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블로거 아름다운 청소년 14
아나 알론소.하비에르 펠레그린 지음, 김정하 옮김 / 별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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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이 금요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일주일 중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이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삶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다. 나 같은 사람은 아니다."

 

 책소개로 봤던 내용보다 실제로는 더 흥미롭다. 가공의 인물로 SNS 계정을 만들었는데, 공교롭게도 실존하는 유명 인물과 같은 이름이었다. 가짜 계정으로 찾아온 사람들의 오해를 해명하거나 없애지않고 그냥 놔두었다 생긴 사건이라는 단순한 줄거리로는 다 알 수 없는 기지가 안에 담겨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허영심으로 가짜 계정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인척 하는 소녀를 떠올렸다. 예전에 처음 개인 SNS의 시초라고 할 수 있었던 플랫폼을 이용해서 실제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거짓된 모습을 꾸며내는 주인공을 다룬 영화를 본 적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 부러움을 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을 도용해서 본인인 척하거나, 값비싼 물건들의 사진을 올려 자신의 것인양 꾸며낸 여자의 이야기였다. 그 영화의 주인공도 에바와 비슷하게, 혹은 더 심하게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히키고모리였다. 에바와 그녀는 차이점이라면 그 영화의 주인공은 일부러 다른 사람의 일상 사진을 훔쳐와 새로운 자신을 꾸며냈지만, 에바는 의도치 않게 이미 존재하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어 가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점이다.

 

 읽으면서 에바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생각해봤는데 놀랍게도 에바는 아무 문제가 없는 소녀였다. 성적도 우수하고 글도 잘쓰고 머리도 영리하고 외모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사교적이지 못한 면이 있었는데 그 점에 대해 본인은 크게 불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에바를 문제적으로 만들고 괴롭히는 것은 에바의 엄마였다. 에바가 비사교적이라는 면을 지나치게 날카롭게 지적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의 그런 태도 역시 학대나 가정폭력이 아닐까 싶어졌다. 금요일 저녁에 놀러나가지 않는 딸을 들볶는 엄마라니, 에바가 원치 않는 외출을 강요하면서 매번 약속이 있는지를 감시하듯 확인하는 모습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에바가 바라는대로 외출을 하고 돌아온 다음에는 또다른 문제점을 만들어내어 금새 소리를 지른다. 에바가 저지른 사건의 문제보다도 엄마와의 사이에서 겪는 갈등이 좀 더 심각하게 다가왔고, 그 해결점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면 좋았을거라 아쉬움이 남았다. 에바가 달라진다 하더라도 엄마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바뀌는 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드는 부분이 많았다.

 

 번역이 되어서 그런지, 어떤 부분들에서는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방식에서 다소 어색함을 느꼈다. '가짜 블로거' 뿐 아니라 다른 책들에서도 가끔 느끼는 사소한 위화감인데, 더 매끄럽게 바꿀 수 있으나 가능한 원문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를 지키기 위해서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 모험과 약간의 로맨스가 섞여서 한 소녀가 조금 성장하는 내용을 담아내었다. 시작은 아무 의도 없이 그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SNS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지나친 주목을 끌고, 의문의 사나이가 나오고, 비밀에 싸인 인물의 정체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진다. 가짜 계정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처벌을 받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소녀가 어떻게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는 여정이 꽤 두근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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