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펭귄을 돌려주었으면... 이것은 편의상 남성의 성기를 펭귄이라 칭하여 온통 펭귄에 대해서만 적어놓은 펭귄에 대한 펭귄을 위한 펭귄의
글이다. 초반부터 온통 펭귄 투성이라, 아 이거 펭귄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어디 책 읽겠나 싶었다. 펭귄의 등장과 생리의 시작에 대한 비교를
해놓은 부분에서는 할 말은 좀 있는데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고. 그런데 정말이지 펭귄이 없어서 그런가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 좀 심심하게
읽어넘기게 된 것 같다. 아쉬웠다.
처음에 자신의 신체 일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낯선 다른 것으로 등장하며 그것을 펭귄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에서 아주 예전에 봤던
만화책이 떠올랐다. 좀 헷갈렸는데 아직 제목도 기억난다. '캥거루를 위하여'. 어느날 자신의 머리가 캥거루의 머리로 바뀌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다. '굿 이브닝, 펭귄'에서는 진짜 펭귄으로 변한건 아니지만, 그랬다면 아마 영화 '티스'와 비슷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쨌든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수도 없는 오래된 작품인데 이 책을 읽고 좀 더 여성향이고 관계에 집중한 성장 스토리를 원하는 여성독자들은 열심히 찾아서 봐도
좋을 것 같다.
응답하라 1997과 거의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삼십대 정도 된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지난 이벤트들이 좀 있었을
것 같다. 보이스카우트, 삐삐, IMF, 월드컵 같은 이벤트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죽 이어져있으니. 응사, 응팔까지 이미 나올
과거란 과거는 다 털어냈지만 나름 찬란했을 옛시절을 떠올리는 재미로 읽어볼만 하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어디에 놔뒀는지 기억만 나면 반드시
찾아서 소각해버리고 싶은 플로피 디스켓이 있다. 나름 오래도록 보관한다고 일부러 거기에 파일을 옮겨뒀다면 그 시절이 믿겨지려나.
몇군데는 재밌는 표현이라 생각되는 부분도 있고, 몇군데는 웃픈 부분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는, 글쎄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혹 모르겠다
펭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재미있는 글이 되었을지. 그런데 펭귄에 집착만했지 초반 펭귄의 등장과 얽힌 과장된 부분이나 진부한
흐름을 따라간 사춘기 소년의 성장이야기 정도의 틀을 벗어났는가 싶지는 않았다. 꼭 벗어날 필요는 없지만 어디선가 이런 내용의 글이나 영상물을 본
것 같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될 것 아닌가. 근데 왜 하필이면 펭귄이라고 한걸까. 남극의 눈물이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