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셰프 분투기 - 음식에 가려진 레스토랑에서의 성차별
데버러 A. 해리스 & 패티 주프리 지음, 김하현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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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하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김영하 작가가 나왔다. 박경리 문학관에 들린 작가가 한 말 중에 여류작가란 표현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었다. 여류작가란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여성 작가들이 쓰는 글을 여류라는 수식으로 한데 묶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였다. 여류작가라는 흔한 표현을 나도 쓴 적이 있어 순간 확 의식되었다. 20년 전만 해도 여류문학에 대해 여성적 특징을 가진 문체로 쓰여진 사사로운 글이라는 설명으로 정의했다. 소설을 쓰더라도 남성이 쓴 글과 여성이 쓴 글의 가치에 차등을 두어 구분지은 것이다. '여성 셰프 분투기'도 그런 이야기다. 그 무대가 종이 위가 아닐 뿐이다.

 

 '여성 셰프 분투기'를 읽으며 떠올랐던 몇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 중 하나는 가사노동으로써의 요리이다. 가정에서 식사 준비를 담당하는 사람은 별다른 가정사정이 없는 한 여자일 것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자연스럽게 끼니를 준비하는 역할을 여성에게 맡긴다. 그런데, 직업으로서의 음식 조리를 담당하는 것은 대부분 남성이다. 우리 사회 구조상 남성이 직업을 가지고 여성은 가사 노동을 담당하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여성 셰프 분투기'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앞으로 시대의 흐름이 여성이 더이상 가정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삶을 꾸려나가거나 직업 활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점차로 해결되어 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주방으로 진출하는 여성들의 분야가 제한적인 현실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점이 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으면 공교롭게도 그 식당의 메뉴가 전문성을 요하거나 규모가 클 수록 혹은 현대적일수록 식당의 주방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남성이 된다. 중식당, 일식집, 프렌치 레스토랑 등등의 식당은 거의 대부분 남성이 주방을 맡고, 떡볶이등을 파는 분식집이나 백반집, 국밥집 같은 곳들은 여성이 주방을 맡는 경우를 도드라지게 볼 수 있다. 과거 교육 기회의 불균등 등도 이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음식의 가격에서도 다르게 나타고 사람들이 그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가치를 두는지에 대한 차이도 이끌어낸다. 직업군 안에서도 차별적인 인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흔히 미세한 미각의 차이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음식들은 여성이 요리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생리를 하게 되면 미각이 시기에 따라 달라져서 그렇다는 이유다. 그 외에도 손이 작아서 혹은 손이 따듯해서 이런 이유들이 더 있었다. 안되는 이유를 여성적 특징 때문이라고 하지만 각자가 꼽는 최고의 음식은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여성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던 가정식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다. 비록 전문적인 음식은 아니지만 그 모든 안된다는 이유들 사이에서도 개개인에게 소울푸드로 남을 음식이 그 손끝에서 나온다. 같은 손끝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전문적인 요리가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런 인식들도 개선되어 더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셰프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첫머리에서 나는 영화 '라따뚜이'를 떠올렸다. 남자주인공은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그 주방 안에 단 한명뿐인 여자 셰프를 만난다. 그녀는 서툴고 어리숙한 남자에게 자신이 어떻게 유일한 여자 인력으로써 이 레스토랑의 주방에 남게 됐는지 보여주겠다며 그를 을른다. 영화에서 그는 그녀와 작은 생쥐의 도움으로 주방에서 가장 인정받는 셰프의 자리까지 오른다. 그 뒷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만, 영화 '라따뚜이'는 그와 한 작은 생쥐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여성 셰프 분투기'는 레스토랑 주방의 유일한 여자 인력인 그녀의 이야기이다. 영화에서조차 끝내 조연밖에 되지 못했던. 초대받은 지인의 가정에서만이 아니라 거리의 맛있는 식당에서 더 많은 여성 셰프들을 만나고 싶다. 그 반대의 경우도 바라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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