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진 샤프 지음, 백지은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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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읽기 수월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대학 도서관에서 꼽히는 필독도서들의 목록에 들어간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드는 책이었다. (학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책일 수도 있겠다.) 마치 기능서나 교양도서처럼 우리 사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맞서야 하는지 안내해주는 내용이라, 상식처럼 알고 있다면 더 민주적인 시민 의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지난 겨울동안의 집회 과정을 통해 새롭게 피어난 시위 문화처럼, 화염병이나 전경들이 떠오르는 격렬한 대립이나 꼭 어떤 사회적 운동을 하는 열정적인 투사가 되는 것만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공유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아직도 뉴스를 보다보면 사회가 개인을 억압하거나 이념의 대립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들이 많다는 것을 본다. 모두가 똑같은 국가관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전 세계 30여개 언어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내용은 우리 근대사와도 많이 연관되어 있는데, 독재정권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권력의 원천이 군대라는 내용은 6-70년대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투쟁으로 인해 독재 정권이 와해된 뒤에 어떤 활동이 단계적으로 필요한지 이어지는 내용을 읽으며, 우리가 이뤄냈던 저항에 비해 그 청산과 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여파가 아직도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든 것 같아 안타까웠다. 누구 하나도 아직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하고 오히려 대우받으며 지내도록 하고 있으니.   

 

 작가의 이력 중에는 한국전쟁 징집 반대로 감옥에 다녀왔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위해 함께 싸워준 다른 나라의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활동이나 모습을 곧잘 접할 수 있다. 그저 단순히 그들과 피를 나눈 국가가 되었다거나 중요한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반전과 비폭력 평화를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그조차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타인의 일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과 약간의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과연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오랜기간동안 학습되어온 역사관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 상황에서 반전을 이유로 파견 징집을 반대하는 의견이 원론적이었던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지난 겨울부터 한국 사회가 겪어온 정부 교체 과정을 떠올려본다. 물론 우리가 기념하는 더 오래 전의 흔적들도. 과거의 일이 아니라 수많은 촛불들로 겨우 밝혀낸 긴 겨울이 끝나고 드디어 봄을 느꼈던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있어 봤던 시간들이었다. 지난 수개월동안 우리가 권력에 맞섰던 방법은 저자 진 샤프가 말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가장 가까웠으리라 생각한다. 이로인해 새로운 정권을 맞이하게 되는 결과를 맺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여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바꿔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사회가 우리의 이상향에 가까워졌다 하더라도, 그에 만족하고 안심하는 순간 또 잇속을 챙기고 규범을 어기려고 하는 욕망들이 생겨날 것이다. '정치적 저항을 경험한 대중은 앞으로도 독재정권에 시달릴 가능성이 적'다는 내용이 위로가 된다. 앞으로 더 신중한 선택과 감시, 행동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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