답답하기까지한 이들의 깊은 내면과 불안을 안타깝게 읽다가, 또다른 양태의 인정중독자를 떠올렸다. 이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이 책정받기 위해 온갖 진상과 추태, 패악을 부림으로써 만족하는 인정중독자들이 있다. 이들은 각종 서비스업계의 블랙리스트에 그 흔적을 깊고도 진하게 남긴다. '고객은 왕', '내가 누군지 알아?', '돈을 냈는데 왜 안돼?', '윗사람 나오라고 해' 등등의 고함으로 자신은 대우받고 있고, 대우 받아야 함을 확인하는 종족들이다. 특히나 이들은 자신의 내면이 아닌 타인의 내면을 갉아먹는 행동으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피해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여기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다루었다면 더욱 흥미로웠을 것이다.

 

 읽으면서 인정중독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자기검열을 해보다가 인정욕구에 해당하는 범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컨대, "하나 씨는 좋은 사람이야", "하나 씨는 매력적이야". "하나 씨는 유능해"와 같은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안심이 된다. 하나 씨는 '인정중독'이다. -p.21 인정에 중독된 사람들" 에서 열거된 것처럼 다양한 욕망들이 인정욕구에 포함된다면,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 중 넓은 의미에서 이것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약간의 과정을 섞은 SNS를 하고, 타인에게 마음에 없는 칭찬을 하는 우리들 역시 인정중독자인 것일까? 인정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이 모든 욕구를 거세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당신이 타인의 인정으로 인해 만족/우울/불안을 느끼고, 목적화하여 행동한다면 그것은 중독의 양상을 띄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재미 혹은 우월감, 사회친교적인 배려, 체면을 고려한 행동이라면 안심하라. 당신은 괜찮은 사회인으로 잘 헤쳐나가고 있다. 그것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다들 내색하지 않는 고민과 괴로움만큼의 무게를 짊어지고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자신을 포함 주위에 지나치게 SNS에 빠져 있거나, 늘 거절을 못해서 돈을 꿔주고도 받지 못하거나, 마음에 드는 바지 한 장 질러보지 못해서 이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고민하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줄만 하다.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해도 공감을 통한 위로와 약간의 개선의지를 뒷받침해주는 내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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