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는 나에게 -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심리학 수업
하유진 지음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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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실, 제법 살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지만 태어나 지금까지 보낸 시간도 꽤 된다. 당신이 스무 살이라면 1년 열두 달을 스무 번 산 셈이다. 하루로 계산하면 7300일이다. 스물다섯 살이면 9125일, 서른 살이면 1만 950일이다. 결코 적은 날이 아니다. - p88"

 

 사람의 성숙도는 대부분 시간의 속도를 맞추지 못한다. 때로 제 나이보다 많은 것을 겪고 생각한 아이들에게서 또래보다 성숙한 모습을 발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슬픈 기특함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으면 먹을수록 제 나이 이상의 성숙함은 꿈도 꾸기 어렵고 그에 맞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조차 버겁다. 늙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까? 흔히 말하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마음만은 이팔청춘이고 싶다는 소망 때문일까? 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는 나이는 저절로 쌓이는데 정신은, 마음은, 그에 맞는 성숙함을 자연스럽게 갖추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사람들은 그만큼 변화하는 시간에 맞춰 소망했던만큼 유연히 자신을 대처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아직도 십대때의 혹은 이십대때의 사고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나이만 먹어서 난 아직 그대로라고 하면 나잇값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나를 모르는 나에게'는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한다. 나와 남의 속도를 비교해보고 싶고, 지금껏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왔는데 이 다음 나아갈 곳의 방향조차 모르겠을때.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강의가 청춘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된 것 같다. 젊은이들 마음이, 위치가, 불안이 반영되어 있다.

 

 대학 강의에서 비롯된 책답게 자기자신을 찾는 법 중에 하나로 MBTI, 마이어브릭스 유형 지표를 소개한다. 요즘은 유명인들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분류해놓은 내용들도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어 많이 알려져있다. 이런 류의 대학 교양 강좌나 특강에서 한번쯤 해보는 검사인데 혈액형이나 별자리보다 개인의 성향을 근거있게 분류해놓긴 하였지만 내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실제적인 선택은 또 다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기 때문에 한번의 테스트로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이다'라고 정의내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유형-기질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개선할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이 생각에 약간의 이견이 있는데, 한 개인의 모습이 자신의 특질에 따른 본모습이 정해져있다고만 보지 않는다. 내향형인 사람도 생존에 의해 외향형을 선택할수도,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서 외향형 사람도 내향형으로 행동할 수 있다. 언어학의 품사와 문장성분에 대한 설명에서 주로 나오는 예시처럼 '철수'라는 존재가 어떤 관계 안에서는 학생이 되고, 아들이 되고, 친구가 되어 기능하는 것처럼 그것이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인 판단이 작용했던 관계안에서 '철수'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충분히 기능하며, 때에 따라 변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6교시에 들어서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책 중에 일자 샌드라는 상담가의 신작 '서툰 감정'이라는 책 내용과 비슷한 흐름이다. 질투, 두려움, 분노 같은 부정적인 연상을 주는 감정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진짜 감정을 가려 해석하는 것일 수 있다, 혹은 부정적인/긍정적인 감정으로 감정을 도덕적으로 나눠서 분류할 수 없는 것이라는 요지로 말한다. 여기서는 "부정적 정서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더 좋아지고 싶은 바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면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약하고 무능하다고 탓하지 않게 된다. -p150"고 부정적 감정-불안-의 안에는 잘되고 싶다는-긍정적인-소망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자신이나 타인을 상하게 한다면 부정적인 것으로 봐야한다고 결론지어 읽었는데 '나를 모르는 나에게'에도 연이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내용이 나오니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의 입장을 재고해보게 된다.

 

 이 책 역시 '청춘'을 대상으로 하는 여타의 책들과 비슷한 맥락으로 결말을 맺었다. "나는 당신이 욕심이 좀 있는 청춘이면 좋겠다. 세상에 맞서는 강한 맷집과 근성이 있는 청춘이기를 바란다. 할 수 있다고, 내가 해보겠다고 부지런히 손을 드는 청춘이기를 소망한다. -p368" 고 말하는 응원이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 손조차 못드는 젊은이들에게 더 부담이 되겠구나 싶었다. 수업시간에 발언을 하려고 기다리다 지목받지 못해서 아쉬웠음을 토로하는 학생을 두고 왜 손을 들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나 안타까워 하기보다 내가 더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구나 하고 자신을 복기했음을 더 열렬히 털어놓는 저자였다면 하고 바라며 책을 덮게 되었다. 서른을 훌쩍 넘긴 후에야 이십대때 크게봤던 서른의 허들이 별거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마흔을 기다리는 내 일상도 별거 아니지만. 스물하나가 스물둘이 되는 것처럼 스물아홉이 서른이 되는 것도 그저 "또 하루 멀어져"가는 일일 뿐 인생의 지각변동이 오는 것이 아니다. 좋은 하루들이 모여 좋은 과거를, 좋은 내일 또한 기대하게끔 만든다. 만족할만한 하루를 사는 것을 목표로, 자신에게 잘해주며 살자. 가끔 책으로 위로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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