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 여행 중독자가 기록한 모든 순간의 여행
추스잉 지음, 김락준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왜 사람들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여행객들을 부러워할까? 아마도 '떠남'에 대한 행복한 상상 때문이리라! 한데 자신의 어지러운 머리속과 복잡한 상황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 그저 여행만 떠나면 인생이 변할까?_p.44"

 

 여행 중독자의 한마디 치고는 꽤나 신랄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만큼 있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반대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항상 여행을 꿈꾸고 '떠나고 싶다'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아마 저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순간에 왔다고 싶어지면 어딘가로 떠나야겠다고 자연스럽게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누구는 그것이 답이 될거라 하고, 누군가는 문제의 해결은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떠올릴 질문이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저 질문의 답을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 적어도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길어올리려면.

 

 읽으며 대부분의 내용들을 저자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흘려보내려고 하며 읽었었다. 챕터 7이 가장 불편했는데, 타이완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주로 이어졌다. 외려 단편적으로 타이완을 경험한 나에게 타이완은 친절하고 맛있는 음식과 볼거리가 많은 좋은 곳이었는데, 저자가 본 타이완을 매력적이지 않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실제 의도와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이 부분 말고도 어떤 나라의 분위기나 특성을 좀 단정지어서 구분한 내용이 종종 보이는데 "여행을 통해 사람들 간의 차이를 배운다."고 표현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행은 나에게 세상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가 거의 없고, 나의 의견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굳이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_p.115"고도 했으니 처음 읽고 그런건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일텐데 생각했던 부분과 정반대의 내용이 들어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고 해마다 지구 여섯 바퀴 정도의 거리를 비행하는 동안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에게 한계를 그복한 감동적인 여행담을 많이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세상에 마음이 닿지 않는 곳은 있어도 몸이 닿지 못할 곳은 없다는 강한 믿음을 주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에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위대한 여행은 거리와는 정말 아무런 관계가 없다._p.267"

 

 추스잉의 이 책에서 나는 많은 모순을 만났다. 그는 여행지에서 기념으로 스타벅스의 머그나 텀블러를 사는 사람들을 두고 "초보 여행자"라 표현한다. 여행 역시 일상이기 때문에 사진조차 필요치 않다고 한다.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은 자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으므로. 어느 부분은 수긍하는 편이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설레어 하는 여행의 많은 모습들에 대해 "여행 DNA"나 "진정한 여행자" 같은 표현을 쓰며 "여행 새내기"와 "여행 고수"를 구분하는 모습은 도리어 그가 수많은 여행을 하면서 결국은 얼마나 멀리, 또 많이 떠났는지에 대한 '부심'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가 직접 여권에 얼마나 많은 도장이 찍혔는지, 얼마나 먼 곳으로 떠나는지가 중요치 않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념품으로 세계 각지의 스타벅스 머그나 텀블러를 사고 싶다면 사세요. 시간이 지나고나면 기억은 흐려지고 남는 건 사진 뿐이니 많이 찍으세요. 그냥 즐겁게 본인이 만족할 여행을 하세요. 인간의 DNA는 정해져있으니 여행 DNA 하나 더 추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라고 내가 평하고 싶어졌다. 여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 읽고 공감할 바가 더 많을까 싶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가 궁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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