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장루이와 68일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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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은 너무나 감명 깊게 읽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선물했던 작품이고, '나쁜 어린이 표'는 아이들 독서 논술 교육을 할 때 항상 목록에 있었던 작품이었다. 황선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라니 반갑고 기대되고 읽어보고 싶었다. 황선미 작가의 신작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은 독특한 재미를 준다. 제목에서부터 전해지는 이국적인 느낌은 외국을 배경으로 한 어린이 도서인가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든다.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은 장루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전학을 오게 되면서 생기는 68일 동안의 일을 담은 내용인데, 길지 않으면서도 인물과 사건간의 변화와 흐름이 잘 정돈되어 책안에 빠져들어 읽도록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나는 그냥 남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중간만 하고 싶다'는 아이, 잘난 친구에게 경쟁자처럼 보여지면 친구가 더이상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아이. 뭐든지 잘하고 싶고 중심이 되고 싶어하는 요즘 아이들이랑은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오윤기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마디 더 해도 될 상황에 끝내 그러지 못하는 윤기가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학교 생활은 그런 것들도 걱정해야 할 만큼 복잡한 인간관계가 장기간 유지되는 정글같은 곳이었다. 윤기의 모습을 그 나름의 숙련된 처세라고 생각하니 또 나름 기특하게 여겨졌다.

 

 또다른 주인공 장루이는 다른 친구들과 말도 섞지 않고 혼자있기만 한다. 프랑스에서 온 귀국자녀인 장루이는 독특한 외모와 이력으로 전학 간 반의 아이들 이목을 사지만 모두의 관심을 스스로 거절한다. 전학 첫날부터 오윤기와 부딪히게 되는 일들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미움을 사고 모두와 멀어지게 되기도 하지만 뜻밖에 모습에서 진심이 드러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조숙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 장루이가 보여주는 태도가 점점 이해하게 될수록 마음이 아파진다. 루이의 건방진 모습은 루이 나름의 자기주장이었던 셈이다.

 

 큰 사건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읽는 사람의 마음에 깊이 들어와 꽂히는 글들이 있다. 작가 황선미의 글들이 그렇지 않을까.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을 읽으면서도 천천히 내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처음엔 시작하는 부분이 다소 평이한 느낌이 들어서 여타의 동화들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구나 싶었다. 썩 개운하지 않은 하루를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자기 자신을 평범하게 여기는 태도 등이 꽤 익숙한 느낌을 준다. 머리속으로 '요즘 애들은 다들 자기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할텐데'하고 떠올리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루이와 윤기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이야기의 끝으로 다가갈수록 내 마음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루이와 윤기의 사이처럼 천천히.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책과의 사이에서 이해를 주고받은 느낌이 들었다. 두 소년이 부딪히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과 다른 솔직한 면모를 보여주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그리고 글의 분위기와 삽화가 참 잘 어울려서 삽화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꼬마 니콜라'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니콜라처럼 앞으로도 두 소년의 이야기가 두작가분들의 공동작업 시리즈로 나와서 계속 만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흔히 동화를 통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계기를 마련해주곤 하는데, 동화와 함께 전문적인 카운슬링을 접목했다는 점이 새롭고 놀라운 장점이었다. 독자가 스스로 행간을 파악하여 내면화 시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독자인 아이들을 위해 좀 더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챙겨놓아 주었다. 앞으로도 이런 구성의 작품을 다양하게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 공부야 선행을 하든 복습을 시키고 학원을 보내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든 메꿔주도록 도울 수 있지만, 아이들의 교우 관계는 그런 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 뿐 아니라 학부모를 위해서도 요즘같은 때에 더욱 관심가고 도움이 될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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