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방현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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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생각 이상으로 작고 얇아서 당황스러웠다. 이것이 얼마나 무거운 내용인데, 이렇게 얇고 가벼워도 되는 것일까 싶었다. 처음엔. 생각해보니 얼마나 크고 무겁던 이 사건이 가진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무엇이 되었든 무리였겠구나 싶어졌다. 아무렴 어떠랴, 그 무엇이로든.

 

 처음 책 소개글에 본문의 내용을 짧게 옮겨놓은 부분만 읽었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책장 하나라도 가벼이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을 느낌이 들었다. 쓰여져도 될까 읽혀져도 될까 아직 이른 것은 아닐까 염려가 먼저 될만큼. 잊혀지면 안된다고 하지만, 도저히 잊혀질 수 없는 그날의 사건이 이 책 안에 있었다. 특히나 사건을 모티브나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니만큼 그 참혹함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현실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상처, 부족한 면모를 재확인 시킨다. 참 고통스럽지만 현실이라면 직시해야할 내용이다.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3주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당시 너무나 큰 충격에 정신적인 무력감이 짙게 배어나오던 것을 잊지 못한다. '세월'에도 그날들이 묘사되어 있다. 모두 구조되었다는 오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구조되지 못한 수백의 생명들이 어떠한 손도 쓰지 못한 채 희생되었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그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수습되었다는 사실이 축하로 변해버린 현실까지 너무나 생생하다. 아픔도, 수습도, 원인에 대한 규명과 책임 마저도, 모든 것이 아직 진행중이라 안타깝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만큼 더 이르지만 꺼내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되고 또 의미있었던 것 같다. 어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미안하게 희생되었고, 그로인해 추모와 애도가 한 곳에만 몰린 것은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세월'을 읽으면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했다. 희생된 모든 이에 대한 죄의식에 가까운 슬픔이 또 한번 깊게 되새겨진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으로 결혼을 하러 오게 되는 과정과 현실까지도 낱낱이 담겨있다. 남겨진 가족들이 받을 부러움과 질시 혹은 해결되지 않은 갈등도 또렷했고, 그네들이 한국에서 겪는 결혼생활의 면모들이 좋건 나쁘건 간에 같이 있었다. 폭력이나 의심,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기울어진 관계같은 것들. 세월호 뿐 아니라 자국민이 아닌 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마침 낮에 만난 이의 가방에 여전히 매어져 있는 노란색의 리본에 눈길이 머물렀던 것이 떠오른다. 길지 않으니 긴 연휴를 앞두고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당신들의 시간은 거기서 멈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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