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 91년 5월투쟁과 김은국의 《순교자》로 본 정치.죽음.진실
강정인 지음 / 책세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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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주제가 된 죽음과 정치, 현대사의 끊어지지 않은 흐름은 처음 책장을 펼치는 일부터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유는 어려울 것 같아서. 중심적 사건이 되는 91년 5월 투쟁이라는 표현조차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서문에서부터 지금 이 책을 접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책의 주제가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 예상하여 그에 관한 내용과 김은국의 '순교자'를 부록으로 첨부해두었다고 쓰여있다. 내용을 전반적으로 알고 책을 읽고 싶다면 부록을 먼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더라도 본 내용 안에도 충분한 설명이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정치적 표현으로 선택된 죽음을 두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전태일 열사'였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작품과 함께 70년대 노동자의 삶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학창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스스로 분신하여 죽음을 맞이한 이 인물로 인하여 죽음을 통한 정치적 행동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의 시작에도 그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참된 삶'을 선택한 이들에 대한 내용과 함께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고보니 겪어보지 못한 70년대의 사건은 알면서도 91년도의 사건을 모른다는 것이 민망하다. 교육과정 구성의 중요성이 다시금 절실하다.

 

 사실 반전/비폭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이니만큼 죽음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 때문에 처음엔 이 수많은 죽음들이 개인적으로 그저 아깝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박승희 학생의 분신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적잖은 충격을 받고 생각이 좀 더 트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의 시위가 일시적 저항으로 끝날 것을 우려한 박승희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자살을 결행함으로써 '일상으로 철수하려는 학생들의 퇴로'를 결정적으로 차단하고자 했(p81)"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시인 박노해의 '어머니'라는 시의 내용을 언급한 부분에서도 (p77) 그러하였다.

 

 정치적 죽음과 사회적 죽음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히 정리가 되고, 머리속으로만 떠올렸다 지나쳤던 의문점들을 책 안에서 보게 되니 나와는 멀리 떨어져있다고 생각됐던 '정치 죽음 진실' 의 키워드가 조금 더 가깝게 다가왔다. 3장의 내용을 읽으면서는 '죽음으로 표현된 정치적 행동'에 나 자신도 모르게 거리두기를 했었다는 것도 비로소 의식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현실에서 공감되는 내용도 있고,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도 많아서 지난 겨울을 치열하게 지나온 사람들에게 권유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쓰여진 논문을 다시 고쳐내어 옮긴 책으로 읽기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나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워낙 조심스럽고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몰입하여 읽을 때 느꼈던 '깨달음의 환희'를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것을 '흥미롭게'라고 써두었는데 이 표현이 불편함이나 누가 되질 않길 바랄 뿐이다. 몰입하여 읽게 될 정도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고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되어 있어 읽을수록 좋은 책이라 생각되었다. 정치적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왜 필요한 것인지 적게나마 더 배우게 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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